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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가 크고 머리가 짧은 여자 아르바이트생 시마와의 한 장면.
 키가 크고 머리가 짧은 여자 아르바이트생 시마와의 한 장면.
ⓒ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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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소설, 만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음식들. 군침이 절로 나오는 이야기 속 음식 레시피와 그에 얽힌 잡담을 전한다. 한 술 뜨는 순간 장면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음식 이야기를 '씨네밥상'을 통해 풀어낼 예정이다. - 기자 말

영화 <요시노 이발관>을 시작으로 <안경>과 <카모메 식당>까지, 일본의 힐링계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나오코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잔잔한 스토리에 여성 중심의 등장인물, 그리고 매번 비슷한 출연진이라 할 수 있다.

일명 '나오코 사단'으로 불리는 대표 배우는 <카모메 식당>의 히로인 고바야시 사토미와 '뿔테 쓴 할머니'하면 떠오르는 모타이 마사코, 그리고 언제나 야망 없는 잘생김을 맡고 있는 카세료 등이다. 이 '나오코 사단'이 한꺼번에 나오는 일드가 바로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오기가미 나오코 영화의 DNA를 그대로 물려받았지만 연출은 나오코 감독이 아닌, 1987년생의 젊은 배우 겸 감독으로 '포스트 나오코'로 불리는 마츠모토 카나가 맡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잔잔한 일상과 함께 음식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오기가미 나오코-마츠모토 카나 라인의 '음식 힐링물'이 여타 음식을 매개로 한 일본산 치유-힐링물과 차별되는 점은 비단 음식 뿐 아니라 여성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4부작 드라마에서는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던 주인공 아키코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가게 자리에 샌드위치 전문점을 열며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린다.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야기이지만 무작정 떼쓰고 징징대지 않는, '진짜 어른 여성'이 나온다는 점이 이 드라마를 특별하게 만든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 담긴 억울함-한의 정서가 없는 것이 신선하달까. 

갑작스레 모친상을 당하고, 편집자로 자긍심을 가지고 일하던 직장에서마저 일반 사무직으로 옮기도록 종용당하지만 아키코는 자기 앞에 닥친 일을 큰 불행으로 받아들이지도, 억울해 하지도 않는다. 그저 삶을 찬찬히 다시 생각해 볼 뿐. 어머니가 한 자리에서 40년 넘도록 운영하던 가게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던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그 자리에 자신만의 가게를 꾸린다. 그저 취미였던 요리를 업으로 삼는 것에 대해 고민하지만 저자와 편집자로 연을 이었던 요리연구가 선생님의 독려에 힘을 얻는다.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사람은 여러가지 재능들을 즐기는 게 가능한 거야."

그녀의 새로운 삶은 맞은 편 오래된 카페의 츤데레 주인장 할머니와 키가 크고 머리가 짧은 여자 아르바이트생 시마, 빵과 스프, 그리고 갑자기 가게 앞에 나타난 고양이 등으로 이루어진다. 정갈한 가게와 깔끔한 음식, 담백한 사람들과 그에 못지 않은 가리모쿠 풍의 가구로 꾸며진 집에서의 퇴근 후 술 한잔, 고양이로 이뤄진 삶이라니 그야말로 '무인양품적 삶',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삶의 완성이 아닐 수가 없다.

물론 우리나라라면 30, 40대 여성이 싱글로 살아간다는 데 초점을 맞춰 '노처녀의 우왕좌왕 연애기'로 그린다든가 하겠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이 드라마의 미덕은 징징거림이나 '삶이란 이래야 한다' 는 둥의 오지랖이 전혀 없다는 것에 있다. 동네의 상점가 아저씨들도 주인공에게 결혼을 해야 하지 않냐느니 따위의 말은 하지 않는다.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는 키 큰 여자아이, 시마는 스물 아홉 살이지만 아르바이트로 먹고 사는 것이 편할 뿐 '자신과 꼭 어울리는 자리'가 어디인지 아직 모르겠다고 하며 이에 대해 뭐라 하는 어른도 없다.

