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안타 6볼넷 1득점, 총 12개의 잔루를 기록했다. 이스라엘 역시 15개의 잔루를 기록했으나 세밀한 야구로 대표팀에게 한 점 차 승리를 거뒀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결과였다.

지난 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WBC A조 예선 개막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이스라엘에게 2-1 한 점 차 패배를 당했다. 민병헌의 멀티히트와 계투진의 분전 속에서도 경기 내내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며 4년 전의 악몽이 되풀이됐다.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배했기 때문에 그 충격은 1패 이상이었다.

평가전 내내 부진했던 최형우를 대신해 민병헌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결과적으로 성공한 작전이었다. 그러나 대표팀의 근본적인 문제를 풀기엔 역부족이었다. 기대했던 김태균과 이대호의 한방은 터지지 않았고 적지 않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스라엘이 잘한 면도 있지만 대표팀이 못해서 패배한 경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고개 숙인 대표팀 이스라엘과의 개막전에서 패배한 대표팀, 2라운드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 고개 숙인 대표팀 이스라엘과의 개막전에서 패배한 대표팀, 2라운드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 유준상


이스라엘전 패배, 세밀함에 있어서 한 수 아래였다

패배한 원인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곳곳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김인식 감독은 타선보다 마운드 걱정이 더 크다고 밝혔지만 이 날만큼은 정반대였다. 마운드에서는 단 2실점으로 이스라엘 타선을 꽁꽁 묶었는데 타선에서는 득점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그렇다고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경기 초반 타선은 상대 선발 제이슨 마키를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3회까지 안타 두 개와 볼넷 한 개만을 얻어내면서 기선 제압에 실패한 반면 이스라엘은 2회초 크리거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선취 득점에 성공했다. 예상치 못한 밀어내기 볼넷이 나오면서 대표팀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든 점수를 뽑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다행히 5회말 서건창의 1타점 적시타로 균형을 맞췄다. 원종현, 임창민, 이현승 등 장원준의 바통을 차례로 이어받은 투수들도 추가 실점을 내주지 않으며 분위기가 대표팀 쪽으로 오는 듯했다. 공교롭게도 경기 중후반 대표팀은 꽤나 많은 찬스를 잡았다.

5회말과 6회말 1사 1, 2루의 기회를 모두 놓쳤고 7회말 무사 1루의 찬스도 병살타로 무산됐다. 이스라엘 야수들의 끈끈한 조직력이 빛나기는 했지만 냉정하게 판단한다면 타자들이 밥상을 걷어찬 것이다. 이스라엘 못지않게 많은 주자들이 루 상에 나갔음에도 경기에서 패배했다는 것은 그만큼 세밀한 야구를 하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10회초 2사 1, 3루에서 버챔의 내야 안타로 다시 리드를 잡은 이스라엘은 딱 한 점만으로도 충분했다. 8회말부터 마운드에 오른 조쉬 자이드는 10회말까지 본인의 임무를 수행하며 3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150km가 넘는 속구로 상대 타자들을 요리했고, 10회말 마지막 타자 이대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 날 경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해결사가 없는 대표팀 타선의 집중력 부재, 그리고 이 날 유독 많았던 볼넷은 세밀함의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어느 누구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경기였다.

오승환 등판 당시 전광판 그나마 이 날 위안거리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은 오승환의 호투였다.

▲ 오승환 등판 당시 전광판 그나마 이 날 위안거리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은 오승환의 호투였다. ⓒ 유준상


'밴덴헐크 선발 등판' 네덜란드전마저 패배하면 끝

우리에겐 익숙한 얼굴이다. 2013년과 2014년 두 시즌 동안 삼성에서 활약한 릭 밴덴헐크가 7일 대표팀과의 A조 예선에서 네덜란드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다. 전날 상대한 제이슨 마키가 조금 낯선 상대였다면 7일 대표팀이 만나는 밴덴헐크는 국내 타자들이 한 번 정도는 상대해봤던 투수이다.

하지만 달라진 점이 있다. NPB(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하면서 포크볼을 장착했고, 더욱 다양한 볼배합으로 대표팀을 상대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무기력했던 타선을 생각한다면 밴덴헐크를 상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7일 네덜란드전은 대표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경기이다. 만약 이 날 경기를 패배할 경우 사실상 2라운드 진출이 좌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전을 승리했다면 고민하지 않아도 될 문제였지만 이제는 경우의 수까지 따져봐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가장 시나리오는 남은 두 경기를 승리하고 다른 팀들의 경기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다.

김인식 감독은 6일 이스라엘전 패배 이후 7일 네덜란드전 타선 구성에 대해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침묵했던 타선을 한 번 더 믿겠다는 김 감독의 의지가 담겨있다. 다만 8일 대표팀의 경기 일정이 없고 이스라엘전에서 패배한 만큼 양현종과 장원준을 제외한 모든 투수와 타자가 대기할 가능성이 높다. 대타로 나서지 못한 최형우나 박석민도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분명 있다.

이제는 벼랑 끝에 내몰렸다. 네덜란드전 딱 한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붓더라도 2라운드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 전날의 충격을 씻을 수 있는 시원한 승리가 절실한 네덜란드전에서 대표팀이 꿈꾸는 기적은 일어날 수 있을까. 선발투수 우규민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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