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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캡처
▲ 한전 화면캡처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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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개요

지난 3월 5일(일) 낮부터 내가 사는 건물(송파구 가락2동)의 전기공급이 불안했다. 급기야 저녁 8시경,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가운데 몇 차례 전기가 들어왔다 나가는 과정을 거친 뒤 우리 건물만 전기공급이 끊어졌다. 일요일이었지만, 한전(한국전력공사)에 전화하니 30여 분 만에 출동해서 전기공급이 재개되었다. 휴일인데다가 날씨도 궂고 밤늦은 시간이라는 점 등으로 수고하신 분들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전기공급이 재개된 후, 보일러가 먹통이 됐다. 너무 늦은 시간(휴일 오후 9시가 넘은 시간)이라 보일러는 A/S 신청을 할 수 없었고, 할 수 없이 전기 장판에 의지해서 밤을 보냈다.

다음 날 식구들은 냉수로 세수만 하고 출근할 수밖에 없었다. 보일러 고장의 원인은 전기충격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었고, 파워박스를 교체한 뒤에 정상작동되었다. 문제는 우리 집 보일러만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같은 건물에 있는 보일러 중에서 두 대가 더 고장이 났다는 것이다. 보일러마다 증상은 달랐고, 한 집은 아예 보일러를 교체해야만 했다. 보일러 수리비만 총 70만 원 정도가 들었다.

사건의 원인 추정

이전에도 간혹 정전된 적이 있었지만, 가전제품이 고장 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리고 한 건물에 있는 보일러 3대가 정전 이후에 동시에 고장이 났다면, 정전되기 전에 전기가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했던 것이 원인일 수 있겠다고 추정했다. 낮에도 그런 일이 있었고, 밤에 바람이 좀 더 심하게 불면서 몇 차례 전기가 공급이 되었다 끊기기를 반복했기 때문에 전자제품에 손상이 온 것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전에서 수리하러 오신 분은 '건물로 들어오는 선이 노후되어(건물을 지은 지 20년 정도 되었다) 바람에 접촉이 불안정했던 것'이 정전의 원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서비스를 공급하는 선의 문제이므로 한전에서 일정 정도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적은 금액도 아니고 보일러 수리비와 교체비가 70만 원이나 들었으니 일정 정도는 한전에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전 직원들의 상담과 방문조사

한전(강동송파지점) 직원과 통화를 했고, 한전에서 현장조사를 나왔다. 나는 '사건의 원인 추정'에서 밝힌 바대로 일정 정도 보상을 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한전에서는 수리비 영수증을 첨부하라고 했기 때문에 당연히 일정 정도의 보상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한전에서는 자신들의 중대한 과실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보상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전기사업법에 따라 전기공급이 중지된 시간의 전기요금의 3배를 보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인터넷 조사자료를 제시하면서 이번에 고장 난 G사의 보일러가 저압에서 정전되었을 때 취약하다며, 보일러 회사의 문제이므로 한전에서는 규정에 따른 보상 외에는 힘들다고 했다. 그 근거는 본 건물에 타사의 보일러도 있었지만, 그 보일러는 이후에도 정상가동되는데 특정사의 보일러만 고장났다는 점, 다른 전자제품은 이상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필자는 노후한 전선과 접촉 불량 때문에 전기공급과 차단이 반복되면서 보일러에 손상을 주었다고 판단되니 한전에서도 일정 부분 보상을 해주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조사를 나온 직원들은 논의해서 결과를 통보하겠다고 했으며, 나는 만약에 규정대로라면 돈 만 원도 되지 않을 것인데 그런 보상을 받느니 이 문제를 다방면으로 제기하겠다고 했다.

사흘 뒤의 결과는?

사흘이 지나도 결과에 대한 통보가 없어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담당자는 보상금액이 너무 적어서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아서 아예 전화하지 않았다고 한다. 보상금액은 놀랍게도 가장 비싼 전기요금을 기준(3가구이므로)으로 3배 보상을 했을 때 '1000원 정도'라고 했다.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불복하면 민원을 제기할 수밖에 없단다. 조사를 나왔을 때에는 "민원제기로 해결이 안 되면 소송을 하면 된다"고 해서 헛웃음 나오게 하였는데 참으로 난감한 일이었다.

보상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한전 측의 대답은 늘 한결같이 "논의한 후에 전화하겠습니다"였다. 그러나 늘 한결같이 사흘을 기다려도 전화가 없어 다시 전화하게 했다. "담당자가 휴가를 갔습니다"라는 답변, "보상금액이 적어 수긍하지 않으실 것으로 생각하여서"라는 답변을 듣고는 아연실색했다.

불성실한 답변에 대해 항의하자, 현장조사를 나왔을 때 자신들은 "보상이 만족할 만큼 나오지 않으면 소비자원이나 다른 방법을 취하신다고 해서 당연히 그렇게 했을 줄 알고 전화를 주지 않았다"고 했다. 적극 이 문제를 이슈화하겠다고 하자, 통화 끝에 덧붙이는 말은 "저희가 대응할 수 있으면 대응할 것입니다"라는 말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마치 겁박을 하는 듯한 뉘앙스로 들릴 수밖에.

그런 식의 정전이 아니었다면?

'노후한 선과 접촉불량으로 인한 정전'이라는 부분은 수리기사들이 원인으로 알려준 내용이다. 그런데 현장 조사를 나온 분들은 특정 보일러만 고장났으며, 그 보일러가 취약하다는 자료까지 제시하면서 특정 회사의 보일러를 사용하는 소비자의 문제라는 식으로 몰아간다.

게다가 전액을 보상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수리비의 50%~70%를 보상해 준다면 합당할 것이라고 의견도 피력했다)도 아니고, 추운 겨울 불편함에 대한 것들을 보상해 달라는 이야기도 아닌데, 전기사업법인지 뭔지 하면서 "천원도 안되는 데요"라는 말도 그렇지만, "이런 경우 보상한 전례도 없었고 규정도 없다"는 앵무새 같은 말에, 내가 낸 세금 일부가 공기업 한전에도 들어가겠거니 생각하니 화가 치민다.

이런 때 어떻게 보상을 받아야 할까요? 지혜를 더해 주실 분 안 계신가요? 일단, 상징적으로 보상비 천 원이라도 받을까요?


태그:#한전, #소비자고발, #정전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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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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