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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재 기사는 지난 여름에 연재하였던 <제주 아이들이 소개하는 환경여행지> 그 다음 이야기로서, 이번에는 '제주 역사'를 주제로 여행하고 돌아와 어린 여행자들이 직접 쓴 여행기입니다. 덧붙이자면, 현재 제주시 광양초등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5학년 어린이들이 프로젝트 수업 과정에서 부모나 교사의 도움 없이 모둠별로 여행지를 선택하고, 제주역사를 공부하고, 교통이나 각종 정보를 조사한 후, 예산을 짜고, 좌충우돌 여행을 다녀오기까지 배우고 느낀 점을 쓴, 각자 인생에서 보자면 최초의 여행기인 셈입니다.

이를 위해 아이들은 친구들이 쓴 여행기를 돌려 읽고서, 살릴 부분과 삭제할 부분을 가려낸 후, 전체적인 흐름에 맞게 고치고 추가하는 '집단 글쓰기'의 고단하지만 의미 있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따라서 문장의 짜임새가 부족하고 투박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점을 누군가에게 전하고자 하는 진지함만큼은 부족하지 않게 담겼습니다. 더불어, 아이들끼리 떠난 '스스로 여행'의 앞뒤 맥락에 대한 설명을 그들의 교사인 제가 얼마 정도의 글을 덧붙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기자의 말

 날아갈 것 같은 우리들
 날아갈 것 같은 우리들
ⓒ 김문이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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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나는, 여행은 압축된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또 하나의 삶이라고 생각해왔다. 짧던 길던 한 번의 여행 안에는 삶의 여러 감정과 장면들이 녹아들기 때문이다. 설렘과 두려움으로 시작해서 길을 걷고 성장하다 때론 갈등하고 좌절하기도 하는, 그러다 마침내는 성취감과 아쉬움을 동전의 양면처럼 품에 안고 지난 시간들을 추억하는, 그 삶의 지난한 과정들이 길 위에 빠짐없이 펼쳐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삶의 긴 과정에서 배워야 할 많은 것들을 그 짧은 여행길 위에서 만나고 느끼고 깨닫게 되는 모양이다. 세상과의 만남과 함께 일상의 삶 속에서는 잊고 살았던 나의 많은 것들, 이를테면 나의 꿈과 자유와 욕망과 별과 사막 같은 것들을 어렴풋이나마 만나게 될 때 여행은 나에 대한 발견이 되고, 세상에 대한 배움이 되고, 또 하나의 삶이 된다.

이것이 내가 아이들과 여행수업을 하는 이유일 것이다. 배움은 삶의 자리와 맞닿아 있어야 한다는 어떤 믿음. 돌아보면 내 인생에서 크고 작게 내 삶에 영향을 주었던 배움들은 반드시 교실이나 학교 안으로 국한되지도, 꼭 교사의 가르침에 기인하지도 않았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삶과 연결될 때 일어났고, 그럴 때, 세월이 지나고도 내 가슴에 남아있는 것 같다.

'여행과 글쓰기' 프로젝트는 비록 하루짜리 여행이지만, 아이들 스스로 실행하는 여행이기에,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미 그들은 설렘과 두려움의 감정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지난한 과정들을 체험하게 한다. 여행을 떠나 길 위에서는 자기들끼리라는 자유로움과 그래서 사뭇 진중해지는 책임의 무게를 즐긴다. 그러다 또 계획대로 실행되지 않는 돌발 상황을 만나 이에 대처하면서 친구들과 갈등을 겪기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용기를 얻기도 하며 우여곡절 문제해결을 향해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평소 알지 못했던 나의 과감함이나 소심함, 새로 발견하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 나도 깜짝 놀라는 나의 능력이나 부족함 등을 만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돌아와 짧았던 시간을 아쉬워하며 무용담을 늘어놓고, 그 이야기를 글로 옮기며 친구들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행복이라는 느낌으로 몸에 새겨 넣게 된다.

