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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플래닛이 희망퇴직 거부자를 역량향상프로그램 교육에 배치해 3년 연속 저성과자로 만들어 해고했다가 경기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회사는 2014년 3월 인력 효율화 방안의 일환으로 특별희망퇴직을 실시했는데, 고연차 직원 177명이 퇴직 대상자에 올랐고, 이 중 157명이 퇴직했다. 희망퇴직을 거부한 해당 근로자는 이후 3년 연속 최하위 평가를 받았고 이를 이유로 직권면직을 당한 뒤 해고됐다.

이처럼 회사가 사용자의 재량이라고 여겨지는 인사고과를 활용하여 역량향상프로그램이라는 핑계로 사실상 '퇴직종용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관행에 대한 비판은 줄곧 있어 왔다. 법원은 인사고과도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지속적으로 해온 바 있음에도, 기업들이 인사고과는 사용자의 재량사항이라는 점에만 착안해 편법으로 근로자들을 해고하는 데 악용해 왔다.

인사고과가 항상 사용자의 재량사항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노동위원회의 판정은 비록 사법적 판결은 아니지만, 인사고과가 언제나 사용자의 재량사항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본적으로 판례는 인사평가를 위한 평가 기준이나 항목설정, 점수배분 등에 있어 사용자의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는 것으로 보는 경향은 있다. 이에 따라, 하급심 판결 중에는 근로자에 대한 인사평가는 해당 근로자를 상대로 한 전인격적, 복합적인 평가로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그 평가에 광범위한 재량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그러한 재량에 기하여 인사평가 기준이 마련되었다면 그 인사평가 기준은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상대평가에 의한 강제할당방식에 따른 인사평가에 대해서는 법원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대법원은 시용기간(사용자가 근로자의 종업원으로서의 적격성을 판단하기 위하여 근로계약을 유보한 상태에서 근로관계를 갖는 일정한 기간) 6개월이 되자 피고 은행이 근무성적 평정을 실시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했던 42명에 대하여 업무수행 태도 등 근무성적 불량 등을 해지사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하였고, 이에 근로계약 해지를 당한 원고들이 해고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한 사건에서, 인사평가 하위등급자의 수를 할당한 점을 근로계약을 해지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판단한 바 있다.

또한, 하급심 판례 중에는 최하위등급에 의무적으로 10%를 할당하는 상대평가방식에 의한 인사평가에서 4회 연속 최하위등급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업무 능력이나 성과가 객관적으로 불량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에 따라 법원은 이를 이유로 징계 면직한 것은 사용자의 인사권남용으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재량권 남용한 부당한 인사고과는 위법

한편 대법원은 인사평가가 차별금지에 대한 강행법규에 직접 위반되지 않더라도, 인사평가의 취지에 위배되는 경우 이를 부정한다. CP리스트(부진인력을 지칭하는 C-Player의 약칭)에 포함된 원고인 근로자들이 인사평가에서 최하위등급인 F등급을 받아 다음연도 기준 연봉 1%가 삭감되었고, 이에 원고들이 인사고과의 부당성을 주장하면서 임금청구소송을 제기한 사례에서, 대법원은 근로자들에 대한 인사평가는 원고들이 포함된 부진인력리스트에 있는 대상자에 대한 차별적 의도에 의한 것으로 인사평가권자의 재량권을 남용한 부당한 인사고과라고 판단하였다.

기업은 경영권을 가지며 이에 수반되는 인사권에 대해서도 상당한 재량을 가지고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럼에도 대법원이 경우에 따라 이를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는 이유는 인사평가제도는 근로자의 업적 능력 직무 태도 등을 평가하여 그에 따른 인사관리를 하기 위한 기본적인 토대이기 때문에, 직무수행능력 이외의 요소를 이유로 인사평가를 낮게 하는 것은 인사평가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 되고, 따라서 인사평가권의 남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용자가 인사평가를 특정 근로자집단의 퇴출을 위한 불순한 동기로 남용하고 이를 용인한다면, 근로기준법이 정한 해고의 규제를 사실상 형해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기업은 이러한 법원의 법리를 충분히 인지하고, 공정하게 인사고과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후록 시민기자는 공인노무사 입니다.



태그:#인사고과,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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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노무사로서 '노무법인해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노무자문, 급여관리, 근로자들의 부당해고, 체당금 사건 등을 수행하면서 널리 알리면 좋을 유용한 정보를 기사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blog.naver.com/lhr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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