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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과 함께 국밥집에서 점심을 함께 먹게 되었습니다. 순댓국집인데 돼지 선지를 넣은 색다른 국밥집입니다.

나는 읍내에 볼일이 있어 나가게 되면 일부러 이곳 국밥집을 들립니다. 국밥도 맛나거니와 밑반찬도 하나하나 정성이 들어있습니다. 막걸리 안주로 순대도 나오고, 깍두기와 배추김치도 맛있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바다 봄나물이 있다

오늘따라 색다른 밑반찬이 보입니다.

"아주머니, 이거 뭐예요?"
"오늘은 두릅나물하고 곰피가 새로 나갔는데요."
"아! 이거가 곰피로구나! 지금이 제철인가요?"
"바다 봄나물이라 하잖아요. 지금 한창 나오데요."
"곰피, 어디서 사죠?"
"요새 장에 나가면 많아요. 마트에도 있고요."

음식점에 맛본 곰피. 새콤한 초고추장에 먹는 맛이 색달랐습니다.
 음식점에 맛본 곰피. 새콤한 초고추장에 먹는 맛이 색달랐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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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쳐 나온 곰피에 초고추장이 끼얹어 있습니다. 지인은 곰피라는 이름을 처음 대하는 듯 맛에 대한 기대로 곰피에 젓가락이 갑니다.

"이거 생미역 먹는 맛이네."
"생미역보다 더 쫄깃쫄깃하지 않아요?"
"그렇구먼, 내 입맛에도 딱 좋은데."

나도 올 들어 처음 맛보는 곰피인지라 연신 젓가락이 갑니다. 막걸리 안주에 제격입니다. 한 접시가 비워져 좀 더 부탁드렸습니다.

곰피를 풀어놓자 길이가 무척 길었습니다. 색깔이 검은 갈색을 띕니다.
 곰피를 풀어놓자 길이가 무척 길었습니다. 색깔이 검은 갈색을 띕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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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피라는 이름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곰피는 미역이나 다시마 사촌쯤 되는 것 같습니다. 2, 3월이 제철인데, 바다에서 나오는 보물 같은 봄나물입니다. 곰피는 이른 봄에만 만나는 먹거리라 때를 놓치면 일 년을 기다려야 맛볼 수 있습니다.

곰피의 다른 이름은 쇠미역이라고도 합니다. 미역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구멍이 뽕뽕 뚫려 있어 미역과 쉽게 구별이 됩니다. 깊은 바다 밑 바위에서 자라는데, 요즘은 양식으로 길러 가격이 무척 싸다고 합니다.

데치면 마술처럼 변하는 곰피 색깔

농협에서 운영하는 동네 마트에 들렸습니다. 진열장에 매직 글씨가 선명한 곰피가 눈에 띄었습니다. 점심 때 먹은 곰피가 생각나 한번 해먹고 싶습니다. 그런데 음식점에서의 곰피 색깔과 다릅니다.

'곰피도 여러 가지 색깔을 가졌나?'

내가 구입한 곰피입니다. 가격도 비싸지 않습니다.
 내가 구입한 곰피입니다. 가격도 비싸지 않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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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녹색이었는데, 색깔이 딴판입니다. 팩에 랩으로 쌓여진 해초의 색깔이 검은 갈색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곰피라는 이름이 붙어있어 의심 없이 집어 들었습니다.

집에서 팩을 뜯어보니, 곰피 뿌리 쪽에 노란 고무줄로 머리카락 묶듯 동여 매졌습니다. 둘둘 말려있는 것을 풀어놓고 보니 생미역줄기처럼 길이가 한 1m가 넘는 듯싶습니다.

고무줄로 묶인 뿌리부문은 질길 것 같아 잘라냈습니다.
 고무줄로 묶인 뿌리부문은 질길 것 같아 잘라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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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퇴근 전인 아내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나 곰피 사왔는데, 어떻게 하지?"
"곰피를요? 그거 소금 넣고 박박 문질러 놓으세요. 데치는 것은 내 가서 할게요!"
"데쳐야 한다고?"
"끓는 물에 슬쩍 담갔다 찬물에 행구면 돼요!"

