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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헤대통령탄핵심판 선고가 이정미헌재소장 권한대행 주재로 열리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헤대통령탄핵심판 선고가 이정미헌재소장 권한대행 주재로 열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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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박근혜 대통령은 곧바로 '전직' 신세가 됐다.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당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도 얻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8인은 그의 헌법과 법률 위반이 중대한 만큼 대통령직을 파면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할 수 있다고 천명했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모든 주장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특히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렸던 '세월호 7시간 문제'는 파면사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국회 탄핵소추위원회는 박 전 대통령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 동안 행적이 불분명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최고결정권자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생명권 보호 의무 있지만... 법리 해석에 막힌 세월호 책임

하지만 재판부의 생각은 달랐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세월호 침몰사건은 모든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고통을 안겨 준 참사"라면서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 상황이 발생했다고 피청구인(대통령)이 직접 구조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 의무까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성실'이라는 단어도 문제였다. 국회 탄핵소추위원회는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직을 성실히 수행해야 할 의무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성실'의 개념이 상대적이고 추상적이라 이 규정을 위반했다고 파면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대행은 "헌법재판소는 이미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는 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대상이 될 수 없어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 결정상 잘못 등이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사고는 참혹하기 그지없으나, 참사 당일 피청구인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했는지 여부는 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은 이 부분에서 다른 재판관들과 입장이 나뉘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성실 의무를 어겼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참사 당일 오전 9시 40분경 해양수산부가 '심각' 경보를 발령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10시쯤 보고받은 내용을 보면 충분히 심각하고 급박한 상황임을 인지할 수 있었다며 '언론사 오보 때문에 정확한 상황을 파악 못 했다'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재판관은 "참사 당일 국가 구조 제대로 작동 안 해... 무책임·불성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불성실함'도 꼬집었다. 그가 오전 10시 15분과 10시 22분 국가안보실장에게, 10시 30분 해경청장에게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전화로 지시했다지만 통화기록을 제출하지 않아 믿을 수 없고, 이 지시 내용은 매우 당연하고 원론적이라는 지적이었다. 이들은 또 박 전 대통령이 참사 당일 별다른 이유 없이 저녁까지 관저에 머무른 것은 무성의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진정한 국가 지도자는 국가 위기의 순간에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자 및 그 가족들과 아픔을 함께하며, 국민에게 어둠이 걷힐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지도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은 일상적인 상황이 아니라, 국가위기가 발생하여 그 상황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이를 통제, 관리해야 할 국가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이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 4월 16일이 바로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중략) 국가 최고지도자가 국가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하여도 무방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우리의 유산으로 남겨져 수많은 국민의 생명이 상실되고 안전이 위협받아 이 나라의 앞날과 국민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므로 피청구인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을 지적하는 것이다."

다만 두 재판관은 박 전 대통령이 성실 의무를 위반한 일을 파면사유로 삼기에는 부족하다고 봤다. 파면의 근거로 내세우려면 어떤 행동이 성실 의무를 위반했는지 규정한 법률이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였다. 이들은 또 박 전 대통령이 일부러 직무를 방임하거나 포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헌재가 인정하지 않은 탄핵사유는 더 있다. 재판관 8인은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이익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의 사직을 강요하고 '정윤회 국정농단 문건' 유출사건을 보도한 <세계일보>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국회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그동안 나온 자료들만으로는 박 전 대통령이 공무원 임면권을 남용해 노태강 국장 등의 사직을 강요하고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공무원 임면권 남용 등은 증거 부족... 안창호 "권력 구조 개혁 필요"

한편 안창호 재판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지적하는 보충의견을 냈다. 그는 "대통령 권력을 과도하게 집중시킨 현행 헌법의 권력 구조는 최서원(최순실의 바뀐 이름)의 국정개입을 조장함으로써 권력행사와 민주적 정당성과 절차적 투명성 확보에 심각한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며 "협치와 투명하고 공정한 권력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권력공유형 분권제로 전환하는 권력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 재판관은 또 대통령 파면 결정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은 국민 모두에 대한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라며 "대통령의 법 위반 행위는 일반 국민보다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할 것이므로 엄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피청구인에 대한 파면 결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기반으로 한 헌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며 우리와 자손이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에서 정의를 바로 세우고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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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