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보다도 인상 깊었던 게 '바나나'가 아니었을까 싶다. 후반 28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아래 맨유) 벤치에서 그라운드를 열심히 누비던 마르코스 로호에게 바나나를 건네줬고, 경기 도중에 바나나를 먹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바나나가 스태미나 회복에 좋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축구 경기 중에 바나나 먹는 모습 보기란 쉽지가 않았기에 이 장면은 매우 흥미로웠다.

맨유가 17일 오전 5시 5분(한국 시각)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2016·2017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 로스토프와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맨유는 1, 2차전 합계 2-1로 로스토프에 앞서면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반면 로스토프는 조직적인 수비와 역습으로 원정 승리를 노렸지만, 맨유의 골문을 여는 데는 실패했다. 

지루했던 경기, '바나나'가 살렸다

맨유는 여유가 있었다. 16강 1차전 원정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원정골을 기록했기 때문에 0-0 무승부만 거둬도 8강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이날 경기는 지루했다. 맨유는 전반 4분 로호의 헤딩슛이 로스토프의 골문을 위협했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슈팅이 골대를 때리며 이른 시간 선취골을 기대케 했지만, 완전히 내려앉은 상대 수비를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높은 점유율을 가져갔고, 오른쪽 풀백 안토니오 발렌시아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이 빛났지만, 슈팅까지 연결되는 장면은 매우 적었다.

전반 29분 후안 마타의 패스를 받은 헨리크 미키타리안이 상대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잡아내기도 했지만, 득점으로 연결하지는 못했다. 4분 뒤 이브라히모비치의 슈팅도 또다시 골대를 때리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맨유는 원정골이 있었기에 서두르지 않았다. 볼을 돌리면서 확실한 기회를 만들려 했고, 좀처럼 전진하지 않는 로스토프 덕분에 큰 위기도 겪지 않았다.

후반전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로스토프는 최전방을 책임진 사르다르 아즈문이 날카로운 슈팅으로 맨유의 골문을 위협하기도 했지만, 분위기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1차전과 달리 짧은 패스를 통해 기회를 만들어갔지만, 슈팅까지 이어진 장면은 많지 않았다. 

맨유의 공격은 전반보다는 조금 좋아졌다. 로스토프가 득점을 위해 전진하면서, 공간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발렌시아가 올려준 크로스를 이브라히모비치가 헤딩슛으로 연결하며 득점을 기대케 했고, 후반 25분 마침내 선취골이 터졌다.

맨유가 상대의 공격을 끊어낸 뒤 빠른 역습을 시도했고, 미키타리안의 낮고 빠른 크로스가 이브라히모비치의 뒷발 패스를 거쳐 마타의 슈팅까지 이어지면서 로스토프의 골망이 출렁였다. 이후 맨유는 더 강하게 몰아치기보다는 경기 속도를 조절하면서, 승리를 가져왔다. 로스토프 크리스티안 노보아의 멋진 프리킥이 맨유 골문 상단 구석을 향하기도 했지만, 세르히오 로메로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가 실점을 막아내면서 경기는 마무리됐다. 

쓰러진 폴 포그바, 무리한 경기 출전이 문제는 아니었을까

이날 맨유의 조세 무리뉴 감독은 유로파리그 8강 진출을 확정했음에도 마음껏 웃지 못했다. 중원의 핵심 폴 포그바가 후반 시작 1분 만에 근육에 이상을 느끼며 그라운드를 떠났기 때문이다. 로스토프 선수와 접촉이 없는 상황이었기에 큰 부상은 아닐 것으로 예상하지만,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만약 포그바가 부상으로 인해 전력에서 이탈한다면, 맨유에게는 큰 손실이다. 중원과 공격을 연결하고, 직접 득점까지 노리는 그가 빠진다면, 맨유는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향한 경쟁에서 뒤처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맨유는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포그바의 부상이 무리한 경기 출전으로 인해 예견됐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올 시즌 포그바는 41경기(EPL·EFL컵·FA컵·유로파리그)를 뛰고 있다. 더군다나 그는 지난해 여름 열렸던 유로 2016에서 결승전까지 소화했다. 올 시즌은 휴식 없이 쭉 달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포그바의 능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될 경기까지 출전하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

문제는 포그바뿐이 아니다. 35살의 '노장' 이브라히모비치 역시 올 시즌 40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그 역시도 지난해 여름 열린 유로 2016에 참가했다. 그는 맨유에서 가장 많은 25골을 기록하고 있는 확실한 골게터지만, 포그바와 함께 부상 위험에 가장 노출된 선수이기도 하다. 수비의 '핵심' 발렌시아가 32경기, '안방마님' 다비드 데헤아가 35경기에 나서고 있단 점을 보면, 포그바와 이브라히모비치의 올 시즌 경기 출전 수는 너무 많다.

제대로 쉬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한 경기 출전이 이어질 경우, 장기간의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포그바의 부상이 심각하지 않다면 다행이겠지만,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을 향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기에 마음이 편치가 않다. 무엇보다 이번 기회에 무리뉴 감독의 선수 운용이 부상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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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VS 로스토프 폴 포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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