 드라마는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던 주인공 아키코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가게 자리에 샌드위치 전문점을 열며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린다.
 드라마는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던 주인공 아키코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가게 자리에 샌드위치 전문점을 열며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린다.
ⓒ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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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주인공 또한 작품 내에서 누구도 흉보지 않는다. 다소 진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손님이 오거나, 맞은편 카페의 마마가 괴팍하게 굴어도 아키코는 절대 흉보거나 뒷담화 하는 일이 없다. (나는 이게 정말로 좋았다.) 드라마에서도 현실에서도 입만 열면 이러쿵 저러쿵 남 흉이나 보는, 진짜 어른은 없는 세상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사실 이 드라마를 유심히 보면, 뒷담화나 오지랖에 대해 거의 결벽증에 가까운 금기를 보여준다. 상점가 아저씨들만 해도 아키코의 가게에 대해 저들끼리 얘기하다가도 선을 넘어간다 싶으면 "앗 그건 아키코가 알아서 할 일 아닐까"며 자체 검열에 들어간다. 원작자 혹은 연출가가 뒷담화 문화를 질색하는 것이 분명하다.

"저는 요즘 신기한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사람은 슬프면 울고 기쁘면 즐거워하고 여러사람들과 어울려있다가도 때로는 갑자기 혼자가 되기도 하고, 해가 지고 조용한 시간이 다가오면 마치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잠들고. 혼자도, 함께도 아닌 것. 저는 지금 어머니와 함께였을 때도 깨닫지 못한 그런 생활을 단지 한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럿이 있다가도 또 혼자가 되고, 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는 그런 삶. 그렇게 차분히 생을 살아가도 어떤 일들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이해되기도 한다. 아키코에게는 어머니를 이해하는 일이 그랬다. 어머니 가게의 단골이던 상점가 아저씨들에게서 어머니에 관한 일화를 듣거나, 옛 어머니의 직장 동료에게 숨겨진 아버지에 관한 비밀을 들으며 아키코는 어머니를 조금씩 이해한다.

"늦게까지 손님들과 술 마시는 어머니를 보며 이 사람은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싫어했어요.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생각해 보니 사실은 그런 어머니를 이해 못했던 제 자신이 더 싫었던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어머니가 옛 직장 동료에게 함께 먹자 권했다던 일화의 전갱이튀김을 집에 가 홀로 튀겨 먹거나, 알바생 시마와 함께 야구장에 가서 학창시절 먹던 '두뇌빵'을 먹는다거나, 일이 끝나고 이자카야에서 맛있는 안주에 술을 먹는다거나, 그렇게 조용히 흘러가는 인생에는 음식을 둘러싼 추억들이 쌓여간다. 아키코가 운영하는 가게에도 샌드위치와 스프를 나누며 새로운 추억과 연을 쌓아가는 손님들이 오간다. 

아키코는 자신의 의붓 남동생인, 스님의 절을 찾아가 연을 맺는다. 물론 이 과정에도 눈물 어린 재회 같은 것은 없다.

"이 절에 시주하는 신자분들은 굉장히 유쾌한 분들입니다. 이것 저것 모자란 승려를 기다려주고 지켜봐 주며 응원해주고 있죠."
"사람과 사람이 사귄다는 것이 그런 것이겠지요?"


가게를 운영하며 삶을 찬찬히 꾸려가는 와중에 아키코의 고양이는 어느 날 불현듯 집을 나간다. 아키코와 주변인물들은 고양이가 어디에 갔을까, 걱정하며 찾는 와중에 고양이도 '자아를 찾는 여행'을 간 것이라고 생각하며 기다린다. 제 2의 인생을 이제 막 시작한 아키코도, 아직 자신의 자리를 완전히 찾지 못한 알바생 시마도 모두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에 있는지도 모른다.

