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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일 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박 특검과 특검보들이 3일 낮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오는 6일 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박 특검과 특검보들이 3일 낮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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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검팀에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직접 기소하지 않은 배경에는 우 전 수석이 현 검찰 수뇌부와 나눴던 방대한 통화목록도 작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해당 증거를 확보하고 '검찰이 어쩔 수 없이 제대로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3일 오후 기자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 전 수석과 김수남 검찰총장, 이영렬 지검장이 검찰 수사대상에 오른 후 통화한 것은 어떤 의미로 봐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 전 수석에 대해서는 안 건드리는 게 검찰을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조용히 기록 넘기고 지켜보자는 게 (특검) 수뇌부 생각"이라고 답했다.

특검팀은 이날 수사 종료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기자들과 각자 식대를 부담하는 형식으로 식사를 나눴다. 이들은 오는 6일 수사결과 발표를 마친 후 이달 중순쯤 서초동에 새 사무실을 얻어 이전할 예정이다. 이전 후에는 총 40명 가량의 인원으로 국정농단 관련 기소자들의 공소유지를 전담하게 된다.

어려웠던 우병우 수사... 수사 교란하는 거짓 제보도 쏟아져

이 특검보는 이날 기자들에게 우 전 수석 수사와 관련해 어려웠던 점들을 비교적 소상히 답했다. 그는 "본래 어려운 것부터 파다가 잘 안 되면 죽도 밥도 안되기 때문에 수사는 하기 쉬운 것부터 착수한다"면서 "우 전 수석 건은 처음부터 쉽지 않은 수사였다"고 설명했다.

들어오는 제보도 다른 수사들과는 달랐다. 수사를 교란시키는 '가짜 제보'들이 쏟아진 것. 이 특검보는 "조사해보니까 누가 그걸 만들어서 거짓 정보를 준 거였다"면서 "역정보 아닌가 싶을 정도였는데 우리가 그걸 급하게 증거에 끼워 넣었으면 나중에 어떻게 될 뻔했나 싶다"고 털어놨다.

수사가 되는 부분부터 다져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 전 수석 건은 뒤로 밀렸다. 그는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를 1월 20일쯤 완료해놓고 우 전 수석 수사로 들어가는 계획이었는데 블랙리스트가 일이 커지면서 수사가 늦어졌다"면서 "거기에 구속영장이 기각돼서 수사 진행하기가 어렵게 됐고 검찰에 넘겨주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특검 수사종료 이후 검찰에 쏠리는 의혹의 시선들에 대해서는 "검찰이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고 일축했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가 검찰 수사대상에 오른 지난해 7월부터 10월 사이 김수남 검찰총장,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등과 1000여 차례 집중적으로 통화했다는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중립성이 상당히 의심되는 상황이지만 특검은 '역발상'을 했다. 특검이 그러한 정황을 이미 확보했기 때문에 오히려 이제부터는 검찰이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에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특검보는 "개인 비리 이런 부분들은 조사하면 다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충근 특검보 역시 "수사기록으로 다 이첩했으니 검찰에서 무시하고 갈 순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용 영장 기각에 수사팀 흥분... 지나고 보니 "그때 기각 안 됐으면 큰일 날 뻔"

비슷한 사례였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은 특검에 오히려 약으로 작용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기각당하기 전 '이건 무조건 영장 나온다' 할 정도로 수사팀 자신감이 엄청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부회장에 대한 첫 번째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영장 기각 후에) 다들 흥분하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이제 수사 어떻게 할 거냐는 얘기도 나오고, 그냥 아예 오전에 기소를 해버리자. 그리고 공소장도 다 공개하자. 그날이 금요일이었을 텐데 생각을 좀 해보자고 수사팀을 달래서 넘어갔죠. 그리고 보강수사를 하기로 했죠."

보강수사를 시작한 특검에는 행운이 잇따랐다. 뜻하지 않았던 곳에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을 찾아낸 것.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를 하다 입수된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지난해 2월 독대에서 삼성이 대통령에게 로비했던 내용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대통령 차명 전화 등도 이전에는 없었던 물증이었다. 이 특검보는 "대통령 차명폰은 발신지를 찍어보면 밤이나 낮이나 위치가 모두 청와대 관저였다"면서 "다 지나고 나니 수사팀이 1차 구속영장 때 구속됐으면 큰일 날 뻔 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양재식 특검보 역시 "1차 영장 때 발부됐으면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부분을 제대로 밝히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길에서 누가 아는 체를 하면 주변에 태극기 있는지 보게 돼"

특검팀이 수사 기간 내내 강력한 지지여론을 업고 활동한 만큼 에피소드도 많았다.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매일 언론 브리핑을 진행하는 만큼 시민들 사이에 가장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그는 "길에서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특검팀 사람들과 길을 가는데 다가와서 얼굴을 자세히 보고는 '너도 나쁜 놈이지'하는 분도 있었다"며 웃었다. 이어 "길에서 누가 아는 체를 하면 이분이 욕을 하려고 그러시는지 태극기가 어디 있는지 보게 된다"고 말했다.

박충근 특검보는 "특검팀과 같이 찻집이나 식당에 가면 사람들이 인사를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자들은 주로 윤석열 팀장과 악수하고, 여자들은 주로 이규철 특검보와 인사하고 나머지는 전부 개털"이라고 전했다. 윤 팀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맡았던 인물로 이번 특검팀에서는 삼성 뇌물죄 부분을 전담했다.

특검보들은 모두 이번 특검 수사가 상당한 강행군이었다고 털어놨다. 특검팀은 지난 2일 발족 후 첫 회식을 했다. 양재식 특검보는 "회식 때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면서 "70일은 모르고 하니까 그냥 한 거지만 (수사 연장이 되면) 30일을 더 한다고 생각하니 아득했다"고 말했다.


태그:#이규철, #특검, #최순실, #윤석열, #박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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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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