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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나라'에 대해 이야기할 때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내가 살고 싶은 나라, 내가 꿈꾸는 국가'에 대한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대선 기획 '100인의 편지'를 통해 전하고자 합니다.

이번 기획은 '열린 기획'으로 시민기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차기 정권에 하고 싶은 말, 바라는 바에 대해 적어 기사로 보내주세요. '이게 나라냐'는 탄식을 넘어 '이게 나라다'라는 새로운 지향점을 여러분과 함께 열어나가겠습니다. [편집자말]

차기 정부에게 말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 수많은 고민을 거듭해 어려운 선택을 한 자퇴생들이 있습니다.저도 막상 자퇴를 해보니 우리 학교 밖 청소년들이 대학에 갈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습니다. 검정고시 응시자들이 우리 나라에서 인정해주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재수학원에 들어가서 수능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학생의 역량을 평가하고, 전공 적합성을 보기 위한 제도인 수시전형은 몇몇 대학교가 아니면 학교 밖 청소년에겐 문을 열어주고 있지 않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다양하게 경험하기 위해서 조금 더 일찍 사회로 나온 '자퇴생'들은 알고보니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수능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교 폭력으로 어쩔 수 없이 정신적 트라우마로 학교를 자퇴한 친구들은 돌아갈 학교도, 갈 학교도 없이 방황하게 됩니다.

학생 개개인의 역량과 전공 적합성을 평가해 준다는 '생활기록부'는 전교에서 몇 등 안에 들어야 선생님들이 신경 써서 관리해주시고, 심한 경우에는 자신이 하지 않은 활동도 학교 입시 실적을 높이기 위해 넣어줍니다. 이런 상황이 싫어서 고등학교를 자퇴한 제가 확실하게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나의 진로를 위해서 혹은, 다른 이유로 학교라는 울타리를 포기하고 다양한 경험을 한 자퇴생들에게는 기회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요 

교실에는 학생 수 만큼 개성이 각기 다른 아이들이 있다.
 교실에는 학생 수 만큼 개성이 각기 다른 아이들이 있다.
ⓒ wiki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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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차기 정부에게 바랍니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고 해도 차별받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가끔 인터넷 사이트를 가입하거나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을 참가하려고 하면 '학교' 란을 채우기가 난감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이벤트를 할 때 학생증 대신 청소년증을 제시하면 받는 사람, 주는 사람 모두 난감해지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더불어, 다양한 진로 관련 체험기회를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꿈드림)를 통해 실시할 수 있게 도와주시고 현재 예체능 분야에만 치중된 프로그램 종류를 다양하게 넓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대학 입시 전형에 검정고시 특별전형이나 자퇴생 특별 전형을 만들어 주십시오. 자퇴한 기간 동안 전공에 맞는 어떠한 활동들을 했는지를 증명하는 서류와 그를 기반으로 한 면접시행을 통해 정말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인재들을 많이 뽑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교육제도에 환멸을 느끼는 학생으로서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우리나라는 학벌 중시 문화와 무한경쟁주의로 잔뜩 더럽혀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목고, 자사고와 더불어 이제는 특목중까지 등장한 이런 우리나라 교육의 악순환 고리는 대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학 수학능력평가 시험은 언제부턴가 학생들을 분별하기 위함이라며 점점 불수능으로 바뀌어가고, 12년간 들인 노력이 단 한 문제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성적비관으로 인한 자살은 드러나지 않을 뿐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이끌어나갈 청소년들이 고작 모의고사와 내신시험, 수능시험으로 인해 다양성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수학을 못 하는 과학 천재가 있을 수도 있고, 시험을 잘 보지 못하지만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충분히 존재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고등학교 3년간 학습을 하는 것이 아닌, 수능과 내신을 대비해 문제 푸는 방법을 배우며 살아갑니다.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그 분야에 뛰어난 재능이 있더라도 문제 푸는 방식을 모르면 사회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청소년' 문제도 외교만큼 시급합니다

한국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이어지지만, 입시 교육과 제도는 변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 웃기기만 합니다.
▲ 수능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학생 한국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이어지지만, 입시 교육과 제도는 변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 웃기기만 합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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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통계청 국가지표체계에서 우리나라 청소년 학습시간에 대한 평가 분석한 내용을 그대로 복사한 내용입니다.

"학습시간은 성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으나, 이를 교육단계별로 살펴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1일 평균 학습시간은 2014년 현재 고등학생이 8.47 시간으로 가장 길고, 다음으로 중학생 7.27시간, 초등학생 5.38시간, 대학생 4.17시간의 순이다.

즉 대학생의 학습시간은 초등학생보다도 적고, 고등학생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 대학생의 학습시간이 적은 이유는 일찍부터 입시 준비에 매몰된 생활을 한 결과 학생들이 거의 탈진한 상태로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고등교육의 국제경쟁력이 저하되는 현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국·공립학교에서 필수적으로 지정한 학습시간은 다른 국가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구체적으로 2016년 국·공립학교의 연평균 총 필수 학습시간의 OECD 평균은 초등학교 799.0시간, 중학교 915.4시간인 반면, 한국의 경우 초등학교 647.6시간, 중학교 841.5시간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 학생의 학습량과 학습시간이 과다하다는 일반적 통념과는 상반되기는 하지만, 학교 차원에서 운영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고 사교육 및 자습시간으로 학습시간이 상당 부분 채워진다는 반증으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한국 학생들은 방과 후에 사교육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한국 학생들이 심각한 학습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위와 같이 분석을 했음에도, 이러한 교육과 입시제도를 지속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이 웃기기만 합니다.

국내적으로는 분열이 가득했고, 국외적으로는 망신이 가득했던 지난 박근혜 정부가 끝났습니다. 다음 정부가 대한민국의 발전에 정말 중요한 시기임을 알고 있습니다. 외교 문제나 경제 문제로 바쁜 상황인 건 알지만,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 나아가야 할 청소년의 교육 문제도 결코 뒤로 넘길 문제가 아님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적인 주관이 개입되어 있는 글입니다. 제 의견에 반대의견을 가지시는 분이 계심을 인지합니다만, 대한민국에서 고등학교 생활도 겪었고, 현 학교 밖 청소년인 입장에서 따끔하게 꼬집고 싶었던 부분이니 다른 의견이라도 너그럽게 받아들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태그:#자퇴생, #교육제도 , #대선, #100인의 편지, #대통령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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