"저는 가게에 있는 아키코씨의 모습을 볼 때면 자신에게 꼭 맞는 장소에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저에게도 그런 장소가 있을까 하고..."
"시마짱 같은 사람은 앞으로 더 귀해질 거야. 올곧게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 평범하게 여행을 하며 사는 사람"
"저도 여행중인 걸까요?"
"그렇고 말고, 앞으로 많은 사람이나 장소들을 만나게 될 거야. 분명히."


찬찬히 삶을 이해하고, 올곧게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아키코는 그렇게 자신만의 가게를 만들어간다. 40년 동안 한자리에서 가게를 지켜온 어머니의 세월을 한 번에 이해하고 뛰어넘을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조금씩 자신만의 가게를 만들어 가는 것이, 현재진행형의 삶이 중요한 것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예상도 못했던 가게를 시작하고, 시간은 어느새 물 흐르는 듯이 흘러가버렸습니다. 그러는 동안 새로운 만남도, 조금은 쓸쓸했던 헤어짐도 있었습니다. 오래 전 몇 번이나 이 마을에서 벗어나려 했던 때가 있습니다. 태어난 후 줄곧 집에만 머물렀던 자신이 답답하고 화가 나서 풀 죽어 있던 적도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갑작스레 떠나가시며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나는 내 스스로가 부자유스럽게 만들고 있었다는 것, 저는 너무 진지하려고만 했습니다. 저는 이제부터 조금 불량해지렵니다. 자신이 먼저 자유로워져야 다른 이들과의 시간이 비로소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머니는 그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씨네밥상 레시피] 스크램블드에그시금치 / 치커리햄치즈 샌드위치, 미네스트로네

 시금치스크램블드에그 샌드위치, 치커리햄치즈샌드위치, 미네스트로네
 시금치스크램블드에그 샌드위치, 치커리햄치즈샌드위치, 미네스트로네
ⓒ 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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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내내 정갈한 요리 장면으로 구미를 당기는 요리는 모두 <카모메 식당>과 <심야식당>으로 유명한 푸드코디네이터 이이지마 나미가 맡아 진행했다. 스타 푸드 코디네이터가 맡은 작품이니 만큼 드라마의 일본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화면에 나왔던 샌드위치와 스프들의 레서피를 공개, 제공하고 있다. 이이지마 나미의 레서피답게 간단하지만 맛있어 집에서 따라하기 좋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샌드위치 두 가지와 스프를 골랐다. 본 레서피에서는 주인공 아키코가 운영하는 샌드위치 집처럼, 각자 좋아하는 빵을 골라 만들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스크램블드에그시금치 샌드위치는 식빵과 같은 부드러운 빵이, 치커리햄치즈샌드위치는 바게트나 깜빠뉴, 하드롤 등과 같은 하드계열의 빵이 어울리는 듯하다. 치즈는 고다 치즈를 사용했는데 역시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홈페이지의 미네스트로네 레서피에는 콩이 들어가지만 빼고 당근과 향신료를 더했다.짧은 길이의 파스타가 들어가 식사대용으로 먹을 수 있을 만큼 든든하지만 스프로만 즐기고 싶다면 안 넣어도 된다. 취향에 따라 콩을 더해도 좋고 다른 채소를 가감해도 좋다. 모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따뜻한 이 봄날과 함께하기 좋은 음식이다.

스크램블드에그시금치 샌드위치 (1인분 기준)

