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업자협동조합의 가치

기존에 이미 사업을 하고 있는 이들이 모여 만든 사업자협동조합은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들에게 늘 관심의 대상이다. 사회적경제는 결국 양극화 등 현재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인데, 사업자협동조합은 소자본으로 창업한 이들이 거대자본의 횡포에 맞서서 설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자협동조합은 비록 사회적협동조합처럼 공공성을 앞세우지는 않지만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하다. 어쨌든 그것은 '갑'에 대한 '을'들의 반란이며, 그와 같은 사례가 많아질수록 사회의 경제민주화 가능성은 커진다.

을살리기 새희망 협동조합
 을살리기 새희망 협동조합
ⓒ 쿱스치킨협동조합

관련사진보기


특히 이와 관련하여 사업자협동조합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는 이들은 먹거리 관련 자영업자들이다. 최근 대기업들이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순대나 떡볶이, 치킨 등 골목상권까지 침투해 들어오면서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만큼, 그 대안으로 협동조합이 떠오른 것이다.

대형 프랜차이즈만큼 자본력은 없지만, 소규모 가게들이 모여 공동브랜드를 만들고 공동구매를 하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쌓으면 협동조합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 실제로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이 발휘된 이후 적지 않은 자영업자들이 사업자협동조합의 설립을 추진했다. 치킨, 피자, 빵 등을 만드는 자영업자들이 주변의 동종업계 사람들을 만나 연대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아직까지 미미하다. 많은 협동조합들이 만들어지고는 있으나 우리 사회에는 제대로 된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이 거의 없다. 당장 미국만 봐도 '버거킹' 등이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무엇 때문일까? 단순히 시간의 문제일까?

이와 관련하여 본 기자는 지난해 말 치킨협동조합으로 유명한 쿱스치킨 이민호 이사장을 만났다. 강동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팀장의 입장으로서 강동구의 치킨 매장들을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규합하는 것이 가능한지 그의 조언을 들어보기 위함이었다.

유통을 했기 때문에 쉽게 생각한 협동조합

- 어떻게 협동조합을 하시게 되었나요?
"대기업을 명퇴한 뒤 닭과 관련된 일을 했어요. 닭고기 자제 유통. 소매도 같이 했죠. 그러다가 프랜차이즈 점포를 하게 됐는데 불공정했어요. 본사와 분쟁이 있었죠. 그래서 가맹점주협회를 만들려고 했는데 잘 안됐고. 결국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하다 보니 협동조합을 떠올렸어요. 협동조합으로 전국의 치킨 전부들을 규합해서 이런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이야기해보자."

- 그래서 협동조합은 잘 운영되고 있나요?
"사실 치킨 유통업을 해왔기 때문에 협동조합에 대해 쉽게 생각했었어요. 공공구매 혜택도 볼 수 있었고. 그런데 쉽지 않더라고요. 경기가 너무 안 좋아요. 3~4년 전만 해도 국가대표 축구를 하면 주문을 못 받았는데 지금은 옛날 매출의 반도 안 나와요. 그만큼 바닥 소비심리가 죽어버렸어요. 그러다 보니 조합원 모으기가 더욱 어려워졌어요. 점주들이 1년 이상 버티기도 힘들어진 거죠. 또 협동조합을 하면 조합원들끼리 으쌰으쌰 해야 하는데 점주들이 그냥 소비자예요. 저만 살겠다고 해요. 당연한 거죠. 관심 없어요. 협동조합이니 괜찮을 것 같고, 좀 싸고 잘 팔릴 것 같고 딱 두 가지예요. 모이자고 하면 안 모여요."

- 협동조합이 언론에도 나왔는데?
"언론에 몇 번 나가고 난 뒤 기회가 있었죠. 전국에서 문의가 많이 들어왔어요. 그런데 물류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어요. 물류사들이 와서 견적도 내고 했지만 그 시간 동안 기다릴 수 있는 점주들은 많지 않아요. 몇몇 사람들은 왔다가 물류 시스템 갖춰지면 연락 하라고 하고. 협동조합이면 같이 시스템을 갖춰가야 하는데 일반 프랜차이즈처럼 이미 다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 거죠. 결국 지금은 자체적으로 물류를 하고 있고, 가까운 곳에서부터 조합원을 늘려가고 있어요."

- 치킨 점주에게 협동조합을 하면 어떤 점이 유리한가요?
"우선 원가절감을 할 수 있어요. 제가 유통업을 하기도 했고, 공동구매를 통해 원가절감을 할 수 있죠. 지금 당장 10% 절감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백날 원가절감만 하면 뭐해요. 많이 팔아야지. 그런데 이게 무척 어려워요. 결국 광고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요즘은 배달 어플이 생겨 타격이 굉장히 커요."

쿱스치킨 이민호 이사장
 쿱스치킨 이민호 이사장
ⓒ 쿱스치킨협동조합

관련사진보기


"배달 어플은 기생산업"

- 배달 어플이 문제가 많은가 보내요?
"배달 어플이 자영업자들을 다 죽이고 있죠. 점주들이 광고를 해야 하니까 배달 어플에 들어가는데, 그거 기생산업이에요. 어플들은 점주를 통해 먹고 살잖아요. 그런데 점주들한테 '삥' 뜯어서 소비자들한테 5%, 10% 할인해 줍니다. 평균 10%에서 18%까지 자기들 마음대로 뜯어가요. 이제는 거의 준조세예요. 우리 어플 없을 때도 장사 잘 했잖아요. 어플 없을 때가 훨씬 좋았어요.

