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선임, 밀실 취임식... 오늘날 MBC의 '부끄러운' 자화상이었다.

내부 구성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김장겸 MBC 보도본부장이 결국 취임식을 열고 3년 임기의 MBC 사장 자리에 올랐다. 28일 오전 서울 상암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김장겸 신임 사장은 "품격 있는 젊은 방송을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다. 취임식은 MBC 임직원 300여 명을 제외하고 외부 취재원 등에 공개되지 않았다. 또 과거 취임식과 달리 사내 채널을 통해 방송되지도 않았다.

23일 김장겸 사장 선임에 이어 27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다시 이사회를 열고 MBC 이사들을 비롯해 지역 MBC 임원진도 선발했다. 방문진 야당 추천 인사들은 사장 선임에 이어 이번 임원진 선발도 '보이콧'했다. 이번 선임 역시 지난번과 같이 '비공개'로 치러졌다. 비공개 논의 끝에 이들이 선발한 MBC 임원은 ▲백종문 부사장 ▲권재홍 MBC플러스 사장 ▲최기화 기획본부장 ▲오정환 보도본부장 등이다. 모두 MBC 파업 이후 김장겸 신임 사장과 함께 해 온 사람들이다.

언론노조 MBC 본부는 28일 김장겸 사장 취임식이 열리는 미디어센터 1층에서 김장겸 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인 "NOT MY PRESIDENT"라 피켓을 들었고 이어 20여 분 집회를 가졌다.

 언론노조 MBC본부에서는 28일 김장겸 사장 취임에 반대하며 취임식이 열리는 서울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 회의장 앞에서 피켓팅 시위를 벌였다. 언론노조 MBC본부가 준비한 피켓에는 김장겸 사장을 MBC 신임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NOT MY PRESIDENT"라고 적혀있다.

언론노조 MBC본부에서는 28일 김장겸 사장 취임에 반대하며 취임식이 열리는 서울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 회의장 앞에서 피켓팅 시위를 벌였다. 언론노조 MBC본부가 준비한 피켓에는 김장겸 사장을 MBC 신임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NOT MY PRESIDENT"라고 적혀있다. ⓒ MBC언론노조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김연국)는 28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김장겸 MBC 신임 사장 취임식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김연국)는 28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김장겸 MBC 신임 사장 취임식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 언론노조MBC본부


한편, 각 지역 MBC지부는 공동 성명을 내고 방문진의 MBC 지역 사장 선임을 비판했다. MBC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지역사 사장은 이번에도 박근혜-김장겸의 아바타이자 낙하산으로 보이는 이들이 차지했다. 특정한 능력이나 비전은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특정인과의 개인적 인연만이 이번 인사의 배경"이라고 알렸다. 이런 언론노조의 비판과 시민들의 우려 섞인 시선에도 MBC는 '가던 길을 그대로 가고 있다.'

'밀실 취임식' 열고 "품격" 논한 김장겸 사장

"미디어 환경이 갈수록 격화됨에 따라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는데 공영방송의 역할에 대한 백가쟁명이 우리의 잠재력을 가로 막고 있다." 28일 취임식에서 김장겸 신임 사장은 MBC 위기 원인을 "미디어 환경 탓"으로 돌렸다. 또 언론노조의 '공정방송' 투쟁을 "공영방송의 역할에 대한 백가쟁명"이라고 일축했다.

 MBC 김장겸 신임 사장이 28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취임식을 열고 "품격 있는 젊은 방송으로 MBC를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MBC본부에서는 김장겸 사장 취임에 반대하며 취임식이 열리는 회의장 앞에서 피켓팅 시위를 벌였다.

MBC 김장겸 신임 사장이 28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취임식을 열고 "품격 있는 젊은 방송으로 MBC를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 MBC


그는 이어 "우리나라는 심각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MBC가 진영논리와 노사갈등에 매몰되어 있을 때 바깥 세상은 빛의 속도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또 "오로지 시청자만 바라보며 즐겁고 보람차게 일하자"고 말했다. 

이번 임원진 선임에는 그간 MBC 안팎에서 꾸준히 비판받아온 백종문 부사장과 권재홍 MBC플러스 사장, 최기화 기획본부장도 포함돼 있다. 방문진이 선임한 임원진 인사는 하나 같이 '김재철-김장겸의 사람'이라는 것이 MBC 내부 구성원들의 지적이다. 전형적인 '알박기' 인사라는 것.

언론노조 MBC 본부는 28일 노동조합 특보를 내고 "MBC 김장겸 사장이 취임사에서 말한 '품격 있는 젊은 방송'에 동의하지만 문제는 이 발언의 당사자가 김장겸씨라는 데 있다. 전형적인 '박근혜 대통령식 유체이탈 화법이다"라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품격 있는 젊은 방송을 위해서는 이런 인사부터 축출하는 것이 먼저"라고 꼬집었다.

MBC 노조 김장겸 사장 방문진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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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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