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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원 산내들와인 대표가 소백산 산향기 와인을 따르고 있다.
 김준원 산내들와인 대표가 소백산 산향기 와인을 따르고 있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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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기사 : [산내들와인①] 벌과 파리가 먼저 안 포도맛, 그렇게 만든 와인은?

인터뷰는 소백산 산향기 와인을 마시면서 이어졌다. 우리가 마신 와인은 드라이와인. 2016년 빈티지 와인은 아직 병입을 하기 전이라 김준원 대표가 주전자에 담아왔다. 떡과 과일, 곶감을 곁들여 먹었는데 의외로 잘 어울렸다. 아, 드라이와인을 떡과 같이 먹어도 맛있구나. 시음한 와인은 2015년 빈티지와 2016년 빈티지. 2016년 빈티지가 좀 더 가볍고 신선한 맛이었다.

김기진 시인은 와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병입한 와인이 펑펑 터져서 많이 놀랐다고. 와인제조를 시작한 뒤에 와인스쿨 등에서 본격적으로 양조법을 배우면서 양조 기술을 익혔다.

재배한 포도를 소비하기 위해 주류제조면허를 받고 와인을 만들었지만, 판로를 확보한 것은 아니었다. 김 시인은 그냥 구덩이를 파서 와인을 묻어둘 작정이었다고 말한다. 왜?

"나중에 나이가 많아지면 팔아서 용돈 좀 하려고."

웃으면서 하는 농담이지만, 꼭 농담만도 아니다. 빈티지가 오래된 와인은 세월이 흐를수록 좋은 와인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자연이 키워낸 향기 좋고 당도가 높은 포도로 만든 와인이 맛이 있으니, 김 시인의 이런 생각이 황당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김 시인이 와인사업을 시작하면서 아들인 김준원 대표의 인생이 바뀐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아버지 덕분에 와인에 관심을 갖게 되고, 양조법을 배우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산내들 와인을 설립할 때, 그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최정욱 소믈리에는 "아주 잘 나가는 직장이었다"고 옆에서 거든다.

와인숙성탱크
 와인숙성탱크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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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아버지가 하는 일을 이어받을 생각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졌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장이 운영하는 와인스쿨에 등록해 와인양조과정을 배웠다. 낮에는 직장생활을 했고, 밤에 양조를 배우러 다녔다. 그리고 직장을 그만두고 와인사업에 뛰어들었다. 그게 2년 전이다.

그 이면에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그는 서울에서, 아내는 대구에서 각각 직장생활을 하는 주말부부였기 때문이다. 아이 때문에라도 아내와 함께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김준원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집에서 와인을 만드니까 다른 집 와인은 어떤 맛인지 궁금해서 와인관련 박람회나 품평회를 할 때 가서 맛을 봤어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니까 갈 기회가 많았습니다. 마셔보니 다 우리 와인보다 맛이 없어요. 드라이와인도 그렇고. 아, 우리 와인이 맛이 나쁘지 않구나, 밖에 내놔도 괜찮겠구나, 이 정도면 꿀리지 않겠구나, 충분히 승부가 되겠구나, 생각하게 된 거죠."

와인스쿨에도 와인을 가져가 시음하게 했더니 반응이 좋았다. 김준원 대표는 거기에서 확신을 얻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최고의 맛을 내는 와인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할 때 아버지도 그에게 와인사업을 하라고 권했다. 김기진 시인은 와인사업 전망이 밝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한다. 산내들 와인은 포도를 직접 재배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게 김 시인의 판단이다.

소백산 산향기 와인.
 소백산 산향기 와인.
ⓒ 김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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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와인은 아직 역사라는 게 없습니다. 길어야 15년 정도밖에 안 되는데, 10년 앞을 내다보면 많이 발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것을 커피에서 봤습니다.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커피를 몰랐어요.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집집마다 노인이나 젊은 사람이나 도시나 농촌이나 다 커피를 먹습니다. 와인은 신이 내려준 음료라고 하는데, 건강에도 좋습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할수록 커피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많이 먹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김기진 시인의 말이다. 그는 김준원 대표에게 조급하게 굴지 말고 10년 후를 기다리라고 당부한다. 와인은 느긋하게 마음을 먹어야지 단기간에 승부를 낼 수 없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손 놓고 있으라는 얘기는 아니란다.

"정성을 다해 좋은 와인을 만들어놓고 기다려야 합니다. 자연이 좋은 포도를 생산하게 하니, 그것으로 좋은 와인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포도를 직접 생산해서 와인을 만들면 크게 밑질 일이 없어요."

김 시인은 매일 아침, 와인탱크 앞에서 절을 한다.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정성을 다하면 자연이 맛이 좋은 와인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김준원 대표가 와인사업에 뛰어들면서 산내들 와인은 지금과 같은 생산설비를 갖추게 됐다. 과감하게 시설투자를 해 안정적으로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2012년에 1300병을 생산했고, 매년 꾸준히 생산량을 늘려왔다. 2016년에는 6천여 병을 만들었다.

