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봄바람을 맞은 K리그가 겨울잠을 깨고 다시 한 번 힘차게 달릴 준비를 마쳤다. 지난 시즌 FC서울의 리그 우승에 기여한 김남춘 역시 필드를 누빌 정비를 끝냈다. 그런데 올 시즌 그의 붉은 유니폼에 변화가 생겼다. 빨간색-검은색 줄무늬 유니폼이 아닌 군인의 상징인 카모폴라쥬 무늬를 달고 뛴다.

바로 지난해 12월, 김남춘은 정든 서울을 떠나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상주 상무로 입대했다. KWFM(광운대학교 축구부 기자단)이 이등병 김남춘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군생활과 지난 시즌 소회를 들어봤다.

- 부대로 전입한 지 한 달 가량 지났다. 그간 어떻게 지냈나?

김남춘: 18명의 동기들과 함께 같은 중대에 소속돼 재밌게 보냈다. 초코바 같은 부식도 잘 나와 단 음식이 그립지는 않더라. 주말에는 체육부대 측 배려로 풋살장에서 볼을 차기도 했다. 그래도 6주 훈련은 힘들었다.

- 훈련이 많이 힘들었나? 갑작스레 바뀐 환경 때문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을 거 같은데.

김남춘: 훈련 자체가 힘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훈련할 때 대기 시간이 길어서 그게 지루했다. 너무 오래 서 있어서 허리가 아프더라. '훈련소 바이러스'라 하지 않나? 부대로 전입해 오자마자 몸살을 걸려 링거 맞고 앓아 누웠다. 처음에는 적응하는데 힘들었지만, 지금은 완벽하다. 

 이병 김남춘과 그의 동기들

이병 김남춘과 그의 동기들 ⓒ 상주상무프로축구단


- 군기가 센 편인가? 동기들 중 누구와 가장 친한가?

김남춘: 처음에는 '짬' 기간이 있어 눈치를 많이 봤지만 지금은 선임들이 잘해주셔서 만족한다. 동기 중에는 원 소속팀 FC 서울에서 같이 온 (유)상훈이와 가장 친하다. (홍)철이와도 친한데 두 선수는 훈련소 시절부터 분대도 같아 많이 의지했다.

- 군인 신분으로 겪은 첫 동계훈련은 만족한가? FC서울에서 진행한 동계훈련과 차이점이 있을 거 같다.

김남춘: 서울은 동계훈련 갈 때 인원을 추려서 갔는데, 상주는 군부대라는 특성 때문에 40명 전원이 다 같이 동계훈련에 참가한다. 그만큼 대기 시간이 길어 조금 지루했다. 훈련소 생활로 인해 저하된 컨디션을 끌어올리기도 힘들었다. 최대한 따라가려고 노력했지만 집중력이 떨어진 동계훈련이었다.

- 군대에 있으니까 사회 시절이 많이 그립지는 않나?

김남춘: 사회 있을 때는 친구들을 만나고 싶을 때 만나고 야식도 마음대로 시켜 먹었지만 여기서는 그런 것들이 다 통제되니까 힘들더라. 그래도 군 생활을 통해 사회에서 보냈던 소소한 일상들이 다 소중하다는 걸 느끼고 있는 중이다.

2008년, 김남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대전 시티즌에 입단했다. 그러나 프로 무대의 높은 벽을 실감한 그는 광운대학교로 진학해 실력을 갈고닦았다. 동기들보다 1년 늦게 들어왔지만 김남춘은 곧 광운대 수비라인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김남춘의 활약 덕분에 광운대는 2012 U리그에서 고려대, 연세대 등 내로라한 대학 강호들을 누르고 중부 3권역에서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광운대에서 연일 뛰어난 활약을 펼치자 FC서울에서 그를 눈여겨봤다. 마침내 김남춘은 2013년, 서울의 부름을 받고 다시 한 번 K리그에 입성했다. 그러나 여전히 프로 무대는 쉽지 않았다. 김남춘은 프로 데뷔 시즌인 2013년 1경기도 뛰지 못했다. 이후 서서히 로테이션 멤버로 활약했지만, 매 시즌 아쉬움이 가득했다.

