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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김포 환경피해 지역주민들이 신청한 환경오염피해구제급여 신청에 대해 급여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하고 이를 주민들에게 통지(2.18)하였다. 

주물공장과 같은 유해물질배출시설이 마을에 들어온 뒤 김포 거물대리 초원지리는 주민들은 심각한 환경 피해를 입었다. 이런 상황들은 지난 2013년부터 알려졌고, 환경부도 환경피해가 심각한 지역 공장들에 대해 환경관련법에 따라 위반 여부를 단속했다.

2015년 3월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김포시 거물대리 등에 소재하고 있는 86개소 사업장 중 무려 72%에 달하는 62개소가 환경관련 법규를 지키지 않았고 그중 주물공장은 조사대상 10개 업체 모두 특정대기유해물질을 배출한 것으로 확인되어 공장 폐쇄명령을 받았다.

당시 지방자치단체 평균 적발률이 7%라는 것을 고려하면, 김포지역의 공장들의 적발률은 10배나 높은 것이었다. 이러니 주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을 리 없다. 2014년 5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실시한 김포시의 환경역학조사에 따르면, 오래 거주한 주민일수록 요중 니켈수치가 높았고, 초원지리 지역 주민의 경우 폐암 발생이 전국 대비 2.08배나 높았다.

집과 바로 인접하여 공장이 들어오거나 집을 에워싸서 공장이 들어서 있다.
▲ 집과 공장이 뒤섞여 있는 모습(김포) 집과 바로 인접하여 공장이 들어오거나 집을 에워싸서 공장이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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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대리, 초원지리 일원에 대한 2차 역학조사(2014.5~2015.10)가 진행되어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초원리지의 경우 폐암 발생비가 2.08로 나타났다.
▲ 김포 환경피해지역 2차 환경역학조사 결과 발표 거물대리, 초원지리 일원에 대한 2차 역학조사(2014.5~2015.10)가 진행되어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초원리지의 경우 폐암 발생비가 2.08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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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피해주민들은 김포시와 정부의 아무런 피해구제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상황에서 지난 12월 8일 환경오염피해배상 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2016년 1월1일 시행, 이하 환경오염피해구제법)에 의한 환경오염피해구제급여를 신청했다.

환경오염피해구제 급여는 환경피해는 있지만 원인 제공자를 알 수 없거나 경제적 능력이 없어 환경오염 피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배상받을 수 없을 때, 환경오염 피해자에게 건강 피해에 대한 구제 급여와 재산 피해 보상비를 지급하도록 한 제도로 김포 주민 21명(1차 신청)이 신청한 게 첫 사례였다.

김포주민들이 환경피해구제급여 대상이 아니라는 결정에 대해 환경산업기술원은 "김포 주민의 구제급여 신청의 경우 환경피해는 인정되지만 지역주민들이 마을에서 환경 피해를 유발한 특정 업체를 지목하고 있고 실제로 그 공장이 경제적 여력도 있으니 '피해 원인을 제공한 자를 알 수 없거나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경우'에 구제 급여를 지급하도록 한 현재의 환경오염피해구제법에 의하면 지급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은 피해 원인 업체가 있으니 필요하면 공장을 상대로 소송하라는 것이다.

주민에게 전달된 통지서. 통지서 내용에는 신청주민이 왜 환경피해구제급여 지급 대상이 아닌지 설명되어 있지 않다. 이후 이의신청등에 대한 설명도 없다. 단체가 전화를 해서야 설명을 들을수 있었다.
▲ 환경오염피해구제급여 신청에 대한 결정 통지서 주민에게 전달된 통지서. 통지서 내용에는 신청주민이 왜 환경피해구제급여 지급 대상이 아닌지 설명되어 있지 않다. 이후 이의신청등에 대한 설명도 없다. 단체가 전화를 해서야 설명을 들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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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산업기술원의 이같은 결정은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의 연대책임 조항(10조), 무과실책임 조항(6조), 인과관계의 추정 조항(제9조)을 근거로 거물대리, 초원지리 등 지역내의 업체들을 대상으로 소송하여 법원의 판단을 구하라고 판단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법의 취지를 부정하고 현실을 무시한 무책임한 결정이다.

물론 김포 거물대리, 초원지리의 경우 금속가공업, 주물주조업, 도장업체, 가구업체들이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의심된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수 십 혹은 백여개가 넘는 대기배출시설 설치 업체가 있기에, 이들 중 누가 거물대리 주민에게 피해를 야기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떤 업체는 배출허용기준 등 관련법상의 기준을 초과하여 주민들의 건강에 위협을 가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업체는 관련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업체들과 함께 누적적으로 주민들의 건강에 위협을 가할 수도 있는 등 그 비중을 따지기 쉽지 않다.

이런 환경피해의 특성과 환경피해구제급여 신청제도의 취지를 고려하면, 피해 유발 업체를 특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하여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인과 관계의 증명이 가능하다고 확실하게 판단할 수 없다면, '피해 원인자를 알 수 없는 피해'로 인정하고 주민들의 구제급여 신청을 받아들이는 게 맞을 것이다. 이렇게 지역적, 집단적 환경피해가 분명함에도 인관 관계를 밝히기 쉽지 않은 김포 환경피해 사례조사가 피해구제 대상이 되지 못한다면, 아마 어떤 사례도 구제급여 신청대상이 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이는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우선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이 '원인이 불분명한 피해 구제(23조)'를 하겠다고 하지만 법의 집행과정에서는 '원인이 불분명한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다. 즉 법 23조는 '원인이 불분명한 피해'에 대하여 구제급여를 지급한다고 하고 그 환경피해는 '시설'로 인한 피해(3조)에 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확인하기 위한 구제급여 신청 서류나 예비조사 과정에서 주민에게 피해 원인 업체를 지목하고 특정하도록 하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이 생각하는 피해 유발업체를 지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환경산업기술원은 김포 사례처럼 이를 이유로 원인자가 있는 환경피해문제로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오염피해 구제급여 제도가 '원인자가 불분명한 환경피해'를 구제하겠다고 하지만 실상은 '원인자가 불분명한 환경피해'가 인정되지 않는 유명무실한 제도가 되는 것이다.

신청서 내용에 원인업체를 지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 구제급여 신청서 신청서 내용에 원인업체를 지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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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원인업체를 특정하도록 하는 질문의 내용들이 구성되어 있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주민들은 당연하게 문제라고 생각되는 업체를 지목할수 밖에 없다.
▲ 구제급여 신청주민에게 사용된 조사 질문지 피해 원인업체를 특정하도록 하는 질문의 내용들이 구성되어 있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주민들은 당연하게 문제라고 생각되는 업체를 지목할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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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환경부와 김포시는 환경관련법 위반업체를 집중 단속 하고 공장입지 제도를 개선한다고하면서도 정작 피해 주민에 대한 의료 지원이나 구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법 시행 초기지만,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의 문제를 점검하고 법이 실효성을 갖을 수 있도록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 이번 구제급여지급이 거부된 21명의 주민은 그 억울함과 부당함을 호소하고 이의신청을 해야겠지만 그 전에 정부가 먼저 전형적인 환경피해를 당하고 있는 김포 주민들에 대해서 환경오염피해구제급여 지급 뿐만 아니라 향후 주민들의 건강피해 관리를 위한 적극적인 피해구제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


태그:#환경정의, #환경부정의, #환경오염피해구제, #거물대리, #초원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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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여성, 어린이, 저소득층 및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나타나는 환경불평등문제를 다룹니다. 더불어 국가간 인종간 환경불평등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정의(justice)의 시각에서 환경문제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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