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평소와 달리 정문이 닫힌 운현초등학교, 운현유치원 정문
 평소와 달리 정문이 닫힌 운현초등학교, 운현유치원 정문
ⓒ 김성욱

관련사진보기

 


"엄마, 아가리 찢는다는 게 뭐야?"



헌법재판소 주변 탄핵 반대 시위대의 발언들이 주변 학교와 유치원을 다니는 어린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견디다 못한 학교와 유치원이 탄핵결정 선고 당일 임시휴업하기로 했다.



지난 8일부터 헌재 주변 안국역 5번 출구 앞 도로에서 이어지고 있는 탄핵 반대 집회 발언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도로 바로 옆에 위치한 운현어린이집, 운현유치원, 운현초등학교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참을 수 없는 건 단지 불편뿐 아니다.



9일 오후 퇴교시간에도 500여명의 시위대가 학교 앞 도로에서 시위를 이어가자 걱정되는 마음으로 아이를 데리러 온 한 학부모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우리 아이가 어제 '엄마, 아가리 찢는다는 게 뭐야? 아까 들은 것 같은데'라고 하더라"며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기도 했다. 이에 옆에 있던 다른 학부모는 또 자신에게는 아이가 '아오지 탄광'이 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이 같은 반응은 어제부터 시작된 탄핵 반대 집회에서 나온 선정적인 표현들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8일 집회에서 방송차를 통해 크게 울려 퍼진 연설에는 '쓰레기' '종북좌빨' 같은 말과 "박살내자", "작살내자"는 등 과격한 표현이 난무했다. 또 여러 집회 참가자들은 온갖 육두문자를 써가며 분노를 표출했다.



운현초, 개방해두던 정문과 주차장 앞 펜스 폐쇄


사정이 이렇다보니 집회 참가자들이 화장실이나 벤치 등을 이용하려고 학교 안으로 들어오는 데에 불안을 느낀 학부모들이 집회 참가자의 학내 진입을 가로막았고, 이들 사이에 마찰이 생기기도 했다.



이날 오후 2시께에는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한 한 50대 여성이 교내 화장실을 이용하려다 제지당했다. 이 여성은  제지한 학부모에게 "니가 여기 선생이냐, 니가 여기 다니냐, 구경도 못하냐"고 소리치며 화를 냈고, 학부모가 경찰에 신고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운현초의 학부모 김아무개씨는 "시위와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기본적인 학습권과 안전이 보장돼야"한다고 말했다. 직접 교육청에 휴교 요청을 했다는 운현초 학부모 정아무개씨는 "내일(10일)은 (헌재 탄핵심판 선고로 인해)아무래도 시위가 더 격렬해질 텐데,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대와의 크고 작은 갈등이 계속되자 학교측은 평소 개방해두던 정문과 주차장 앞 펜스를 폐쇄했다. 하루 전부터 이어진 학부모들의 거듭된 요청으로 운현유치원과 운현초등학교는 10일 하루 임시휴업하기로 했다.
 

태그:#헌법재판소, #탄기국, #태극기 집회, #박사모, #운현초등학교
댓글5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