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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헌법재판소장 대행의 남편이 통진당원이라는 가짜뉴스가 탄핵반대를 지지하는 이들의 카카오톡 방에 유포되고 있다.
▲ 이정미 대행과 관련한 가짜뉴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대행의 남편이 통진당원이라는 가짜뉴스가 탄핵반대를 지지하는 이들의 카카오톡 방에 유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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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재판관의 남편이 이석기당 통진당원으로서 도덕성에 문제 있는 자이어서 매우 의심된다."

"약간 좌파적인 성향의 소설가인 조정래가 '박근혜가 대통령을 한 번 더 했으면 한다'는 말을 다 했다네요."


"중국에서 나온 내용입니다 ! 북한의 긴급 상황! 평양에서 군사정변 발생"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의 날짜가 다가오는 가운데, 탄핵반대를 주장하며 자신을 '애국보수'로 칭하는 관계자들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아래 카톡방)에서 가짜뉴스가 유포되고 있다. 대부분 황당한 내용이지만, 이를 진짜로 믿는 이들이 상당히 많아 보인다는 게 문제다.

<오마이뉴스> 기자가 지난 2월 25일부터 보수단체 회원들의 카톡방 수 개를 모니터링 한 결과, '헌법재판소(헌재) 소장 권한대행의 남편이 통합진보당 당원'이라는 것부터 '소설가 조정래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내용, '평양에서 군사정변이 발생했다'는 내용 등이 가장 빈번히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7일부터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 관계자들의 카톡방을 비롯한 '대한민국애수보수', '대보수연합' 등의 카톡방에는 "전달 부탁해요"라며 이와 같은 내용이 반복적으로 올라왔다. 3월 1일 탄핵반대 집회를 앞두고 참여를 독려하며 퍼진 글이다. 하지만 이 내용 중 일부는 5년 전인 2012년 루머로 확인된 내용이거나 전혀 근거가 없는 내용이다.

자신을 ‘애국보수’로 칭하는 관계자들의 카카오톡 방에서 가짜뉴스가 유포되고 있다.
▲ 이정미 대행과 관련된 가짜뉴스 자신을 ‘애국보수’로 칭하는 관계자들의 카카오톡 방에서 가짜뉴스가 유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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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헌재 대행의 남편인 신혁승 숙명여대 교수가 통합진보당 당원이라는 가짜뉴스가 대표적이다. '이정미 재판관 남편은 통진당'이라는 제목의 글은 "이 재판관의 문제점은 자신의 임기 전에 판결을 마치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탄핵 당사자에게 충분히 변론할 기회를 주지 않고 판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탄핵이 인용된다면 그녀는 만고의 역적이 되고, 헌정 사상 최악의 정치 마녀 재판관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가짜뉴스를 근거로 가짜뉴스 유포?

이를 뒷받침할 근거로 인용되는 기사는 탄핵반대 집회에서 대량으로 유포되는 이른바 '가짜뉴스'로 꼽히는 매체의 글이다. 칼럼 형식의 이 글은 "이정미 헌재 소장대행의 행태로 보아,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키기 위해 올인한 것처럼 보인다"라며 "지금 하는 것으로 보아, 노무현, 문재인, 안희정, 박지원과 유사한 이념코드라고 생각된다"는 견해를 담고 있다. 글 어디에도 이 대행의 남편과 관련한 언급이 없지만, 이 대행의 남편이 통진당원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글로 유포되고 있다.

이 글을 실은 매체는 탄기국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매체의 발행인이자 편집인으로 등록된 손상대씨는 탄기국이 주최하는 탄핵반대 집회의 사회자다. 손씨는 집회 사회를 맡으며 "대한민국 5700만 명 중에 5699만 명은 태블릿 PC가 조작이라고 생각한다", "저 촛불 들고 대한민국 점령하려는 좌파좀비들을 척결하자"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 대행의 남편과 관련한 가짜뉴스에 대해 헌재 관계자는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금은 재판에만 신경 쓸 때"라며 "말도 안 되는 내용에 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이 대행의 남편인 신 교수에게 여러 차례 전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2년 전, 악성루머로 논란이 있던 글이 가짜뉴스로 다시 유포되고 있다.
▲ 조정래 소설가 관련 가짜뉴스 2년 전, 악성루머로 논란이 있던 글이 가짜뉴스로 다시 유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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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골 국물'처럼 우려먹는 가짜뉴스?

탄기국 관계자들의 카톡방에 떠다니는 또 다른 가짜 뉴스에는 소설가 조정래씨의 글이 있다. '나는 박근혜가 대통령 한 번 더 했으면 한다'는 제목의 글은 조씨가 박 대통령을 '반듯한 할매', '지조 높은 여자', '대한민국과 결혼한 유부녀' 등으로 표현하며 "다시 한번 대통령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믿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2년 전 악성 루머로 논란이 일었던 글이다. 당시 조씨와 <태백산맥>등을 펴낸 출판사 해냄은 글 작성자를 가리고 명예훼손 혐의 고소 등 민·형사상 조처를 하겠다고 나섰다.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처음 게시된 것으로 알려진 글이 2년 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며 지지하는 이들의 근거로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5년전에 가짜뉴스로 밝혀진 북한 관련 뉴스가 다시 유포되고 있다.
▲ 5년 전 가짜뉴스 횡행 5년전에 가짜뉴스로 밝혀진 북한 관련 뉴스가 다시 유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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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군사정변 발생했다'는 가짜뉴스 역시 5년 전에 인터넷상에서 유포된 글이다. '중국에서 나온 내용'이라는 이 글은 "조선 최고총사 김정은의 친위부대가 갑자기 총사령관실을 습격해 김정은을 체포했다"고 주장한다. 이어 "조선인민군정치국국장 조명록은 이번의 정변으로 인해 김씨 봉건제도는 막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며 "조명록의 사람 대표 박장호, 박정현 2인이 이미 서울에 도착해 미국과 한국 쪽에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변의 주도자라는 북한군 총정치국장 조명록은 이러한 가짜뉴스가 처음 유포된 2012년보다 2년 전인 2010년에 사망한 인물이다. 이러한 가짜뉴스의 유포에 카카오톡 대화방 참여자들은 "한 분도 빠짐없이 집회에 참석하자"고 서로를 독려했다.


태그:#가짜뉴스, #이정미, #통진당, #탄기국, #애국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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