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졸업도 취소된 정유라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이화여대 입학 취소에 이어 고교에서도 졸업 취소 결정을 받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5일 정씨가 졸업한 서울 청담고에 대한 특정감사 최종 결과 브리핑에서 수업일수 미달, 출석 대체 근거자료 미확인 등의 사유로 정씨의 졸업을 취소 조치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4년 9월 인천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경기에 출전한 모습.

2014년 9월 인천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경기에 정유라씨가 출전한 모습. ⓒ 연합뉴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정유라씨의 특혜 의혹이 드러난 가운데, 애꿎은 학생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예상된다.

교육부는 지난 달 27일 발표를 통해, 3월 1일부터 학생선수가 대회에 출전하고자 할 때는 참가 신청과 더불어 학교장 확인서를 함께 제출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또 학교장 확인서에는 반드시 대회 참가 횟수와 최저학력 도달 여부를 명기해야 한다. 새학기부터는 대회 참가 제한 횟수를 초과하면 대회 출전 자체가 금지된다고 밝혔다. 제한 횟수는 종목별로 2~4회이다.

국제대회 출전티켓 따내도 출전 못한다

 교육부의 대회 출전에 대한 학교장 확인서 시행발표와 관련해 대한빙상경기연맹이 발표한 내용이다. 최저학력제와 더불어 참가제한에 예외를 두는 경우 등이 나와있다.

교육부의 대회 출전에 대한 학교장 확인서 시행발표와 관련해 대한빙상경기연맹이 발표한 내용이다. 최저학력제와 더불어 참가제한에 예외를 두는 경우 등이 나와있다. ⓒ 대한빙상경기연맹


우선 참가 제한이 걸리지 않는 대회의 범위가 어느 정도일까. 이에 해당하는 대회는 국가대표 자격으로 출전하는 국제대회, 전국체육대회, 그리고 방학 중에 참가하는 대회다. 즉, 이 대회를 제외한 나머지 대회는 이유를 막론하고 반드시 학교장 추천서를 발급 받아야 한다.

그런데 개인 종목의 경우 엄청난 치명타가 예고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대표 종목 가운데 하나인 피겨스케이팅이 그러하다. 개인 운동으로 진행되는 피겨의 경우, 선수들의 국제대회 참가가 빈번한 종목 중 하나다. 피겨 선수들은 국가대표 발탁 여부와는 상관없이 선발전에 일정 순위 이내에 들거나 또는 자비 부담 등을 통해 국제대회에 출전한다. 피겨 대회는 주로 8월경에 시작해 이듬해 4월경까지 지속된다.

피겨 종목의 경우 국가대표로 참가하게 되는 올림픽, 방학 시즌에 열리는 4대륙 피겨선수권, 세계 선수권, 세계 주니어 선수권,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일부, 그리고 동계체전, 종합선수권 정도에는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다. 하지만 10월에 열리는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그리고 종합선수권과 더불어 국가대표 선발전 가운데 하나인 회장배 랭킹대회는 모두 학교장 증명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다음 시즌이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시즌인데 이 같은 결정으로 인해 문제가 생겼다. 현재 대한빙상경기연맹은 평창에 나설 피겨 대표 선수를 7월경에 1차 선발전을 시작으로 10월 회장배 랭킹 대회까지 세 차례에 걸쳐 대표를 뽑겠다고 밝혔다. 즉, 1차 선발전을 제외한 2, 3차 선발전은 모두 학기 중에 열리기 때문에 선수들은 여기서만 학교장 추천서 2번을 내야만 한다. 시니어 그랑프리에 나가는 선수들은 학교장 추천서를 또 한번 써야만 한다. 시니어 그랑프리의 경우 한 선수당 최대 두 대회까지 초청 받을 수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대표를 뽑는 빙상연맹의 선발방식 내용이다. 교육부의 대회출전 제한 규정에 접목해 보면, 방학 중에 열리는 1차 선발전을 제외하고 나머지 2.3차 선발전에는 모두 학교장 확인서가 필요하다. 여기에 만약 국제대회에 2회이상 초청을 받게 되면, 빙상종목의 경우 3회까지만 대회 참가가 가능해 국제대회는 무조건 한 대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대표를 뽑는 빙상연맹의 선발방식 내용이다. 교육부의 대회출전 제한 규정에 접목해 보면, 방학 중에 열리는 1차 선발전을 제외하고 나머지 2.3차 선발전에는 모두 학교장 확인서가 필요하다. 여기에 만약 국제대회에 2회이상 초청을 받게 되면, 빙상종목의 경우 3회까지만 대회 참가가 가능해 국제대회는 무조건 한 대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 박영진