다섯 번째 모둠 아이들에게 '스스로 조직한 하루짜리 여행'이 어떤 감정과 배움으로 남아있는지 궁금하다. 이제 그들이 직접 쓴 여행기를 소개하겠다. 시외버스를 타고 구좌읍 세화리의 제주해녀박물관까지 다녀왔다. 어쩌다 한 아이가 돈을 잃어버렸다. 본인은 물론 모둠 아이들 전체가 당황했다. 마침 그 순간, 교사인 내가 그 아이들의 여행에 접속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였다.

마침 나를 본 아이들은 '선생님 어떻게 해요?'라고 물어왔지만, 나는 들은 체 만 체했다. 그러자 아이들이 주섬주섬 지폐를 꺼내고 동전을 꺼내고 한 푼 두 푼 세었다. 그 다음 이야기는 그들의 여행기를 읽어보면 아마 알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그 순간, 그 상황,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했던 행동들이, 아이들 각자에게 어떻게 남아 있을까 궁금한 것이다. 아마도 아이들마다 조금씩 다른 느낌으로 남았을 것 같다. 하지만 머릿속 한 장의 사진이 되어 오랫동안 삶의 중요한 장면으로 남을 것은 한 가지가 아닐까 싶다. 

우리끼리 다녀온 제주해녀박물관 여행

글과 사진: 광양초 5학년 김보형, 문준, 이하늘, 정예경, 조인성

우리 '김이문정조' 모둠은 '별가사리' 모둠과 같이 해녀박물관에 가기로 한 후 어떻게 가는지와 밥은 어디서 먹을 것인지 등 여러 가지를 조사했다. 저번에 갔던 환경여행과 달리 제주의 역사를 알아보러 간다. 제주의 해녀에 대해 배우고 해녀의 항일 운동까지 알아보는 여행이다. 그리고 역할도 나누었는데 메모는 예경이, 사진 찍기는 하늘이, 돈 관리는 준이, 길잡이는 보형이, 휘성이는 잡일을 하기로 했다.

 해녀박물관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해녀박물관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 김문이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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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하루 전날 밤 우린 여행이 '재미있을까?' 걱정도 되고 기분도 좋아서 밤잠을 설쳤다. 하늘이는 3시에 일어났다가 자다 깨고 또 깨고 하다가 6시에 일어났다. 그런데 예상보다 학교에 애들이 빨리 왔다. 8시 40분까지 모여서 9시 5분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었는데 생각보다 애들이 빨리 와서 8시 46분에 1인당 1300원을 내고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하늘이는 멀미를 했다. 버스 안에 사람이 조금 많아 불편했다. 그래서 준이와 휘성이가 버스 안 공기가 안 좋다고 창문을 열었더니 시원하고 멀미도 안 했다. 점점 추워지긴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해설사 선생님과는 10시 30분에 만나기로 했었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용쌤께 연락했다. "선생님 저희가 버스를 일찍 타서 해설사 선생님과 만날 시간보다 해녀박물관에 빨리 도착하는데 어떡하죠?"라고 우리는 물어보았다. 용쌤께서 "일단 해설사 선생님께 연락해 보고 시간 조정이 안 되면 그 주변을 둘러보다가 시간 맞춰 가야지"라고 하셨다. 우리는 지금 해설사 선생님께 연락해서 시간을 앞당기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해 그냥 주변을 둘러보다가 시간 맞추어 가기로 했다.

우린 해녀박물관에 내린 후 배가 고파 CU에서 군것질을 했다. 준이와 휘성이는 '눈을 감자'를 사먹고 하늘이는 젤리를 사먹었다. 예경이는 아무것도 사먹지 않았다. 휘성이는 이어폰도 샀다. 이때부터 휘성이가 좀 불안했다. 일단 군것질을 한 후 해녀박물관에 걸어갔다. 우린 먼저 해녀박물관에 들어가기 전 단체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아~ 뭘 먹을까?
 아~ 뭘 먹을까?
ⓒ 김문이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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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무료이기 때문에 돈은 내지 않았다. 학부모님 계산하실 때 안내 해주시는 분께 "혹시 해설사 선생님께서 언제 쯤 오시는지 아시나요?"라고 물어보았다. 그런데 안내 해주시는 분께서 "오늘 해설사 선생님 한 분 밖에 안 오시는데? 아까 어떤 남자 아이들 4명이랑 어른 1분 오셔서 그쪽 설명해주시러 지금 안으로 들어가셨는데"라고 답해주셨다. 우리는 황당했다. '분명히 아까 들어간 남자 아이들은 5-1반 모둠 같은데, 왜 우리 모둠 해설사 선생님께서는 없지?'라고 생각했다.

