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개막을 8일 앞둔 김인식호가 쿠바를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WBC 야구대표팀은 2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제4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쿠바와 두 번째 평가전을 가졌다. 대표팀은 선취점을 빼앗긴 후 중반까지 끌려 다니다가 7회 빅이닝을 만들며 7-6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선발투수 양현종이 3이닝 4피안타 2실점을 기록하며 다소 아쉬운 투구를 했지만 경기 후반 타선이 폭발하며 짜릿한 승리를 만들었다. 이로써 한국은 쿠바와의 두 차례 평가전을 모두 승리로 가져갔다.

한국에서 하루를 보낸 쿠바는 전체적으로 무겁다 못해 무기력해 보이던 25일 경기와는 전혀 다른 몸상태를 보였다. 한국으로서는 몸이 무거운 상대에게 가볍게 승리를 챙기는 것보다는 강한 상대와 팽팽한 내용의 경기를 펼치며 보완할 점을 찾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 게다가 경기 후반 빅이닝을 만들며 역전승까지 거뒀으니 기쁨은 두 배였다.

선취점 내준 경기, 불펜 투수 호투로 버텨내다 7회 역전

한국은 발목에 가벼운 부상이 있는 유격수 김재호 대신 김하성이 선발 유격수로 출전했다. 선발 마스크 역시 양의지 대신 백업 포수 김태군이 썼고 팔꿈치 통증으로 전날 대타로 출전했던 이용규가 9번 중견수로 선발 라인업에 복귀했다. 김태균-최형우-이대호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은 전날과 다름없었다. 팀의 중심은 확실히 잡아가면서 다양한 선수 기용을 통해 주전 라인업을 정하려는 김인식 감독의 의도가 엿보였다.

한국은 1회 공격에서 경기 초반 쿠바의 선발 투수 블라디미르 바노스의 유인구에 속아 세 타자 연속 삼진을 당했다. 전날 1회부터 득점을 뽑아내며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갔던 것과는 대조적인 내용이었다. 한국의 선발투수 양현종도 쿠바의 4번타자 알프레도 데스파이그네에게 2루타를 허용했지만 경기 초반부터 시속 145km를 넘나드는 위력적인 강속구를 던지며 무실점으로 1회를 잘 막아냈다.


양 팀 선발 투수들의 호투가 이어지면서 팽팽한 투수전으로 전개되던 경기는 3회말 쿠바에 의해 깨졌다. 쿠바는 선두타자 요엘키스 세스페데스의 3루타로 만든 무사 3루 기회에서 로엘 산토스의 좌전 적시타로 가볍게 선취점을 뽑았다. 양현종은 이어진 2사2루 위기에서 데스파이그네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추가점을 내줬다.

한국도 4회초 공격에서 선두타자 김태균이 볼넷을 골라 나가면서 무사 1루의 기회를 얻었지만 최형우의 잘 맞은 타구가 유격수 정면으로 향하면서 병살타로 연결되고 말았다. 이어진 이대호의 큼지막한 타구도 워닝 트랙에서 잡히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한국은 5회초 공격에서 손아섭의 안타와 이용규의 2루타를 묶어 한점을 추격하며 쿠바 선발 바노스를 강판시켰다.

한국은 선발 양현종의 투구가 다소 불안했지만 임창민, 박희수로 이어진 불펜 투수들이 호투를 이어가며 대등한 승부를 펼칠 수 있었다. 특히 임정우의 대체 선수로 가장 늦게 대표팀에 합류한 NC다이노스의 마무리 임창민은 2경기 연속으로 마운드에 올라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리틀 국민 노예'의 탄생을 예고했다.

한국은 6회말 4번째 투수 장시환이 추가점을 허용했지만 7회초 손아섭의 2루타와 김하성의 볼넷, 쿠바 유격수 요르단 만둘레이의 실책, 이용규의 적시타, 박석민의 2루타, 민병헌의 희생플라이, 이대호의 볼넷, 손아섭의 적시타를 묶어 순식간에 경기를 7-3으로 뒤집었다. 한국은 6회에 등판한 장시환이 7회 한 점을 더 내줬고 9회 원종현이 추가로 2점을 더 내줬다. 한국의 승리로 끝났지만 경기 후반 깔끔하게 경기를 마무리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불안한 에이스와 4번타자, '2경기 5안타' 손아섭은 든든


김인식 감독은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장원준을 이스라엘전, 양현종을 네덜란드전의 선발로 낙점했다. 한국팀의 1라운드 라이벌이 네덜란드임을 고려하면 양현종이 대표팀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인정받은 것이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성인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양현종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2015년 프리미어12 등 굵직한 국제대회마다 대표팀의 주축 투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이번 쿠바전에서 양현종의 투구는 전날 장원준이 보였던 완벽한 내용에 비하면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3이닝 4피안타 2실점이라는 결과도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특유의 자신감 있는 투구를 보여주지 못했고 3이닝 동안 54개의 공을 던지며 투구수도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WBC 1라운드는 투구수가 65개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선발 투수들은 투구수 관리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타석에서는 4번타자 최형우의 계속된 부진이 아쉽다. 2008년부터 삼성 라이온즈의 중심타자로 활약했음에도 유독 대표팀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던 최형우는 이번 대회에서 생애 첫 대표팀에 선발되며 4번타자라는 중책을 맡았다. 추신수, 박병호, 김현수 등 빅리거들이 대거 불참한 이번 대회에서 최형우만큼 무게감 있는 타자는 드물기 때문이다(타선의 좌,우 균형을 생각해도 좌타자 최형우가 4번을 맡아 주는 것이 여러모로 효율적이다).

하지만 최형우는 25일 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에 그친 데 이어 이날도 병살타 하나를 포함해 2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물론 배트 중심에 잘 맞아 나가는 타구도 있었고 아직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경기 결과에 크게 연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국팀의 4번으로 낙점된 선수가 대회를 일주일 남은 시점까지 타격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김인식 감독에게도 분명 고민스러운 부분이 될 수밖에 없다.

한편 2경기 연속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손아섭은 25일 홈런을 때려낸 데 이어 이날도 2루타 하나를 초함해 4안타 2타점을 폭발시키며 컨디션을 순조롭게 끌어 올리고 있다. 민병헌과 박건우가 외야 전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요원인 만큼 손아섭이 주전으로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반면에 전날 3안타를 치며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했던 허경민은 이날 3연타석 삼진에 실책까지 저지르며 체면을 구겼다(그래도 마지막 타석 안타로 기분 전환을 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