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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월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빠져나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월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빠져나오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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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안종범 업무수첩'을 걸고 넘어졌다.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국정농단의혹 특별검사팀 수사기록 열람복사 허용을 신청하며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업무수첩 이야기를 꺼냈다.

안 전 수석은 청와대 근무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업무수첩에 꼼꼼하게 메모했고 특검은 수사과정에서 모두 56권을 확보, 이 전 부회장 등 '박근혜 게이트' 주요 인물들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에 활용해왔다.

준비기일 하루 전, 변호인단은 재판부에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 전체를 복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신청했다. 김종훈 변호사는 "(특검이) 핵심 증거로 내세우는 안종법 수첩의 경우 특검이 일부만 발췌해 제출했다"며 "변호인으로선 저게 수첩 일부가 맞는지, 작성일자는 맞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증거로 나온 부분을 분명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도 그 앞뒤 내용을 함께 봐야한다고도 했다.

이재용 발목 잡은 수첩 39권

변호인단은 수첩의 증거능력 자체도 의심했다. 김 변호사는 "특검은 수첩을 증거로 제출하면서 어떻게 압수했는지 등을 밝히지 않았다"며 "모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입수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위법수집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문제 삼는 것은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가운데 39권이다. 안 전 수석을 보좌해온 김건훈 전 청와대 비서관이 뒤늦게 특검에 제출한 이 수첩들은 줄곧 증거능력 논란에 휩싸여왔다.

특검은 안 전 수석의 폐기 지시를 받고 수첩을 보관해오던 김 전 비서관이 변호인과 협의해 제출한 자료라고 했지만, 안 전 수석 쪽은 "김 전 비서관이 자유로운 의사로 이 수첩을 제출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전 비서관은 2월 20일 안 전 수석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특검이 나머지 수첩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 같아 부담감을 벗고자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 수첩들은 이재용 부회장이 끝내 구속되는 데에도 한몫했다. 법원이 첫 번째 영장청구를 기각한 뒤, 특검은 새로 확보한 업무수첩을 토대로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거래를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세 차례에 걸쳐 독대하며 삼성 경영권 승계 작업 전반을 논의했고 그 대가로 최순실씨 쪽에 재단 출연금은 물론 최씨 딸 정유라씨 승마훈련 자금이 흘러들어간 사실이 드러났다.

이규철 특검보는 2월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에 있던 자료가 상당히 중요한 자료 중 일부였다"고 설명했다(관련 기사 : 이재용 부회장 구속 비결은 '뇌물 관계 큰 그림')

삼성의 노림수, 성공할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2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 삼성기가 날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2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 삼성기가 날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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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단이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문제 삼은 것도 같은 이유다. 법원이 이 수첩의 증거능력과 증명력을 인정한다면 이 부회장의 뇌물죄혐의는 유죄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재판부가 수첩들을 위법수집증거로 판단한다면 승기를 잡는 쪽은 이 부회장이다. 변호인들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정유라씨 지원 관련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 몇몇 증거들도 피고인에게 유리한 내용은 빠졌고, 위법수집증거일 수 있다며 열람등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검은 변호인단이 재판과 직접 관련 없는 증거들까지 요구한다고 반박했다. 박주성 검사는 "업무수첩은 관련된 것만 증거목록에 포함시켰고, 증거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변호인단이 안 전 수석의 피의자신문조서 일부가 빠졌다고 지적한 부분도 "안 전 수석은 다른 여러 사건에 대해 조사받은 게 많은데 (법원에) 제출하지 않은 조서는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검은 업무수첩 등이 적법하게 수집한 자료임을 입증하기 위해 압수수색영장 등도 조만간 증거로 제출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일단 준비기일을 한 번 더 정하기로 했다. 새로 사건을 배당받고 첫 심리를 진행한 김진동 부장판사는 "(특검이) 기소한 지 시간이 많이 지나 저희도 빨리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3월 31일 오후 열리는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공소장 일본주의(법관이 피고인에 대한 예단을 갖게 할 여지가 있는 서류 등을 첨부하지 못하게 한 원칙) 위배나 공소사실 불특정 여부, 증거 등에 관한 검찰과 변호인단의 의견을 듣고 4월 초부터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갈 계획이다.


태그:#이재용, #박근혜, #안종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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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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