-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프로 진출했다. 당시와 비교해 어떤 부분이 가장 달라졌나?

김남춘: 그때는 진짜 아무것도 몰랐다. 지금도 많이 아는 건 아니지만, 서울이라는 빅클럽에서 선배들과 같이 훈련하면서 컨디션 관리하는 방법을 많이 배웠다. 프로에서 활약하는 어린 후배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고 느낀다.  

- 지난 시즌 초반에도 분위기가 좋지 못했는데?

김남춘: 맞다. 지난 시즌 스타트가 좋지 못했다. 동계훈련에서 무릎 부상을 당하더니 설상가상으로 리그 개막 이후 몇 차례 저지른 실수 때문에 경쟁에서 밀렸다. 그러나 최용수 감독님이 지난해 여름 장쑤 쑨텐으로 떠나고 황선홍 감독님이 부임하면서 다시 한 번 기회가 찾아왔다.

- 황선홍 감독이 부임하는 시점부터 주전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김남춘: 광운대 오승인 감독님 같은 경우 포인트만 알려주고 나머지는 선수 스스로에게 맡기는 편이었다. 황선홍 감독님은 오승인 감독님과 비슷했다. 필요한 것만 짚어주셨기 때문에 금방 적응했다. 

 왕년에 이병 김남춘은 리그 우승도 맛본 '잘난' 선수였다.

왕년에 이병 김남춘은 리그 우승도 맛본 '잘난' 선수였다. ⓒ 광운대학교축구부기자단(KWFM)


- 부임 이후 어떤 게 가장 많이 변했나?

김남춘: 광운대 시절에도 스리백을 맡은 적이 있지만 주로 포백으로 경기했다. 황선홍 감독님 부임 전까지 서울은 주로 스리백을 사용했기 때문에 어색한 감이 없지 않았다. 포백으로 경기에 나서니 한결 편했다. 마침 동계훈련에서 다친 무릎도 호전돼 경기에 출전하는 데 큰 무리가 없었다.

- 어떤 걸 주로 요구했나?

김남춘: 수비수인 만큼 쉽게 플레이하라고 하셨다. 중앙 수비수는 잔머리를 굴리지 말고 우직하게 공격수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감독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영상을 많이 보고 공부했다. 

- 지난 시즌 서울의 극적인 리그 우승을 견인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남춘: 컨디션도 많이 올라왔고 황선홍 감독님 부임 후 물 흐르듯 흘러갔다. 리그 선두 전북 현대를 추격한 끝에 이룬 우승이라 더욱 값진 경험이었다. 리그 최종전 이전까지 전북을 꺾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선수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준비했다. 후반 중반에 이동국 선수가 교체 투입됐는데 나랑 한 번 부딪혔다. 굉장히 세게 부딪혔는데 너무 긴장해서 아픈지도 몰랐다. 입대 전에 무엇을 이루고 왔다는 게 기분이 좋다.

- 서울에서 어떤 수비수와 호흡이 잘 맞았나?

김남춘: 주로 오스마르와 (곽)태휘 형과 번갈아 가며 경기에 나섰다. 오스마르 같은 경우 간단한 의사소통이 되기 때문에 호흡을 맞출 때 그리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주관이 좀 센 편이다. 경험이 많은 태휘 형은 나에게 주로 지시하는 편인데 의견이 안 맞을 때도 있었다(웃음). 태휘 형이 섭섭해 할 것 같다.

- 서울에서의 좋은 기억을 뒤로 하고 현재에 집중해야 할 때다. 상무에서 보내는 첫 시즌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

김남춘: 일단 상무에 좋은 중앙 수비수들이 많다. 더블 스쿼드를 꾸려도 중앙 수비수가 6명이 남는다. 김태완 상무 감독님께서는 선임들을 먼저 경기에 투입할 거라 하셨다. 그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리그 우승팀의 일원으로 상무에 입대했기 때문에 경쟁에서 뒤처질 생각은 없다. 좋은 선수들이 많은 만큼 배울 점은 배울 생각이다. 직접 부딪혀서 더 발전할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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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광운대학교 축구부 기자단(KWFM) 블로그에도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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