그런데 빙상 종목의 경우 국제대회 참가가 3회로 제한이 돼 있다. 때문에 평창올림픽 선발전에 참가하면서 동시에 시니어 그랑프리에 나설 계획이 있는 선수는 뒤에 열리는 시니어 그랑프리 두 번 중 한 번은 본의와는 무관하게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또한 만약 시니어 그랑프리에서 각 종목 상위 6명 안에 들어 12월에 열리는 그랑프리 파이널에 초청 받는다 하더라도 이 역시 참가가 불가능해진다. 결국 선수들이 자력으로 티켓을 획득하더라도 참가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이다. 평창이 코앞이고 그만큼 보다 많은 대회를 통해 실전감각을 쌓아야 하는데, 시작도 전에 막혀버린 것이다.

선수 위해서 선수 앞길을 막는다?

지난해 10월부터 대한민국은 최순실 게이트로 혼란스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는 체육계의 여러 부정부패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대표적으로 최순실의 조카인 장시호씨(구속)가 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공금을 횡령한 것, 그리고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가 해외 전지훈련, 국제대회 참가를 이유로 학교에 출석하지 않고 졸업장을 획득한 것 등이었다.

이 같은 불미스런 일들로 체육계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공통적으로 제2의 정유라와 같은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는 어느 누구도 반대하는 이가 없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 같은 정책은 정유라로 인해 구슬땀을 흘리며 꿈을 키워가고 있는 선수들에게 또 다른 피해를 안길 수도 있다. 또 종목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세워진 '탁상공론'이란 지적도 나온다.

피겨와 골프와 같은 개인종목은 무엇보다 국제 대회 참가를 통해 경쟁력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피겨스케이팅의 경우 현재 국가대표 여부와는 상관없이 많은 선수들이 주니어 그랑프리와 시니어 그랑프리, 그리고 4대륙 선수권과 세계선수권 대회 등에 참가하고 있다. 김연아의 영향으로 수많은 유망주가 발굴돼, 올 시즌 주니어 여자피겨의 경우 전체 성적이 러시아와 일본 선수들에 이어 3위에 해당할 만큼 급성장한 상태다. 시니어 그랑프리에도 세 명의 선수가 초청 받아 평창을 앞두고 국제대회에서의 경험을 쌓았다. 이 외에도 B급 대회에 참가해, 랭킹 포인트를 획득하고 똑같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자 하고 있다.

피겨의 경우 이미 여러 차례 조명이 된 것처럼 열악한 링크장 환경 탓에 선수들이 주로 밤늦은 시간이나 새벽시간을 쪼개 빙상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선수들의 기량은 나날이 향상돼가며 이슈를 불러 모으고 있다. 대표적으로 김연아의 기록을 깨고 최연소 종합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유영(문원초)과 최근 남자피겨에서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메달을 최초로 획득한 차준환(휘문고) 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들 선수들은 모두 이번 교육부의 방침으로 인해 국제대회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돼 버렸다. 또한 대회 참가뿐만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계획했던 해외 전지훈련도 갈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다.

운동선수에게 필요한 입시교육?

이번 교육부의 정책과 관련된 논란은 대회 출전 참가 제한뿐만이 아니라 최저학력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교육부는 선수들이 국어, 영어, 사회 등 교내에서 학습하는 과목의 성적이 일정 기준을 넘어야만 대회 출전이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최저 학력제 적용대상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로, 초, 중학교의 경우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과목이, 고등학교는 국어, 영어, 사회 과목이 최저학력 적용 과목 대상이다.

하지만 운동선수들에게 이 과목 성적에 제한을 둔다고 해서 얼마나 실효적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운동선수들의 경우 대부분 선수 이후 은퇴에 대한 진로를 놓고 수많은 고민과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체육계에선 지도자와 같은 진로 이외엔 뚜렷한 길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운동선수들에게 있어 기본 교육성적 역시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현실적인 진로 문제나, 인성교육, 그리고 체육계 이외에 사회적응을 할 수 있는 등에 대한 교양 교육이 더 중요하지 않냐는 지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정유라씨와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존의 체육 특기자 제도를 이용해 이전 규정을 수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갑작스런 이런 규정은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올지도 모른다. 새로운 규정을 시행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사전에 충분한 준비와 실행기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교육부 측의 이번 규정은 보다 철저한 조사와 함께 시간을 두고 염두했어야 하는 비판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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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정유라 빙상연맹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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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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