올해는 6개의 와인탱크가 와인으로 가득 차 있어서 생산량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에는 재배하는 포도 외에도 산내들 와인의 포도원과 맛과 품질이 비슷한 포도를 수매,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다. 그러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판로 개척이다. 아무리 와인을 잘 만들면 무엇하나. 팔려야 와인생산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광명동굴의 한국와인 판매는 산내들 와인에게 아주 좋은 기회가 됐다. 최정욱 소믈리에는 광명동굴에서 한국와인 판매를 시작할 때, 산내들 와인에 납품을 의뢰했다. 그가 광명동굴 소믈리에로 오기 전에 이미 소백산 산향기 와인을 시음해봤기 때문이다. 최 소믈리에는 그 정도라면 광명동굴에서 판매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산내들 와인에서 드라이와인만 생산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스위트와인도 개발해달라고 요청했어요. 소백산 산향기 와인은 품질에 비해 알려지지 않아서 품평회 등에 많이 참가하라고 권합니다. 소비자들에게 시음할 기회를 주는 게 필요하죠. 그래야 이름도 알릴 수 있고."

광명시와 영주시의 업무협약식. 광명동굴에 소백산 산향기 와인을 입점시키려고 두 도시가 업무협약을 했다.
 광명시와 영주시의 업무협약식. 광명동굴에 소백산 산향기 와인을 입점시키려고 두 도시가 업무협약을 했다.
ⓒ 광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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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소믈리에의 설명이다. 소백산 산향기 와인은 2016년에 열린 '제3회 한국와인대상'에서 실버상을 수상했다. 상을 받으면서 와인 맛과 품질을 인정받았지만 김준원 대표는 아직은 자신이 원하는 맛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와인의 주질에 만족하지 않아요. 지금은 제가 기대하는 맛의 55~60퍼센트 정도밖에 안 되는데 이것을 80~90까지 끌어올리는 게 1차 목표입니다. 2차 목표는 생산하는 와인 품목을 다양화하는 거죠. 드라이와 스위트만 만들고 있는데 로제와인과 이것을 업그레이드한 프리미엄 로제와인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김준원 대표는 와인을 만들면서 무엇이 가장 힘들고 어려울까?

"와인의 맛이죠. 제가 생각하는 맛이 와인전문가들이 추구하는 맛과 가까울 때는 좋은데, 소비자들이 싫어하면 문제가 있잖아요. 소비자들에게 맞춰 맛을 대중화하면 전문가들이 외면하고, 전문가들에게 맞추면 소비자들이 외면하거든요. 판매를 하려면 아무래도 소비자들의 입맛에도 맞춰야 하는데, 이게 가장 어렵습니다. 지금도 맛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어요."

최정욱 소믈리에는 "대부분의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드라이와인보다 단 맛이 강한 스위트와인을 좋아한다"고 설명한다. 좋은 와인을 만들어서 인정받고 싶지만, 소비자들의 대중적인 입맛을 외면하면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다.

이런 김준원 대표의 고민에 최 소믈리에가 명쾌하게 대안을 제시한다.

"우선 스위트한 와인을 많이 판매해 그 수익으로 품질 좋은 드라이 와인을 많이 연구해서 만들어야죠. 채산성부터 맞추고 품질을 연구하는 게 필요하겠죠. 스위트와인과 드라이와인 비율은 9대 1이나 8대 2 정도로 조정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 대표는 올해 소백산 산향기 와인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홍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영주에서 와인이 생산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판매가 참 힘들어요. 포도농사를 짓는 것은 누구나 하는 일이라 어렵다고 할 수 없지만, 우리 와이너리는 영세하다보니 아무리 잘 만들어도 알아주지 않잖아요. 일일이 맛을 보기 전에는 인정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와인축제나 와인품평회 등에 많이 참가하려고 합니다."

최정욱 광명동굴 소믈리에와 김준원 산내들와인 대표
 최정욱 광명동굴 소믈리에와 김준원 산내들와인 대표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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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욱 광명동굴 소믈리에의 와인 팁>

소백산 산향기 드라이와인 : 캠벨 얼리 포도의 아로마인 과실향이 잘 살아 있고, 바디감은 미디엄 정도로 피노 누아 품종과 비슷한 특성이 있습니다. 채끝 스테이크 등의 서양식 정찬과 잘 어울리는데, 리코타 치즈 샐러드 혹은 찹쌀떡, 얼린 곶감과 같은 한식 디저트와 같이 마셔도 잘 어울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어떤 음식과도 조화가 잘 돼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와인입니다.


소백산 산향기 스위트 와인 : 원래 과실이 갖고 있는 당도를 잘 살린 맛으로 제육볶음, 삼겹살 구이, 양념 소갈비 등 양념 맛을 살려서 먹는 한식 요리와 잘 맞습니다. 한식 디저트와 같이 마시면 디저트의 맛을 은은히 살려주는 와인이기도 합니다.


태그:#와인기행, #산내들와인, #소백산 , #산향기와인, #김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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