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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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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들로 북적거리는 장터 길에 검은색 중형차 한 대가 서서히 비집고 들어왔다. 그러자 사람들이 일제히 좌우로 나뉘어 섰다.

그 순간 이집트 군대를 피해 히브리인들을 이끌고 가던, 모세가 황해 앞에서 바닷물을 두 쪽으로 가르고 건넜던 그 성서 속 기적을 떠올려야 했을까?

아니다. 뒤에 붙잡으려고 오는 군인들도 없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오히려 있어야 했는 지도 모른다. 주정차 위반을 단속하는 교통경찰이 한 명이라도.

쩌렁쩌렁 우렁찬 목소리로 "바다야, 갈라져라!" 외치는 선지자도 없었다. 21세기 선지자는 나무 지팡이 대신 경적으로 명령을 내렸다. "빵빵" 그리고 차 안에서 절대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신비주의.

또한 환호하는 사람이 없다는 차이점까지 존재했다. 한 여인이 말했다. "누구야? 이런 곳에 차 끌고 오는 **는?" 어떤 이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차 운전석 창문을 쳐다보기도. 노려보는 이도 당연히 있었다. 거기에 기자도 추가!

검은색 자동차. 차 이름과 달리 그룹 회장님들은 오히려 타지 않고, 그 아래 아래 사람들이 타는... 동네 조기축구회 회장님은 탈 것 같은... 허나 차가 그 이름 가진 게 무슨 죄이겠는가. 단지 그 차를 운전하는 이가 차 이름을 더럽힌 것 뿐이다.

장에 왔으면 제아무리 한정판 스포츠카라 할지라도 주차장에 두고 걸어 왔어야 했다. 꼬부랑 할머니도 걸어서 지나가는 장터 길이다. 어딜 봐서 여기가 차가 지나다닐 곳인가. 거기다 장사를 위해 이동하는 것도 아니면서. 회장 차 타고 장에 와서 물건 파는 건 못봤다. 본인의 편의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에 다수의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어야 했다.

5일장에 왔으면 '5일장법'을 따라야 한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회장일지라도 장에 오면 단지 그저 장보러 온 사람에 불과할 뿐이다. 목욕탕에서 때밀이 전문가 이외에는 모두 옷을 벗어야 하듯이, 장터에 올 때는 누구나 자동차를 놓고 와야 한다. 그게 불문율이다. 단, 유모차는 가능하다. 자전차(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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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로 '좋아할, 호', '낭만, 랑',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이'를 써서 호랑이. 호랑이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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