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학생선수의 '표본' 서울대학교 출신 이정원이 부천 FC 1995에 입단했다.

 부천 FC 1995에 입단한 이정원

부천 FC 1995에 입단한 이정원 ⓒ 이정원 선수 본인 제공


지난 28일(화) 부천은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정원을 비롯한 6명의 신인 선수 입단 소식을 알렸다.

서울대학교 축구부는 이정원을 비롯해 지난 12월 성남 FC 입단에 성공한 이건엽까지 졸업생 2명을 프로 진출에 성공시키는 쾌거를 누렸다. 두 선수의 국내 프로 진출은 '캐논슈터' 황보관 축구협회 기술교육실장과 양익전 오현고 감독 이후 27년 만이다.

부천 입단을 확정 지은 이정원은 "11월 말에 입단 테스트를 시작으로 2월까지 진행한 동계훈련을 모두 소화한 끝에 입단을 확정 지었다. 아직 실전 투입을 하지 않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정원의 부천 입단은 극적이었다. 동계훈련 이후까지 합격 통보가 나지 않아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정원은 "동계훈련을 가기 전에 삭발하고 갔다. 힘든 상황이었지만, 그만큼 정신적으로 무장하고 가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정원은 축구 명문 부평고를 거쳐 서울대에 진학했다. 어렸을 적부터 운동만 강요하는 교육 시스템에 의문이 들어 내린 선택이었다. 그는 "서울대에 진학하면 공부를 하면서 축구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재수까지 하면서 서울대에 입학했다"며 진학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대 입학 후 이정원은 팀의 상황에 따라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을 소화하며 필드 이곳저곳을 누볐다. 3학년 때는 주장으로 임명돼 U리그에서 세종대를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두는 등 좋은 추억도 갖고 있다.

이정원은 "4년 동안 3승밖에 거두지 못했다(웃음). 서울대가 다른 팀에 비해 전력이 약해 본업인 수비형 미드필더뿐만 아니라 센터백으로도 경기를 많이 뛰었다. 결과적으로 멀티 플레이어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이어 이정원은 "서울대에서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공부하면서 운동을 병행했다.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수동적이었지만, 이곳에서는 모든 걸 스스로 알아서 했다. 능동적으로 바뀐 게 대학 생활을 하면서 얻은 가장 큰 보람이다"며 팀의 어려운 상황이 자신을 더 성장시킨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정원은 프로 무대에서 새로운 경쟁을 펼쳐야 한다.

이정원은 프로 무대에서 새로운 경쟁을 펼쳐야 한다. ⓒ 부천 FC 1995


좋은 추억을 안고 서울대를 떠났지만, 이제는 프로의 냉혹한 경쟁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이정원과 부천의 계약 기간은 1년이다. 프로 진출을 이룸으로써 한숨 돌렸지만 안정적인 입지를 위해선 다시 한 번 피나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이정원은 "욕심내지 않고 차근차근 이룰 생각이다. 우선 데뷔전을 얼마나 빨리 치르느냐가 중요하다. 이후 서서히 자리를 잡아 부천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싶다"며 먼 미래보다는 현재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정원의 프로 진출을 지켜본 서울대 이인성 감독은 "빌드업 능력이 뛰어나고 굉장히 지능적이다. 묵묵히 팀에 헌신할 줄 아는 선수라 프로 무대에서 기회를 잘 잡으면 롱런할 가능성이 높다"며 제자의 프로 진출 성공에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어 이 감독은 "현재 해설가로도 활동 중인데, 정원이가 경기에 뛰는 모습을 내가 직접 해설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찬다"며 하루빨리 이정원과 필드에서 재회하기를 기다렸다.

이 감독의 말을 들은 이정원은 "이인성 감독님이 해설하러 오실 때 내가 벤치에 앉아있으면 정말 싫을 거 같다. 꼭 경기에 출전해 감독님에게 떳떳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며 이를 악물었다.

마지막으로 이정원은 "사람들이 서울대 출신이 프로 입단에 성공한 것만 주목하지만 나는 실력으로 승부를 보고 싶다. 배경으로 주목을 받기 보다는 실력 그 자체로 인정받는 선수로 거듭날 것"이라며 굳은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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