또 어플 업체들이 개별점포들을 노출 안 시켜 줘요. 계속 '삥'을 뜯어야 되니까 똑같이 획일적으로 올려요. 그래놓고 오직 노출 전쟁만 시켜요. 상단노출하려면 돈 더 내야 하고. 다른 광고 매체들은 우리 전단지를 올려놓으면 소비자들이 더 이상 그 매체를 안 보고 우리한테 직접 전화하잖아요. 그런데 어플은 그게 없어요. 우리만의 장점도 못 올리게 하고.

더 큰 문제는 현금이 없다는 거예요. 옛날에는 카드가 30%정도 밖에 안됐어요. 그런데 지금은 95%가 카드나 어플이에요. 3.5% 수수료도 있고. 그런데 이렇게 카드나 어플을 통해서 돈이 들어오면 돈이 맞게 들어오는지 계산을 할 수 없어요. 카드로 계산하면 수없이 나가고 여기저기서 들어오잖아요. 계산 할 수 없습니다. 그냥 안 맞춰요. 들어오면 맞는가 보다 하고. 그러다 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안 들어오는 금액도 있어요. 예를 들어 중복계산 같은 거. 큰 금액은 아닌지만 카드사가 알려줘야 되잖아요? 안 알려줘요. 그냥 있어요.

게다가 어플 회사들은 카드사처럼 금융관리 시스템도 없어요. 있어도 카드사처럼 신뢰도 없고. 언제든 망할 수 있죠. 소위 빅3, '배달의민족', '배달통', '요기요'도 알 수 없어요. 수익구조가 굉장히 약하거든요. 그런데 그 어플 회사들이 돈을 그다음 주에 넣어주니까 심각한 문제일 수밖에 없죠. 부가세 누락 때문에 가산세 맞을 가능성도 커지고.

저번에는 카카오에서 배달 어플 사업한다고 찾아 왔기에 한 마디 했어요. 너희들 이게 불공정 사업인데 너희도 하냐? 나중에 반드시 언론을 통해서 철퇴 맞을 거라고. 그럼 영업 온 사람들이 얼굴 빨개져서 가요. 이게 얼마나 불공정한지 봐라. 너희들이 왜 끼어들어서 10% 뺏어가냐. 점주들 지금 똥구멍에서 콜라물 빼먹는 거지." 

먹거리장터에 참여한 쿱스치킨협동조합
 먹거리장터에 참여한 쿱스치킨협동조합
ⓒ 쿱스치킨협동조합

관련사진보기


협동조합의 대안은?

- 그럼 협동조합은 이런 구조 속에서 어떻게 생존해야 하나요?
"우선 무조건 모여야 합니다. 원가절감은 가능하다 했고, 매출을 늘리려면 우리끼리 모여야 되요. 그리고 브랜드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가맹본부는 살고 점주는 죽은 프랜차이즈 형식이 아니라 모두 살 수 있는 협동조합이라는 틀 안에 많은 이들이 모여야 해요."

- 많이 모이면 무슨 대처를 할 수 있는 거죠?
"많이 모이면 공동마케팅을 통해서 홍보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죠. 우리는 협동조합이니까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돈을 조금씩 걷어서 사용할 수도 있죠. 치킨 한 마리에 300원씩 붙여서 광고적립금을 만든다든지, 홈페이지에 쓴다든지 해서. 그리고 그 돈으로 어플을 만들어야 해요. 우리가 직접. 어렵지 않아요. '배달의민족' 처음처럼 만들면 돼요. 선결제 없고, 전단지 그대로 얹고. 결제시스템 없으면 프로그램 만드는데 돈 얼마 안 들어요."

- 그럼 그런 마케팅을 통해서 무엇을 알리나요?
"협동조합 제품의 우수성을 알려야죠. 품질은 우리 제품이 최고 높아요. 그런데 이런 걸 잘 모르는 거지. 예를 들어 우리는 무항생제 치킨을 쓴다든가, 치킨 중량이 압도적으로 나간다든가, NON-GMO 식용유를 쓴다든가 하는 것들. 치킨 시장도 장기적 승부는 재료에 있어요. 제품만으로는 차별화가 없어요. 한 두 달이면 다 따라하는데 뭐. 근본적인 건 재료를 친환경으로 바꿔나가야 해요. 그런데 그게 어렵거든. 특히 기름. 우리나라 콩기름은 95% 이상이 GMO예요. 그런데 우리는 일단 최소한 기름은 GMO가 아닌 걸로 하고 있으니까."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강동에서 자영업자들이 모여 협동조합을 만들려면 협동조합 정신으로 뭉치지 않으면 안 돼요. 결국은 모여야 해요. 내가 지역에서 꼭 협동조합을 만들고 싶다면 거기서 5명 이상으로 협동조합을 만들고 나중에 연합회를 만들면 되죠. 협동조합의 정신은 협동조합끼리 돕는다는 거 아닙니까. 가능하다면 공동브랜드. 그러면 대기업 프랜차이즈들도 무시할 수 없을 거예요."

현재 우리 사회의 자영업자 인구는 약 600만 명에 달한다. 정부는 실업률을 개선하기 위해 계속해서 창업을 이야기하지만, 국세청이 발간한 '2016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자영업자가 창업 3년 내 문을 닫는 폐업률이 70%, 심지어 음식업의 폐업률은 84.1%에 달한다. 부디 많은 자영업자들이 위의 인터뷰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길 바란다.


태그:#쿱스치킨협동조합, #사회적경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