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돌아온 아시아의 축제,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이 지난 26일 폐막했다.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은 동계올림픽 개최 1년 앞으로 개최연도를 옮김으로서, 동계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이끌 수 있도록 조치한 첫 대회이다. 종합 2위를 목표로 삼은 대한민국 대표팀은 금메달 16개, 은메달 18개, 동메달 16개를 얻으며 안전하게 종합 2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은 여느 대회보다 얻은 것이 많은 대회였다. 항상 강세를 보이던 스케이팅 관련 종목뿐만 아니라, 취약한 종목인 스키와 스노보드에서도 많은 메달을 획득하였다. 비인기 종목인 알파인스키와 크로스컨트리에서도 메달을 획득한 것을 보면, 더 많은 종목이 기다리고 있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이승훈 선수가 금메달 4개를 얻으며 소치올림픽에서의 아쉬움을 잊었고, 소치올림픽 노메달에 그쳤던 남자 쇼트트랙 팀에서 나온 금메달은 굉장히 큰 위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대한민국 대표팀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전체적인 넓은 시야에서 동계아시안게임 및 아시아의 동계스포츠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동계 대회 = 흥행 참패' 공식부터 바꾸도록 노력해야

일본은 지금까지 열린 8번의 동계아시안게임 중 1986년, 1990년, 2003년, 2017년 총 4회 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그 중 1986년, 1990년, 2017년을 삿포로에서 개최함으로 삿포로는 동계스포츠의 안방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2021년 대회 역시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만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직전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는 엄청난 경쟁을 이기고 선정된 것이 아니었다. 타 국가들의 경제 상황을 고려한 동계스포츠 추가 인프라 구축이 불가능하다 보니, 이미 동계스포츠 인프라 구축이 되어 있거나 구축 능력이 있는 나라들만을 산정해서 개최지를 선정해야 하였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삿포로-오비히로 단독 후보로 개최지가 결정되었다.

좋지 않은 경제 상황 등으로 개최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1995년 제 3회 동계아시안게임의 개최지는 북한 양강도의 삼지연이였으나, 김정일이 집권한 이후 북한에 엄청난 경제난이 닥치며 개최권을 반납하는 상황에 이른다. 인도 역시 1990년 제 2회 대회를 개최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동계스포츠와 동떨어진 국가 현실과 경제적 요건으로 개최권을 반납한 전력이 있다. 이와 같이 여러 이유 때문에 동계아시안게임을 개최한 경험이 있는 나라는 한국,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4개 나라에 불과하다.

마스코트 '에조몬'과 '유키미쿠' 일본 인기 대중문화로 자리잡은 하츠네 미쿠의 겨울 버전과 동계아시안게임을 묶어 흥행을 기대하였다

▲ 마스코트 '에조몬'과 '유키미쿠' 일본 인기 대중문화로 자리잡은 하츠네 미쿠의 겨울 버전과 동계아시안게임을 묶어 흥행을 기대하였다 ⓒ Houston Chronicle


아시안게임 개최를 기피하려는 현상은 아시아의 좋지 않은 경제 때문에 동계대회뿐만 아니라 하계대회에도 뚜렷히 나타난다.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개최하려는 나라가 겨우 나타나 개최국을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로 선정한 우여곡절이 있다. 비교적 참여도가 높은 하계대회 역시 상황이 좋지 않은데, 동계대회가 좋을 리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인프라가 준비된 곳으로 개최지를 선정하여야 한다 하더라도, 준비 비용이 적지 않아 이들 나라에서도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이번 일본에서는 주어진 상황 내에서 마케팅을 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홋카이도에 주로 분포하는 '북방하늘다람쥐'를 마스코트로 만들어 '에조몬'이란 이름으로 활용했다. 좀처럼 사용하지 않다가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부터 활성화된 마스코트를 이번 대회에서 적극 활용해 상징성을 부여했다. 여기에 아스타나-알마티 대회에서는 덧붙이지 못했던 대중문화와의 연계성을 적극 활용하였다.

한 해에만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하츠네 미쿠의 겨울 버전 '유키(눈)미쿠'와의 연계를 통해 일본 국민들에게 친밀감을 부여할 수 있었다. 공식적인 홍보대사로 위촉함으로써, 마스코트 추가 제작 비용 절감을 덜함과 동시에 친밀감은 더욱 올릴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한때 한국 애니메이션의 대표 명사인 뽀로로를 평창 올림픽의 마스코트로 삼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대신 수호와 반다비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탄생하였다. 만약 뽀로로를 있는 그대로 혹은 변형하여 사용하였다면, 이미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더욱 친밀도가 높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본은 이 '유키미쿠'를 도심 내 운행 중인 트램에 광고로 발행하여 접근성을 높히기도 하였다. 또한 삿포로로 들어오는 관문인 신치토세 공항에 전시관을 만들어 나름 일본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캐릭터를 적어도 아시안게임에 참여한 선수와 관중들은 알게 하는 마케팅도 실시하였다. 국내에도 스포츠 대회를 광고로 발행하고 있긴 하지만, 마스코트 자체를 전면 광고로 발행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개막하기도 전에 '적자' 우려가 나오고 있는 평창에게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국의 문화 코드를 재사용해 적용한 일본과 '수호와 반다비'라는 새로운 마스코트를 새로 제작한 한국. 비록 개최가 1년도 남지 않은 현재 마스코트와 그와 관련된 세부 사항들을 교체하기는 무리가 따르겠지만, TOP 스폰서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문화 코드를 홍보하고 사용하는 것도 문화융성을 위해 괜찮은 선택일 것이다.

