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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고 학생과 학부모 50여 명은 27일 오전 학교 정문을 앞에 두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며 1시간 가량 침묵시위를 벌였다.
 문명고 학생과 학부모 50여 명은 27일 오전 학교 정문을 앞에 두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며 1시간 가량 침묵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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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자퇴와 전학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문명고 입학 예비신입생의 학부모 김아무개(48)씨는 27일 오전 학교 행정실을 찾아 아들을 입학시키지 않겠다며 자퇴(입학포기)를 신청하고 이미 납부한 등록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국정 역사교과서로 공부하지 않겠다는 아들의 의지가 강했다"며 "입학설명회 할 때 '요즘 시끄러운 거 알지?'라며 상투적으로 말하는 것을 듣고 학교에 가지 않고 공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흔쾌히 동의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들이 입학을 거부하는 것이지 자퇴가 아니다. 이미 맞춰놓은 교복은 다른 어려운 학생에게 주겠다"며 "국정교과서 철회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다른 학부모 및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이어 "(학부모와 학생의) 반발이 심하니까 학교가 연구학교를 포기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버틸 줄은 몰랐다"며 "교사들이 이 사안에 대해 어물쩍 넘어가려는 듯한 발언만 하고 해결 의지가 없다는 데 실망을 많이 했다"고 학교 측을 비난했다.

대구경북 4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문명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저지대책위원회'는 27일 오전 이 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항의서한을 학교에 전달했다.
 대구경북 4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문명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저지대책위원회'는 27일 오전 이 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항의서한을 학교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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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학부모 A씨는 지난 24일 대구 수성구의 다른 고등학교로 전학(재배정 요구)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학부모는 "지난 22일 이미 수성구로 이사를 했다"며 "학교 분위기도 그렇고 애가 제대로 공부할 수 있을지 걱정이 돼 전학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교과서로 배우는 학교가 전국에서 유일한데 학생도 그렇고 학부모도 걱정을 많이 하는데 학교 쪽은 자기들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아이들을 실험 대상으로만 여기는 것 같아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도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문명고 정문에서 피켓을 들고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문명고는 국정화된 학생 양성소가 아닙니다', '역사왜곡 교과서 철회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한 신입생 학부모는 "학생들이 국정교과서로 제대로 공부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며 "만일 학교에서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오는 3월 2일 열리는 입학식에 불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구경북 시민단체, 문명고 대책위 구성 "추진 과정의 절차적 문제 따질 것"

대구경북 4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문명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저지대책위원회'는 27일 오전 이 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항의서한을 학교에 전달했다.
 대구경북 4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문명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저지대책위원회'는 27일 오전 이 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항의서한을 학교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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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대구지부와 경북지부, 경북역사교사모임 등 대구경북지역 41개 시민사회단체 회원 100여 명도 이날 오전 문명고 앞에서 '문명고 국정교과서 저지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항의문을 이 학교 김태동 교장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편법신청 강행한 문명교육재단과 경북교육청을 규탄한다"며 "문명고 연구학교 추진 과정의 절차적 문제에 대한 법적 대응을 포함해 한국사 국정교과서 저지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지난 17일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이 확정된 이후부터 문명고 학생, 학부모, 교사가 역사 왜곡 한국사 교과서를 반대하고 있지만 재단이사장과 학교장은 이를 철저히 회면하고 있다"며 "학생이 민주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는 학교에서 사회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교육을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불법적이고 부당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고 절차적 문제에 대한 법률적 대응을 포함한 저지운동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공개적 발언을 통해 사실상 학사에 개입하고 있는 학교 이사장의 감사를 경북교육청에 요구했다.

대구경북 4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문명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저지대책위원회'는 27일 오전 이 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항의서한을 학교에 전달했다.
 대구경북 4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문명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저지대책위원회'는 27일 오전 이 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항의서한을 학교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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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4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문명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저지대책위원회'는 27일 오전 이 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항의서한을 학교에 전달했다.
 대구경북 4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문명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저지대책위원회'는 27일 오전 이 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항의서한을 학교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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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문명고는 국정 역사교과서로 올해 신입생들에게 가르치겠다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이미 결정이 된 만큼 제대로 비교·연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교육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명고 입학생 187명 가운데 국정 역사교과서로 배우지 않겠다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여전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태그:#문명고, #국정 역사교과서 , #연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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