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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만원 세대', '삼포 세대'라는 말을 듣는 요즘 청년들은 그들의 돈을 어디에 쓸까요? '2030의 지갑' 기획은 청년들의 새로운 소비 형태와 이로 인해 일어나는 사회 현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편집자말]
 생삼겹살 1인분과 소주 한 병, 공깃밥 하나를 주문했다.
 생삼겹살 1인분과 소주 한 병, 공깃밥 하나를 주문했다.
ⓒ 김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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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년들의 '혼밥' 문화를 신기한 듯 보도하는 기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 청년들에게 '혼밥' 문화는 신기할 것 없는 일상이다. 청년들의 '혼밥' 문화에 대해 복잡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분석들을 꿰뚫는 핵심은 '귀찮아서'가 아닐까 싶다. 무언가를 먹겠다고 사람을 모으는 게 귀찮아서, 사람들과 밥을 먹으면서 감정노동 하는 것이 귀찮아서 혼밥을 한다는 것이다. 요즘은 '혼밥'이 부끄러운 것이라는 인식도 사라지고 있어서 대학가를 비롯한 청년들이 많이 다니는 장소에는 으레 '혼밥'을 할 수 있는 식당이 생기곤 한다.

그러나 혼자 고깃집에 가서 고기를 먹는 것은 많은 혼밥의 단계들 중에서 고난이도로 꼽힌다. 우선 많은 고깃집이 혼자 먹는 분위기도 아닐 뿐더러, 혼자 먹을 때에도 밑반찬이 동일하게 깔리기 때문에 혼밥족에 대한 주인의 눈칫밥은 덤이다.

학교생활을 하며 웬만한 곳에서 혼밥을 해봤던 나에게도 '고깃집 혼밥'은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난이도였다. 앞에 명시한 이유로 혼자 고깃집에 들어가는 것은 민망하기도 하고 눈치가 보인다. 그래서 보통 고기를 먹고 싶으면 사람을 모으는 편인데, 보통 무언가를 먹고 싶다는 욕구는 갑작스럽게 '당장 먹고 싶다!'는 식으로 찾아오는지라 당장 같이 먹을 사람을 모으는 일도 그렇게 쉽지는 않다.

그래서 혼자 집에서라도 구워먹을까 생각해보면, 고기 구울 때 사방으로 튈 기름과 방 안 가득할 냄새를 감당할 엄두가 안 난다. 게다가 마늘, 상추, 깻잎, 고추장에 밑반찬까지 다 사야 하고, 설거지하는 것도 골치 아프고, 무엇보다 고깃집에서 불판에 굽는 맛이 안 나서 결국 포기해버리고 만다.

이렇게 혼자 고기를 먹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혼자 자취했던 2년 동안 고기를 먹고 싶다는 마음은 대개 이런 식으로 좌절되었고, 가끔 고기를 먹을 땐 보는 사람 짠하게 황홀해하곤 했다. 그런데 최근 SNS에서 한 고깃집이 화제가 되었는데, 바로 부천의 D식당이다. 혼자 고기를 먹기 좋게 되어있다는 이야기에 방문해보았다.

기본값이 '혼밥'인 1인 전용 식당

 가게 외부에 붙어있던 '혼자서 편하게 드세요'
 가게 외부에 붙어있던 '혼자서 편하게 드세요'
ⓒ 김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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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무리 혼자 먹기 좋은 식당이라도 1인석을 기본값으로 두고 영업을 하는 1인 전용 식당은 잘 없는 편이고, 보통 도시락이나 패스트푸드 같은 간편한 메뉴를 팔지 고기를 파는 경우는 더더욱 없다.

이곳은 고기를 주 메뉴로 팔 뿐더러 2인석 자리 네 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1인석이어서 흥미로웠다. 굳이 직원에게 요청하지 않아도 되도록 충전기와 옷걸이, 앞치마,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자리마다 마련되어 있는 것에서 혼밥족에 대한 배려도 엿볼 수 있었다.

 식당 내부. 2인석 네 자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1인석이다.
 식당 내부. 2인석 네 자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1인석이다.
ⓒ 김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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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 충전기, 버너, 타이머, 옷걸이, 앞치마가 마련되어 있는 모습.
 TV, 충전기, 버너, 타이머, 옷걸이, 앞치마가 마련되어 있는 모습.
ⓒ 김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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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자리에 기본으로 TV가 장착되어 있어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면서 눈치보지 않고 혼밥할 수 있다는 것이 특이했다. 모든 자리에 같은 뮤비가 나오고 소리는 전체 매장에 나오는 시스템이었는데, 원하는 뮤비나 채널을 골라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긴 했지만 원하는 걸 보고 싶다면 와이파이를 연결해서 스마트폰으로 개인적으로 볼 수 있으니 별 문제는 없었다.

타이머를 맞춰두고 고기를 굽는 것도 굉장히 편리한 시스템이었는데, 직원이 모든 손님에게 신경쓰기 어려우니 만든 시스템이라고 한다. 혼밥을 하는 입장에서도 굳이 직원을 부르거나 하지 않아도 타이머 소리에 맞춰 고기 상태를 보러 와주니 굉장히 편했다. 여러 요소에서 혼밥하는 사람들이 어색하지 않도록 배려한 흔적들이 엿보였다.

혼밥도 합리적으로 든든하게

 고기가 익어가고 있다
 고기가 익어가고 있다
ⓒ 김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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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깃집에서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고기다. 고기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사실 처음 고기를 받았을 땐  '적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먹고 나니까 정말 배불렀다. 아무래도 항상 고기를 먹으러 갈 때에는 다인분의 고기를 시켜서 먹었기 때문에 1인분이 상대적으로 적어 보였던 것이 아닌가 싶다. 나에게는 1인분이 매우 배부를 정도였지만 1인분이 적다면 반인분도 추가해 먹을 수 있다.

주관적 기준으로 볼 때 고기를 숯으로 만들지 않는 한 고기가 맛없기는 참 힘든 일이다. 생삼겹살 1인분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적당히 기름지고 맛있었다. 맛도 있고, 배도 고프고(저녁 10시경에 방문했었다), 혼자 아무 말 없이 먹으니 굉장히 빨리 먹게 되고 빨리 배불러졌다. 아쉬운 점은 먹고 입가심할 냉면이 메뉴에 없었다는 것이다.

메뉴의 가격은 여느 고깃집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혼자 국내산 생삼겹살 1인분과 밥 한 공기, 그리고 소주 한 병을 먹고 만 오천 원을 냈으니 여럿이 고기 먹을 때 드는 비용과 얼추 맞았다.

사장 한진수씨는 이전에 도시락 가게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고 밝히며 혼밥하는 사람들이 좀 더 제대로, 편안하게 한 끼를 먹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창업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취재하는 동안에도 혼밥을 하러 온 사람들이 여럿 있었는데, 다들 눈치보지 않고 여유롭게 한 끼를 먹는 모습이었다. 눈치보지 않고 혼자 고기를 먹고 싶은 사람이라면 방문해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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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