그들만의 리그를 깨트려야 한다

2014 인천 하계아시안게임 참가국은 45개국,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참가국은 32개국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한 개라도 획득할 수 있었던 국가는 37개인데 반해서,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획득한 국가는 1위 일본부터 5위 북한까지 5개 나라에 불과하다. 아시아권에서 막강한 자금력과 높은 수준을 보이는 한국과 일본, 중국 세 나라가 자리잡고 있는 이상 타 국가들이 차지할 자리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최종 메달 집계 32개국이 참가했지만, 최종적으로 5개의 국가들만이 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다.

▲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최종 메달 집계 32개국이 참가했지만, 최종적으로 5개의 국가들만이 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다. ⓒ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공식홈페이지


동북아시아를 제외하고는, 구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카자흐스탄이 유일하게 금메달을 획득하였다. 북한은 피겨스케이팅에서 동메달을 얻으며 노메달 수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세팍타크로 등 토속 경기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는 하계아시안게임과는 다르게, 마땅히 추가할 종목이 없는 동계아시안게임은 후발 국가들의 질주를 무색하게 만든다.

역대 동계아시안게임 메달 획득에 성공했던 국가들을 살펴봐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단골 손님인 한국, 일본, 중국과 그 밑을 기웃거리는 북한과 카자흐스탄을 제외하면 몽골, 우즈베키스탄, 레바논, 키르기스스탄, 이란이 끝으로 총 10개국밖에 지나지 않는다.

아시아의 변방 네팔과 같은 나라도 메달을 획득할 수 있는 대회가 하계아시안게임이다. 반면 얼음이라고는 구경할 수 없는 나라가 많은 아시아에서, 하계아시안게임을 출전하는 것은 메달이 아닌 아름다운 도전 그 자체에 머물러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과 일본, 중국 이외에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얼음을 쉽게 구경할 수 없는 국가에서 빙상 경기에 참가하였다. 하지만 대부분 예선에서 탈락하며 아쉬움을 뒤로 하고 퇴장해야만 했다. 예선에선 누가 본선에 진출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있을 정도의 경기가 이어졌다. 부정적이게도, 그들의 아름다운 도전이 오히려 대회의 질을 격하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동정심 어린 마음에 경기 규칙을 그들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것은 마치 양궁에 강한 한국에게 금메달을 주지 않기 위해, 매 대회마다 교묘하게 규칙을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잘 하는 사람을 끌어내리지 못한다면 남은 방법은 못하는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다. 그 말대로, 동계아시안게임과 동계올림픽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국가들을 위해 우리부터 힘 써야 할 것이다.

이는 곧 남북관계 해결 및 증진에도 힘을 쏟을 수 있다. 한 때 평창올림픽 남북 공동개최설이 나오며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 마천령스키장은 세계적인 규모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강원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자연적 인프라와 기술이 좋은 한국의 연계는, 남과 북이 문화적으로 서로 도울 수 있는 하나의 창을 열어 줄 것이다.

꼭 남북 교류가 아니어도, 동계스포츠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의 고원을 활용하는 방법과 동계스포츠에 첫 발을 내딛는 인도와의 연계 등 타국과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곧 있을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나라로서, 이제는 어느 정도 배우는 입장이 아닌 가르치는 입장으로 변모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국내 상황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단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은 여느 아시아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동계스포츠의 변방이었다. 평창올림픽 개최로 인해 많은 귀화 선수를 받음으로서 상황이 나아지게 되었을 뿐, 국내 선수 수급은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썰매 종목이 근래 들어 엄청난 발전을 보여주는 것이 대단할 뿐이다.

1986년 제 1회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의 7개국 참가를 시작으로, 대회를 거듭할수록 참가국은 많아지고 있다. 확실한 것은,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만큼은 모든 국가에게 골고루 퍼지고 있는 긍정적인 신호가 왔다는 것이다. 다만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사람 역시도 골고루 퍼지게 해야 하고, 그 노력을 당국 스스로와 기술적으로 앞선 나라들 모두가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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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평창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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