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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20차 촛불집회에 등장한 무지개 깃발
 지난 11일 20차 촛불집회에 등장한 무지개 깃발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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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승리했다!"

2017년 3월 11일, 광화문 광장에는 승리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이날의 촛불집회는 불의한 대통령이 국민의 주권에 의해 파면되었음을 몸소 체험하는 자리였다. 위대한 시민들은 자신의 힘으로 일궈낸 값진 승리를 만끽했고, '박근혜 이후의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를 한껏 드러냈다.

그러한 기대를 반영하듯 '2017 촛불권리선언'이 발표됐다. 지난 2월 18일 열린 '촛불권리선언을 위한 시민 대토론'에서 수렴한 의견을 토대로 작성된 선언문은 두 차례의 성안위원회 토론을 거쳐 탄생했다. 선언문은 "불의와 억압이 있는 곳에 우리 시민들의 저항이 있었다"는 가슴 벅찬 첫 문장을 시작으로 촛불의 의미를 새기고, 한국 사회 내 적폐를 되짚으며, 민중의 기대와 요구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밝힌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촛불권리선언에 대한 반대 입장 하나가 발표됐다.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아래 반동연)는 성명을 통해 "LGBT(성 소수자 중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합쳐서 부르는 단어)·성 소수자 옹호와 공권력 무력화 시도 '2017 촛불권리선언'의 문제된 내용을 당장 폐기하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어수선한 정국을 틈타 LGBT·성 소수자들, 공권력을 무력화시키는 세력까지 완전 신바람이 난 형국"이라고 힐난하며 촛불권리선언 내 두 가지 내용을 문제 삼았다.

논평에서 처음으로 언급한 문제점은 "경찰과 사법기관, 정보기관은 시민이 승인하는 제도에 의해 민주적으로 통제돼야 한다"는 조항으로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법치'의 근간을 이루는 헌법은 모든 국가기관이 국민에 의해 통제, 운영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은 국민의 주권을 뛰어넘을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러나 반동연은 자신들의 주장과 관련하여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 '공권력 무력화 세력', '국가혼란획책'이라는 원색적 표현을 제외하면 '민주적 통제를 통한 국가기관 운영'에 대한 비판은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

 반동성애기독교시민연대의 '촛불권리선언 규탄 성명'에 대한 <크리스천투데이> 보도 갈무리
 반동성애기독교시민연대의 '촛불권리선언 규탄 성명'에 대한 <크리스천투데이> 보도 갈무리
ⓒ 오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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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반동연의 논평은 촛불권리선언의 다른 부분을 공격하는 것에 집중한다. 바로 성 소수자에 대한 내용이다. 성 소수자가 촛불의 주체임을 확인하는 한편, 국가와 사회가 차별과 혐오를 예방하고,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할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명시해두었다는 이유("성적지향 및 성별 정체성, 성소수자,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성평등을 실현할 적극적인 제도를 도입하고 성평등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로 '일반국민에 대한 역차별'을 운운하며 적극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촛불의 본질적 요구를 흡집 내는 행위임과 동시에 촛불 시민 전체에 대한 모독이다. 촛불의 요구는 단지 정권교체가 아니었다. 불평등과 억압, 부조리에 맞서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하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확인하고 실현하는 자리였다. 성 소수자도 변화의 주체로서 촛불을 들고 깃발을 펼쳤다. 20번의 촛불집회를 거쳐오는 동안 성 소수자가 없는 광장은 단 하루도 없었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촛불권리선언이 문제인가? 집회에 매번 참석하여 목소리를 보탠 성 소수자를 촛불의 주체로 명시하는 것이 억지인가? 차별과 혐오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국민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에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불합리한가?

촛불권리선언은 단지 평등과 존엄, 민주주의의 실현을 요구한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 사태는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 조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이를 부정하고 성 소수자의 권리를 짓밟거나 이들의 국민적 주체성을 부정한다면 그것이 과연 헌법에 합치한다고 할 수 있을까. 정녕 이러한 행위를 '박근혜 이후 민주주의'라 감히 칭할 수 있는 걸까.

더 이상의 '블랙리스트'는 용납될 수 없다. 무엇에 근거하든 말이다. 절대 권력에 대한 복종을 '사명'으로 여기는 이들이여.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지금은 변화의 때다. 성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핍박과 조롱의 대상이 되는 시대를 청산해야 할 때이기도 하다.

혐오와 차별은 지극히 옛사람의 것이다. 바라건대, 이제는 새 옷을 입길 바란다. '돌로 쳐 죽이는 일'이 아닌 '사랑과 베풂'에 앞장서는 주님의 일꾼들이 되어주길 소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을 던지겠다면 달리 막을 방도는 없다. 다만 가만히 맞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분연히 일어서 찬연한 우리의 사랑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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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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