데치는 것이라면 아내 손을 빌릴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나는 좀 억샐 것 같은 뿌리 부분은 잘라냈습니다. 소금을 뿌리고 손으로 바락바락 치대가며 씻었습니다. 갯물이 빠져나가도록 두어 차례 헹궜습니다. 미끄덩거리는 촉감이 사라지고, 윤기는 살아났습니다.

끓는 물에 집어 넣자 놀랍게도 곰피 색깔이 변하였습니다.
 끓는 물에 집어 넣자 놀랍게도 곰피 색깔이 변하였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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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에 물이 끓어오르자 곰피를 담갔습니다. 그런데 마술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검은 갈색의 곰피가 녹색으로 금세 변해갑니다. 음식점에 먹은 곰피 색깔과 똑같아집니다. 참 신기합니다.

오래 데치면 물러질 것 같아 바로 꺼냈습니다. 끓는 물에 소독을 할 정도로 데쳤습니다. 구멍이 숭숭 뚫린 녹색의 곰피가 먹음직스럽습니다.

오돌오돌 씹히는 색다른 맛의 곰피

체에 밭쳐 물기를 빼놓았는데, 아내가 도착하였습니다.

끓은 물에 데쳐 놓은 곰피. 물기가 빠지도록 놓았습니다.
 끓은 물에 데쳐 놓은 곰피. 물기가 빠지도록 놓았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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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곰피 살 생각을 다 했어? 이거 엄청 몸에 좋은 것인데, 얼마에요?"
"한 팩에 1000원 정도하던데."
"그것밖에 안 해요! 그럼 두 팩 사오지 그랬어요?"
"싼데 또 사먹지 뭐!"
"철 지나기 전에 많이 먹읍시다."

가격도 싸고 제철에 먹는 곰피를 보고 아내는 무척 반기는 표정입니다.

곰피가 얼마나 좋은지 인터넷을 뒤져 보았습니다. 곰피는 가격도 싸지만 영양적으로도 참 좋은 식품입니다.

곰피는 포만감을 주면서도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가 있는 사람한테 좋습니다. 요즘 같이 황사나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릴 때 먹으면 알긴산이 들어있어 이를 포집하여 몸 밖으로 배출한다고 합니다. 간에도 좋고, 해조류의 장점인 칼슘이 풍부하여 뼈를 튼튼하게 하고,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고 알려졌습니다.

물기가 어느 정도 빠지자 먹기 좋게 적당한 크기로 잘라놓은 곰피
 물기가 어느 정도 빠지자 먹기 좋게 적당한 크기로 잘라놓은 곰피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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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데쳐놓은 곰피를 먹기 좋게 적당한 크기로 자릅니다. 두어 끼니는 충분히 먹을 양입니다.

"음식점에선 초장을 끼얹어 놓았대!"
"초장도 좋지만 된장 쌈을 만들어 먹으면 좋을 것 같은데요."

곰피 쌈장. 된장 고추장에 갖은 양념을 버무렸습니다.
 곰피 쌈장. 된장 고추장에 갖은 양념을 버무렸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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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피에 싸먹을 쌈장
 곰피에 싸먹을 쌈장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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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쌈장을 만듭니다. 된장과 고추장을 섞어 갖은 양념을 하여 버무립니다. 쪽파도 숭숭 썰어놓고, 참기름을 넉넉히 끼얹으니 고소한 쌈장이 만들어집니다. 초장에 찍어먹는 맛과는 다른 맛이 있을 것 같습니다.

넓은 것으론 상추쌈 하듯이 먹으면 좋습니다.
 넓은 것으론 상추쌈 하듯이 먹으면 좋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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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상추쌈을 하듯 쌈장에 널직한 곰피를 펴 밥에 싸먹습니다. 나도 따라 해봅니다. 오독오독 씹히는 맛에다 바다내음이 섞여 있어 입을 즐겁게 합니다. 거기다 미세먼지를 잡는데 좋다는 바다의 봄나물 곰피가 건강까지 지켜주는 느낌입니다.


태그:#곰피, #쇠미역, #미세먼지, #바다 봄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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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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