우린 이 황당함을 뒤로 묻어두고 빨리 설명 들으러 전시실에 들어갔다. 다행히 설명이 많이 진행되지는 않았었다. 그래서 우린 5-1반 모둠과 같이 설명을 듣고 기록하고 구경을 했다. 설명 듣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이가 휘성이가  없어졌다고 했다. 원래 휘성이가 좀 불안했는데 괜히 불안한 것이 아니었다. 우린 휘성이를 찾으면서 설명 듣고 기록하고 사진 찍고 이러고 있었다.

그런데 좀 지나자 아이들이 어수선해지고 흩어져서 해설사 선생님께서 당황하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설사 선생님께서 "설명 듣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는 것 같으니 자유 관람 하고 싶으면 하고 설명 듣고 싶으면 설명 들으세요"라고 하셨다. 그때 정체불명의 학생들이 몰려와서 더 어수선해졌다. 우리는 각각 자유 관람도 하고 설명도 들었다.

잠시 후에 휘성이가 나타났다. 예경이와 하늘이는 갑자기 나타난 휘성이 보고 "어디 있었어!" "개인행동 좀 하지마!" 이렇게 잔소리를 했다. 하지만 얼마 안 되어 휘성이는 또 사라졌다. 우리는 휘성이를 찾는 걸 포기하고 설명을 자세히 들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께서 제주 해녀 항일운동을 인정하신 것, 제주해녀 항일운동이 최초의 여성 항일운동이며 국내 최대 규모라는 것, 해녀들이 열심히 번 돈을 기증하여 무너진 학교를 다시 지은 것 등 설명을 들었다. 우리는 해녀는 엄청난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유네스코 세계 무형유산 등록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잘 되었으면 좋겠다.(그 후 최근에 등록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어 기뻤다.)

 해녀박물관 앞에서, 이제 어디를 갈까?
 해녀박물관 앞에서, 이제 어디를 갈까?
ⓒ 김문이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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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다음에 제3전시실에 갔더니 배가 있었다. 전시용 배가 아니고 사연이 있는 배였다. 일본에 갔다 온 배를 그대로 가져다 놓았다고 했다. 설명을 다 듣고 구경하고 나와 보니 휘성이가 혼자 의자에 앉아 쉬고 있었다. 우린 휘성이에게 또 잔소리를 한 후 해설사 선생님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할 거 다하고 나와 보니 전망대와 어린이 해녀관을 못 갔다. 휘성이는 우리가 설명을 듣고 있을 때 5모둠 주현이와 다녀왔다. 우린 전망대와 어린이 해녀관을 못간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제주해녀 항일운동탑에 걸어갔다.

운동탑에서도 기념사진을 찍고 5모둠과 헤어져 밥을 먹으러 갔다. '부엌인 세화'에 갔는데… 오-마-이-갓! 휘성이가 돈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이런 경우가 있다니, 우리는 순간 짜증이 나고 엄청 황당했다.(역시 휘성이가 불안하다 했어!) 군것질도 많이 하고 이어폰도 사더니!!!!!

"으악~~"

막 휘성이한테 화가 났을 때 용쌤께서 들어오셨다. 엄청 반가웠다. 우리는 용쌤께 아까 일을 말씀드렸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그냥 우리가 알아서 해결하라고만 하셨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남은 돈을 합쳐서 휘성이 밥값을 대신 내주었다. 우리가 돈을 좀 많이씩 가져왔으니까 다행이었다.

