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명단에 승선했던 두산 선수는 총 8명으로 10개 구단 통틀어 가장 많은 숫자였다. 게다가 시기상 WBC가 시즌 직전에 치러지기 때문에 대회 참가로 인한 후유증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태형 감독은 캠프 초반부터 이 부분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고 선수들도 공백을 메우려는 의지가 매우 강했다.

대표팀에 차출됐던 선수들은 2라운드 진출 실패를 뒤로 하고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두산 입장에서는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을 덜어냈다. 두산의 시즌 초반 운영에 있어서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였으나 그럴 일은 없을 듯하다. 오히려 스프링캠프 내내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지속되면서 김태형 감독은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그동안 두산의 화수분 야구는 투수보다 야수 쪽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이종욱(현 NC)을 시작으로 지난해 류지혁까지 매년 새로운 얼굴이 등장해 팀의 성장을 이끌었다. 그런데 올해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투수 쪽에서도 화수분 야구의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유일한 단점인 계투진마저 나아진다면 두산의 압도적인 1강 체제도 가능하다.

두산 함덕주 올시즌 5선발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올시즌을 통해 아직 다 보여주지 못한 잠재력을 터뜨릴 수 있을까.

▲ 두산 함덕주 올시즌 5선발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올시즌을 통해 아직 다 보여주지 못한 잠재력을 터뜨릴 수 있을까. ⓒ 두산 베어스


판타스틱 4의 진화, 함덕주가 마지막 퍼즐조각 채운다

지난해 KBO리그를 압도했던 판타스틱 4는 70승을 합작했지만 이들에게도 아쉬운 요소는 존재했다. 바로 5선발이다. 시즌 내내 5선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펼쳐졌지만 안규영, 고원준, 이현호 등 시험대에 오른 투수들 모두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판타스틱 4가 지난해처럼 활약해준다면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선발 자원이 많다고 해서 나쁠 게 전혀 없다. 지난해 두산이 1위 자리를 위협받던 7월 말~8월 초에는 판타스틱 4가 흔들리면서 마운드 전체가 위태로웠다. 안규영, 이현호 역시 선발 노릇을 하지 못했다. 한 시즌을 타선의 힘만으로 버티기엔 쉽지 않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김태형 감독은 스프링캠프 전부터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한 함덕주를 비롯해 이현호, 고원준, 안규영 등 기존 5선발 후보들은 물론이고 김명신, 박치국 등 젊은 투수들까지 경쟁에 뛰어들었다. 많은 자원 속에서 '옥석 고르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스프링캠프에서 자체 청백전과 연습 경기를 통해 많은 투수들이 시험대에 올랐고 그 결과 다른 투수들보다 경쟁에서 한 발 앞서나간 함덕주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함덕주는 지난 달 27일 소프트뱅크를 상대로 3이닝 동안 1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눈도장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18일 고척 넥센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해 사실상 5선발 경쟁의 종지부를 찍었다. 김태형 감독은 "지금 로테이션 순서가 정규시즌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혀 함덕주를 5선발로 낙점했다는 뜻을 내비췄다.

판타스틱 4처럼 매 경기 6이닝 이상을 소화하지 않더라도 본인의 몫만 해주면 된다. 4~5이닝을 완벽하게 소화할 투수가 없어 고생했던 지난해를 생각하면 함덕주의 등장은 두산 입장에선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시범경기의 좋은 흐름이 정규시즌에도 이어진다면 '판타스틱 4+1' 꿈의 5선발 완성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두산 박치국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박치국의 성장세는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 두산 박치국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박치국의 성장세는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 두산 베어스


화수분 2.0, 두산 왕조는 이제부터 진짜 시작

5선발 경쟁에서 밀려난 박치국과 김명신에게도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특히 지난주 세 경기에 등판해 3.1이닝 동안 5피안타 2탈삼진 3사사구 ERA(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한 박치국은 김태형 감독의 후반기 히든카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 감독은 제구를 가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박치국의 잠재력에 있어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외에도 김명신이나 150km 후반대의 강속구를 꽂을 수 있는 이동원도 언제든지 1군 진입을 노릴 수 있는 투수들이다. 이용찬과 정재훈 두 주축 투수가 수술 및 재활로 전력에서 이탈한 가운데 개막전 엔트리에 승선할 영광의 주인공이 나올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야수진은 기존 백업 멤버들의 성장이 눈에 띈다. 국해성, 김인태, 이성곤 등 백업 멤버들 중에서도 기회를 많이 받지 못하는 선수들이 독기를 품고 있다. 지난주 주전 야수들의 체력 안배 차원에서 이들에게 꽤 많은 기회가 주어졌는데, 특히 김인태는 지난 주말 넥센과의 2연전에 출전해 9타수 5안타를 기록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2017시즌 두산은 '화수분 야구'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전력에서 마이너스가 될 만한 요소가 없었고, 오히려 유일한 약점이었던 마운드에서도 젊은 투수들이 가세해 활력을 불어넣었다. 방심만 하지 않는다면 올해도 두산이 우승 후보라는 의견에 의심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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