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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감천마을처럼 관광객들의 유명세를 탄 동네는 항상 홍역을 앓는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도 최근 '옛 풍경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동네'로 이름을 알리며, 달갑지 않은 변화를 겪고 있다. 집값이 폭등하고, 원주민들은 임대료 상승에 못 이겨 떠난다. 남은 주민들은 관광객들이 들이미는 카메라에 대책 없이 노출돼 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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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3월 14일 오전 9시 55분]

 익선동 내에는 최근 카페 등 상가들이 물밀듯 들어서고 있다. 현재도 곳곳에서 카페 오픈을 위한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익선동 내에는 최근 카페 등 상가들이 물밀듯 들어서고 있다. 현재도 곳곳에서 카페 오픈을 위한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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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익선동은 지난 1920년대 부동산 개발업자인 정세권씨가 보급형 한옥 110여채를 분양하면서 주택가로 자리잡았다. 종로 시내 중심부인데다 인근에는 고급 요정도 있어서, 한때 이곳은 돈 있는 사람들이 찾는 '강남' 같은 곳이었다. 1970년대에는 국악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국악촌으로도 불렸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부의 중심이 강남 지역으로 넘어가면서 쇠락기를 걷는다. 낡은 보급형 한옥은 아파트 등 신형 주택과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했다. 집주인들은 집마다 방을 5~10개씩 쪼개, 값싼 월세를 놓기 시작했다. 3~4평 남짓한 방에 화장실은 공동 사용하는 형태였다. 월세는 15만~20만원 수준이어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1930년대 지어진 한옥들도 이런 형태로 바뀐 곳들이 많다. 2016년말 기준으로 익선동 내 주택용 건물은 153동, 이 가운데 119동이 1930년대 지어진 보급형 한옥이다. 지난 2007년에는 도시환경정비지구로 지정돼, 정비 사업이 추진돼 왔지만, 2010년 서울시가 '한옥보전' 등을 이유로 재개발 사업 승인을 보류하면서, 사업은 무산됐다.

주택가가 밀집한 곳이지만, 이 지역의 토지 용도는 '상업지'다. 이 때문에 별다른 절차 없이 주택에서 상점으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그동안 익선동은 노후주택가로만 인식돼, 2014년 이전까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한때 잘 나가던 한옥촌... 70년대 강남개발에 밀려났다가, 다시 주목

동네의 변화는 지난 2015년부터 본격화됐다. 방송과 SNS를 통해, '옛 정감을 느낄 수 있는 동네'로 알려지면서, 20~30대 젊은 층이 앞다퉈 익선동을 찾기 시작했다. 유동인구가 늘자 상가가 낡은 집들을 밀어내고 젖은 땅에 잡초 자라듯 늘었다. 2014년 42곳에 불과했던 상점들은 2016년 101개로 늘어난다. 불과 2년새 상가가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상가 신규 등록 현황을 보면 동네의 변화 추이는 더 뚜렷해진다. 익선동의 식품접객업소 신규 등록 현황을 보면 2014년 14곳, 2015년에는 18곳의 음식점과 주점이 새로 자리잡았다. 2016년에는 무려 41개의 음식점들이 새롭게 들어섰다.

현재도 익선동에서는 노후 주택을 카페 등으로 개조하는 리모델링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상점을 내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면서 임대료도 증가했다. 부동산 114 자료를 보면 지난 2014년 익선동의 상가임대료(보증금 제외한 월세)는 1㎡당 2만 2600원이었다. 2016년에는 2년 전보다 3000원 늘어난 2만 5600원을 기록했다.

33㎡형 상가를 기준으로 하면, 2014년 월세가 74만원이었지만, 2016년에는 84만원으로 올랐다. 익선동 골목길 초입에 위치한 한 음식점은 90㎡ 면적에 월세만 300만원을 내고 있다.

통계로 잡히진 않지만, 이 지역 주택 가격도 급증하는 추세다. 익선동 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초 매매가는 3.3㎡당 3000만 원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3.3㎡당 매매가가 3500만~4000만 원 수준까지 급등했다. 84㎡형으로 환산하면 12억원 수준으로 웬만한 강남 아파트 값이다.

최근 들어 주택을 매입해, 음식점 등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대부분은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집주인과 만나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울시는 강남 지역 기획부동산업자들이 이 지역에 뛰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익선동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익선동 지역은 대부분 저층 주택이 대부분이지만, 토지용도는 상업지역"이라면서 "일반주거용도보다 비쌀 수밖에 없는데, 최근 가격 추이를 보면 확실히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3년새 300명 넘는 원주민 떠난 자리에 외부인 들어서 상점으로

 카페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인 익선동 내 한 주택
 카페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인 익선동 내 한 주택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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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지역이라 개발압력에 따라 부동산시세가 늘어나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문제는 임대료가 단기간 급등한 것이다. 그 여파로 익선동 주민들은 매년 급감하고 있다. 종로구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익선동 전체 인구는 1247명이었지만, 2015년 1156명, 2016년 1104명으로 줄었다.

3년 동안 인구 자체는 143명 줄었지만, 실제 이곳을 떠난 사람들은 매년 평균 100명을 훌쩍 넘어선다. 익선동 전출자 현황을 보면 지난 2014년 112명, 2015년 166명, 2016년 99명 등 모두 377명이 이곳을 등졌다. 대부분 원주민들이었다. 지난해 이 곳을 떠났던 세탁소주인도 전출자 '1'로 기록됐을 것이다.

원주민들이 떠난 자리에 상인들이 들어오면서, 원주민들과 상인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반목도 싹트고 있다. 새롭게 유입된 상인들은 '익선다다' 등 공동체를 만들어, 익선동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상인들의 활동을 '선의'로 바라보는 원주민들은 없다. 

익선동 주민 송모씨는 "동네가 알려지자 급격한 상업화가 진행되고, 그 충격으로 평화롭던 동네가 망가졌다"면서 "익선동을 알리는 것은 카페 등 장사하는 사람들이 수익을 올리기에만 좋은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남은경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팀장은 "원주민과 상인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면서 "서울시나 종로구청이 원주민과 상인들 사이를 중재해 주거와 상업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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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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