우리는 까르보나라랑 세화 파스타만 시켰는데 하필이면 휘성이가 고른 세화 파스타가 까르보나라보다 비쌌다. 세화 파스타 15000원 까르보나라 14000원. 우리 모둠 총 밥값은 73000원이다. 나는 너무 비싸서 놀랐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그리고 학부모님께서 고르곤졸라 피자를 사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근사하게~!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근사하게~!
ⓒ 김문이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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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섬주섬 한 푼 두 푼, 함께 힘을 모아!
 주섬주섬 한 푼 두 푼, 함께 힘을 모아!
ⓒ 김문이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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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밥을 다 먹고 세화해수욕장을 구경했다. 해수욕장에서 해녀들이 쉬는 곳인 불턱을 보았다.

"수업시간에 배웠던 불턱이 저렇게 생겼구나!"

누군가 말했다. 해녀박물관에서 5모둠과 만난 후 학교로 가려고 했는데 그때가 한 12시 몇 분쯤이어서 용쌤께 또 전화를 했다. "선생님 저희 구경도 다 하고요 밥도 다 먹어서 지금 할 게 없는데 지금 학교로 가도 돼요?"라고 물어보았다. 선생님께서 "관덕정 아니면 김만덕 기념관이라도 들렸다 와"라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아 귀찮아!' 이러면서 들은 척 만 척하기로 했다.

5모둠이 세화 해수욕장 안 다녀왔다고 해서 시간도 때울 겸 세화 해수욕장을 다시 가서 구경 한 다음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운이 좋게 1분 후 버스가 와서 탔다. 버스운전사 아저씨께서 우리보고 어린이 5명 타려면 원래 7000원을 내야 된다고 하셨다. 그런데 우리가 이미 6500원을 내서 그냥 들어가라고 하셨다. '분명히 올 때는 1인당 1300원이였던 것 같은데 왜 갈 때는 1인당 1400원이지?'라는 궁금증이 이때 생겼다.

하지만 우린 궁금했던 것을 금방 잊어버렸다. 하늘이가 창문을 열고 머리를 풀고 롤러코스터 바람을 만끽하였다. 준이도 같이 가서 함께 바람을 즐겼다. 또 준이는 잠자려는 보형이에게 "잘 자렴 아가~!"라고 얘기했다. 너무 재미있었다.

버스가 동광양에 2시22분에 도착했다. 지금 학교 가면 아무도 없을 것 같아 쥬씨(시청 음료수 가게)에서 음료수를 사먹었다. 예경이는 딸바(딸기 바나나)를 먹고 휘성이는 준이에게 돈을 빌려 오레오 초코라떼를 먹었다. 하늘이와 보형이는 휘성이에게 빌려주느라 돈을 다 써서 학부모님께서 사주셨다. 하늘이는 망고, 보형이는 자몽을 먹었다. 준이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우린 음료수를 사서 먹으며 학교로 걸어갔다. 학교에 와 보니 다른 모둠도 도착해 있었다. 우린 학부모님과 함께 마지막 단체사진을 찍고 해산했다.

이 여행을 갔다 와서 우리 모둠원의 느낀 점!! 보형이는 이번 여행을 갔다 오면서 역사 속 사람들의 느낌을 알게 된 것 같다고 했고, 준이는 음식 가격이 비싸고 힘들었다고 했다. 예경이는 같이 다녀와 주신 학부모님께 너무 감사했고 황당한 일도 많았지만 즐거운 여행이었다고 했다. 휘성이는 주현이와 같이 전망대에 갔는데 풍경이 좋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하늘이는 재미있었고 즐거웠던 여행이었다고 했다. 이상으로 우리 김이문정조 모둠의 여행기를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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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섬 제주에서 살고 있다. 나이 마흔이 넘어 초등교사가 되었고, 가끔 여행학교를 운영하고, 자주 먼 곳으로 길을 떠난다. 아내와 함께 한 967일 동안의 여행 이야기를 묶어 낸 <길은 사람 사이로 흐른다> 이후, <시속 4킬로미터의 행복>, <아이들, 길을 떠나 날다>, <여행자의 유혹>(공저), <라오스가 좋아> 등의 책을 썼다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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