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서 가수 이랑이 곡 '신의 놀이'로 '포크 부문' 상을 받았다. 그는 무대에 올라 뮤지션의 벌이를 이야기하면서 트로피를 파는 퍼포먼스를 했다. 그의 트로피는 현장에서 5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28일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서 가수 이랑이 곡 '신의 놀이'로 '포크 부문' 상을 받았다. 그는 무대에 올라 뮤지션의 벌이를 이야기하면서 트로피를 파는 퍼포먼스를 했다. 그의 트로피는 현장에서 50만원에 거래됐다. ⓒ 조재무사진가


지난달 28일,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장이 갑자기 '경매장'으로 변한 해프닝이 있었다. 그 해프닝을 만든 사람은 한국대중음악상(아래 '한대음') 포크 부문 수상자인 뮤지션 이랑이다. 그는 수상하러 올라온 자리에서 "1월에 수입이 42만 원이었고 2월에는 감사하게도 96만 원이었다"고 소득을 밝히더니 월세를 벌기 위해 이 자리에서 트로피를 팔겠다고 말했다. 그는 즉석에서 경매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50만 원에 트로피가 팔렸다. 이랑은 한껏 웃으며 트로피 대신 돈을 손에 쥐었다.

이 퍼포먼스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시상식 현장에서는 이 해프닝을 유쾌한 분위기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대음 선정위원 중 한 명인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는 <오마이스타>와 통화에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현장 분위기가 있었고 웃고 말았다"며 "상이라는 것이 수여된 다음에는 그 사람의 몫이기 때문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또 이지선 한대음 사무국장도 개인 SNS에 "트로피를 수상자에게 전달하면 그것을 냄비 받침으로 쓰든 중고나라에 팔든 수상자 마음이다"라며 "퍼포먼스 덕분에 창작과 생계라는 이슈가 던져지고 우리 상이 많은 사람에게 회자돼 기분 좋기도 하다"고 밝혔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트로피를 받은 자리에서 팔아버린다는 건 상의 명예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대음 선정위원 이태훈씨는 개인 SNS를 통해 "본인 음악의 값어치가 50만 원밖에 안 된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라고 이랑의 퍼포먼스를 비판했다.

가수 이랑은 이외에도 불특정 다수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는 SNS 계정에 "오늘 하루종일 병신 짓거리, 관종, 냉소적, 심지어 '니가 박근혜 뽑은 결과다'라는 말까지 듣고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또 "많은 분이 걱정하시는 명예는 제가 집까지 잘 가지고 돌아와 잠도 같이 잤습니다. 명예 감사하다고 어제 몇 번을 말했는데"라는 말까지 남겼다.

차라리 음악이 50만 원이라면

이날 이랑은 짧은 퍼포먼스로 뮤지션들이 아직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곡 작업을 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고 또 사회자의 말처럼 "재미도 있었다." 그는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환기시켰다.

이랑의 '경매퍼포먼스'로 확인된 건 한대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인정받는 뮤지션일지라도 음악 활동만으로 월세 "50만 원"을 내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이다. 이를 두고 "그가 트로피를 무대에서 판 것은 적절하지 않다"거나 "50만 원은 너무 저렴한 게 아니냐"고만 지적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가 트로피를 팔아 번 한 달 치 월세로 그간 해왔던 것처럼 음악을, 영화를 만들고 그림을 그린다면, 그것이 트로피나 음악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익히 알려졌듯 음악 유통사에서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한 번 들을 때마다 제작자에게 돌아가는 수입은 0.39원 정도다. 많아도 1원 미만이다. 누군가 스트리밍으로 이랑의 곡을 100만 번도 더 넘게 들어야 그에게 50만 원의 수익이 돌아간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불합리한 구조 속에서 유통되는 '음악'의 값어치가 50만 원 이상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논쟁 속 드러난 한대음의 현실

한대음은 여타 다른 대중음악 시상식과는 달리 대중음악 평론가들이 모여 "대중음악의 다양한 예술적 가치를 회복하고자" (김창남 선정위원장) 만들어진 시상식이다. 다른 시상식에서는 볼 수 없는 가수들이 수상자 명단에 많이 오른다. 그만큼 다양한 화두가 올라오는 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이날 이랑은 본인의 수입을 공개하는 동시에 "수상을 해도 상금이 없다"는 말로 한대음의 현실을 일깨웠다.

이는 주최 측인 한대음 사무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지선 한대음 사무국장은 <오마이스타>에 "아티스트만이 아니라 기획자들도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행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이랑씨와 비슷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개인 SNS를 통해 "1년에 드는 예산이 3000만 원 남짓"이라고 알렸다.

그는 "관심이 많고 기대하는 것과 달리 상이 정말 열악한 상황 속에서 운영이 되고 있다"며 시민들에 후원을 당부했다. 한대음은 한두 해 정도 문체부(당시 문광부)의 지원을 받다가 돌연 2009년 지원이 끊긴 다음 매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시상을 이어오고 있다. 이지선 사무국장은 "한대음이 정말 우리 모두의 상이 되려면 기업으로부터도 정부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 이 상은 시민들과 음악팬들의 것이니 한대음 재원도 후원으로 마련이 되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이랑 한국대중음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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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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