재료 : 식빵 2장, 달걀 1~2개, 시금치 2뿌리, 치즈 1장, 우유 또는 생크림 1큰술, 홀그레인머스터드 1작은술, 버터·올리브유 적당량씩,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1. 식빵 한 쪽엔 버터를, 한 쪽엔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얇게 펴바른다.
2. 달걀은 우유나 생크림을 더해 곱게 푼다.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다.
3. 시금치는 깨끗이 씻어 밑둥을 제거하고 길이로 반 자른다.
4.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시금치를 넣어 재빨리 볶는다. 잔열로도 익기 때문에 너무 많이 익어 곤죽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숨이 죽을 때까지만 볶는다. 소금, 후춧가루로 간하고 그릇에 옮겨 담는다.
5. 달군 팬에 버터와 올리브유를 반씩 더해 두르고 달걀물을 부어 젓가락으로 휘저어 가며 중약불에서 스크램블드 에그를 만든다. 부드러운 스크램블드 에그를 위해서는 너무 익히지 않도록 주의하며 몽글몽글 해졌을 때 식빵에 넣을 모양을 잡아 불을 끄도록 한다.
6. 식빵 한 쪽에 스크램블드에그와 볶은 시금치를 올리고 치즈를 올린 뒤 다른 식빵으로 덮는다. 손바닥으로 살짝 누른 뒤 반으로 잘라 접시에 담아낸다.


치커리햄치즈 샌드위치 (2인분 기준)

재료 : 좋아하는 빵 2개, 햄·치즈 4장씩, 버터·홀그레인머스터드 적당량씩
치커리샐러드 : 치커리 한 다발, 호두·이탈리안파슬리·딜(생략 가능)·샐러드드레싱 적당량씩,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샐러드드레싱 : 올리브유 8큰술, 식초(화이트와인비니거나 현미식초, 레몬즙 등) 3큰술, 디종머스터드 ½큰술, 설탕 1작은술, 소금 2/3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1. 샐러드드레싱 재료를 한데 넣고 잘 섞어 드레싱을 만든다.
2. 빵은 반으로 갈라 한 쪽 면엔 버터를, 한 쪽 면엔 머스터드를 펴바른다.
3. 치커리는 다듬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호두는 달군 마른 팬에 살짝 구워 먹기 좋은 크기로 부순다. 이탈리안 파슬리와 딜은 잘게 찢는다.
4. 샐러드 재료를 볼에 담고 드레싱을 적당히 붓고 뒤적여 섞는다. 모자란 간은 소금, 후춧가루로 더한다.
5. 빵에 햄과 치즈를 얹고 치커리 샐러드를 올려낸다.
  

미네스트로네 (3~4인분 기준)

재료 : 베이컨 2장, 양배추 4장, 토마토 1개, 샐러리 1대, 양파·파프리카 ½개씩, 단호박 1/8개, 당근 1/6개,  숏파스타 50g, 치킨스톡 1개, 홀토마토 1컵(무첨가 토마토 쥬스로 대체 가능), 물 3컵, 파마산치즈·올리브유 적당량씩, 월계수잎·오레가노·타임(생략가능)·소금·후춧가루 약간씩

1. 베이컨은 잘게 자르고 양배추는 굵게 채친다. 샐러리, 양파, 파프리카, 당근은 잘게 다진다. 토마토는 사방 1cm 크기로 자른다. 단호박은 껍질째 깨끗이 씻어 얇게 자른다.
2. 냄비에 올리브유를 살짝 두르고 베이컨을 넣어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볶는다. 베이컨이 노릇해지고 기름이 나오면 샐러리, 양파, 당근을 넣어 투명해질 때까지 볶는다.
3. 양파가 투명해지면 토마토와 파프리카, 단호박, 홀토마토와 물을 붓고 월계수잎과 오레가노, 타임 등 허브를 넣는다. 소금 약간과 치킨스톡을 넣는다.
4. 한 소끔 끓고 채소가 부드러워지기 시작하면 숏파스타를 넣어 파스타가 부드럽게 익을 때까지 10분 가량 더 끓인다. 국물이 부족하면 물을 더해가며 끓인다.
5. 채소와 파스타가 모두 부드럽게 익으면 소금, 후춧가루로 모자란 간을 하고 불을 끈다.
6. 그릇에 옮겨 담고 파마산치즈를 갈아 올려낸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강윤희는 음식잡지에서 기자로 일하다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푸드라이터. 음식에 관련된 콘텐츠라면 에세이부터 영화, 레서피 북까지 모든 것을 즐긴다. 영화를 보다가 호기심을 잡아끄는 음식이 나오면 바로 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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