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7일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16-17 삼성생명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우승한 아산 우리은행 선수와 코치진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역대 최단기간·최소경기 우승 기록을 달성했다. 정규리그 5연패.

지난 1월 27일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16-17 삼성생명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우승한 아산 우리은행 선수와 코치진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역대 최단기간·최소경기 우승 기록을 달성했다. ⓒ 연합뉴스


우리은행이 여자프로농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 위비는 6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7라운드 삼성생명 블루밍스와의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72-55로 승리했다. 정규리그 35경기를 33승2패라는 압도적인 전적으로 마감한 우리은행은 승률 .943를 기록하며 신한은행 에스버드가 2008-2009 시즌에 세웠던 역대 최고 승률 기록(.925)을 8년 만에 갈아 치웠다.

13연승과 11연승, 9연승을 각각 한 번씩 기록하며 역대 최고 승률 기록을 세운 우리은행은 WKBL 역사에서 그 어떤 팀보다 압도적인 시즌을 보내며 정규리그 5연패를 달성했다. 정규리그 일정을 모두 마친 여자프로농구는 3일의 휴식일을 갖고 오는 10일부터 삼성생명과 KB스타즈의 플레이오프를 통해 봄농구 일정을 시작한다.

외국인 선수 제도 폐지가 만든 '레알 신한'이라는 괴물

2007년 겨울리그가 끝나고 한국 여자농구연맹은 두 가지 커다란 변화를 단행했다. 바로 단일리그로의 변경과 외국인 선수 제도 폐지였다. 사실 한국 여자농구의 얇은 선수층에서 1년에 두 번씩 리그를 소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었다. 선수들의 체력 문제도 있었고 가뜩이나 많지 않은 여자농구 팬들의 주목도를 분산시키는 악영향도 있었다.

반면에 외국인 선수 제도 폐지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팽팽했다. 사실 WKBL은 타미카 캐칭(전 우리은행), 로렌 잭슨(전 삼성생명)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비시즌 아르바이트' 삼아 즐겨 찾던 무대였다. 농구팬들은 수준 높은 경기를 볼 수 있었지만 국내 선수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고 이는 선수들의 국제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 이에 연맹에서는 과감하게 외국인 선수 제도를 폐지했다.

외국인 선수 제도 폐지로 국내 선수들이 숨통이 트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바로 '레알 신한'이라는 괴물을 탄생시킨 것이다. 가뜩이나 전주원, 정선민, 최윤아, 하은주 등 호화 멤버를 보유하며 최강전력을 자랑하던 신한은행은 그나마 자신들을 견제하던 외국인 선수들이 사라지니 코트를 안방처럼 휘저으며 리그를 초토화시켰다.

단일리그로 돌아간 첫 시즌이었던 2007-2008 시즌 29승6패로 승률 .829를 기록한 신한은행은 2008-2009 시즌 40경기에서 37승3패라는 성적으로 .925라는 비상식적인 승률을 기록했다. 전주원과 정선민, 최윤아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를 중심으로 이연화, 진미정, 선수민 등도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승부처에서는 어김없이 '거탑' 하은주가 투입돼 골밑을 지배해 버렸고 오픈찬스에서 손쉬운 외곽슛을 던진 김연주는 .42.1%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이후로도 세 번이나 더 통합 우승을 달성했고 2007년 겨울리그부터 2011-2012 시즌까지 통합 6연패라는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누구도 넘보지 못했던 대기록을 달성했다.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6번의 시즌 모두 정규리그에서 7할이 넘는 높은 승률을 기록했지만 역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레알 신한'의 최전성기는 .925의 승률을 기록했던 2008-2009 시즌이었다.

우승 확정된 후에도 9연승으로 최고 승률 달성

아이러니하게도 '레알 신한'의 대기록을 깬 팀은 신한은행이 마지막 우승을 차지하던 2011-2012 시즌 7승33패(승률 .175)로 리그 꼴찌에 머물렀던 우리은행이다. 신한은행으로부터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를 영입한 우리은행은 혹독한 지옥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패배의식을 지워 버렸고 2012-2013 시즌 24승11패의 성적으로 '꼴찌 신화'를 만들며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2012-2013 시즌 .686였던 우리은행의 승률은 2013-2014 시즌 .714(25승10패), 2014-2015 시즌과 2015-2016 시즌에는 각각 8할(28승7패)로 상승했다. 그리고 2016-2017 시즌 우리은행은 35경기에서 단 2패를 당하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불멸'로 여겨지던 신한은행의 역대 최고 승률 기록을 경신했다.

우리은행이 시즌 개막 후 13연승을 달리다가 신한은행에게 덜미를 잡혔을 때만 해도 우리은행의 기록 달성을 예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11연승 행진을 달리며 5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일찌감치 정규리그 5연패를 확정 지었다. 우승 확정 후 긴장이 풀린 우리은행은 2월3일 KB스타즈와의 홈경기에서 패하며 다시 기록 달성이 멀어지는 듯했다. 아무래도 챔프전 직행이 결정된 후에 치르는 경기들은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우리은행의 위성우 감독은 '독종'이었다. 위성우 감독은 탄력적으로 잔여 시즌을 운영하겠다는 엄살(?)과는 달리 노장 임영희를 비롯해 존쿠엘 존스, 양지희 등 주축 선수들을 적극 기용하며 다시 승리를 쌓아나갔다. 플레이오프 막차 티켓을 놓고 경쟁하는 팀들을 상대로도 자비심 따윈 없었다. 결국 6일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2위 삼성생명을 가볍게 제압하며 역대 최고 승률 기록을 다시 썼다.

물론 이번 시즌의 우리은행이 WKBL 역대 최고의 팀이냐는 의견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오갈 수밖에 없다. 2008-2009 시즌 당시 WKBL에는 신한은행 말고도 승률 5할이 넘는 팀이 세 팀이나 더 있었지만 이번 시즌엔 3위 팀이 승률 4할에 턱걸이했을 정도로 하향 평준화된 시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분명 '레알 신한'의 역대 최고 승률 기록을 갈아치웠고 34승 이상을 거두는 슈퍼팀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이 기록은 꽤나 오래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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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 우리은행 위비 레알 신한 위성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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