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경기에서 패하는 것만큼 화나는 일이 있을까.

인천 전자랜드가 14일 오후 7시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창원 LG와 경기에서 85-91로 패했다. 이로써 전자랜드는 공동 5위에서 6위로 내려앉았고, 7위 LG와 승차가 1경기까지 좁혀졌다. 반면 LG는 지난 11일 서울 SK에 당한 아쉬운 패배를 만회하는 데 성공했고, 막판까지 6강 플레이오프의 향방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전자랜드에 정말 아쉬웠던 경기였다. 충분히 이길 수 있었고, 실제 경기도 잘 풀어나갔다. 경기 초반 LG의 강한 압박 수비에 고전하기도 했지만, 차바위의 3점슛과 강상재의 골밑 활약을 앞세워 리드를 잡아나갔다. 특히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3연속 공격 리바운드를 따내는 등 골밑 싸움에서도 우위를 보였다.

그런데 부상과 실책이 문제였다. 1쿼터 막판 전자랜드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인 강상재가 리바운드에 가담하던 중 오른쪽 발등을 접질리면서, 더 이상 코트에 나서지 못했다. 1쿼터 종료 직전에는 전자랜드 '실책 쇼'의 시작을 알렸다. 빠르게 진행한다면, 마지막 공격을 시도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제임스 켈리의 어처구니없는 패스가 LG 김시래의 버저비터 3점슛으로 이어졌다.

득점에 실패했더라도, 24-19로 마칠 수 있는 상황이 24-22 접전으로 끝난 것이다. 이 실책의 여파는 매우 컸다. 2쿼터 시작과 함께 LG가 분위기를 잡았고, 조성민의 연속 3점슛과 제임스 메이스의 골밑 장악력이 살아나면서 점수 차를 벌렸다. 반면 전자랜드는 2쿼터 3분여가 남은 시점까지 무려 8개의 실책을 범하면서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6강 플레이오프의 향방이 결정될 수도 있는 경기였기 때문일까. 전자랜드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3분 30초간 LG의 득점을 틀어막았고, 김상규의 3점슛과 박찬희의 속공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그런데 실책이 또 터져 나왔다. 켈리의 무리한 공격이 상대의 속공으로 이어졌고, 정효근의 안일한 패스가 LG 공격의 시작을 알렸다. 

그럼에도 전자랜드는 다시 한 번 집중력을 발휘하며 승기를 잡는 듯했다. 정영삼이 3점슛 성공과 함께 김시래의 반칙까지 얻어내며 4점 플레이를 완성했고, 박찬희의 스피드를 활용한 속공이 점수 차를 5점으로 벌렸다. 4쿼터 5분이 흐른 시점에 전자랜드는 15점을 몰아쳤고, LG는 2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웃지 못했다. LG 마리오 리틀의 3점슛이 터지면서 시소게임이 이어졌고, 경기 막판 어이없는 실책과 켈리의 무리한 공격 시도로 다 잡았던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돌아온 켈리에 대한 아쉬움

이날 전자랜드는 무려 20개의 실책을 범했다. LG도 17개의 실책을 범하면서 시소게임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더 많았던 실책 3개가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실책만큼 아쉬웠던 것은 돌아온 켈리의 수비였다. 이날 켈리의 기록은 나쁘지 않았다. 28득점을 몰아넣었고, 11개의 리바운드를 따냈다. 자유투도 8개 중에 6개를 넣으면서 집중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정효근과 함께 가장 많은 5개의 실책을 범했고, 메이스의 적극적인 골밑 공략을 막아내는 데 실패했다.

켈리의 수비는 매우 허술했다. 메이스의 포스트업에 너무나도 쉽게 밀렸고, LG 선수들의 빠른 움직임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수비에 대한 의지를 볼 수가 없었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이날 켈리는 단 1개의 반칙도 범하지 않았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수치다. 더군다나 켈리는 전쟁터나 다름없는 골밑 수비를 도맡았다.

전자랜드의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서는 켈리의 각성이 절실하다. 개인보다는 팀을 위하는 자세로 무리한 공격 시도를 줄여야 하고, 수비에서는 투쟁심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정효근과 김상규, 이날 부상을 당한 강상재가 골밑에 힘을 더해주고, 골밑이 강한 커스버트 빅터가 있지만,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것은 켈리다. 공격도 중요하지만, 켈리가 수비에서 중심을 잡아주느냐에 전자랜드의 미래가 달려있다.

전자랜드는 이날 패배로 7위 LG와 1경기 차로 좁혀졌고, 남은 일정도 좋지가 않다. 올 시즌 마지막 4경기에서 안양 KGC(1위)와 원주 동부(5위), 서울 삼성(3위), 전주 KCC(10위)를 차례로 만난다. KGC와 삼성은 올 시즌 5번 맞붙어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고, 동부에도 2승 3패로 열세다. KCC에만 3승 2패로 앞서있지만, 확실한 우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과연 켈리는 자신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준 유도훈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을까. 켈리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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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랜드 VS 창원 LG 제임스 켈리 KBL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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