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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을 바라는 촛불집회(광화문광장)
▲ 촛불집회 박근혜 탄핵을 바라는 촛불집회(광화문광장)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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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과 박근혜의 국정 농단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눈물을 흘려가며 대국민담화를 통해 성실하게 조사받겠다던 박근혜는 자기의 권좌를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나라야 어찌 되든 말든 상관없다'는 그들의 심보가 보인다.

오늘(25일), 서울 시내에서는 촛불집회가 열린다. 이에 보수단체가(엄밀하게 말하면 보수도 아니지만) 맞불 집회를 열면서 총동원령을 내렸다. 집회 참가자들의 수로 상대편을 압도하겠다는 의지는 양측 모두 동일한 듯하다. 이런 상황은 국민들로서는 참으로 불행한 일이며, 지금까지 큰 불상사 없이 이어진 집회가 혹여나 시위대 간의 충돌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널리 회자되는 '솔로몬의 재판'이야기가 있다.

한 아이를 놓고 두 여인이 서로 자기의 아들이라고 우기자, 솔로몬은 그 아이를 반씩 나눠 가지라고 한다. 그러자 아이의 어머니는 차마 그렇게 할 수는 없어 눈물을 흘리며 다른 여인에게 아이를 주라고 한다. 아이의 엄마가 실패한 것 같았고, 아이를 부당하게 빼앗으려는 여인이 승리한 것 같았다. 아이를 빼앗으려는 여인은 아이 엄마의 선한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아이를 반으로 갈라 주세요!"라고 한다. 지혜의 왕 솔로몬이 이니었다고 할지라도 이 정도면 누가 진짜 이의 엄마인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탄핵 정국 이후 박근혜의 돌출적인 행동과 대리인단의 행동, 소위 친박집회에서 외쳐지는 구호와 시위의 형태와 발언들이 심심치 않게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그들은 오늘(25일) 30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단다. 아마 300만 명만 모이면, 탄핵 인용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친박에서도 이번 집회에 큰 기대를 걸고 총동원령을 내리는 모양새다.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는 광화문에 설치된 조형물
▲ 이미지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는 광화문에 설치된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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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미 싸움은 끝났으며, 탄핵은 인용될 것이며, 촛불민심이 승리할 것이다. 이런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너무도 많다. 뭉뚱그려서 이야기하자면, 집회의 수준을 비교해 보니 그리 어렵지 않게 결론이 내려졌다.

첫째로, 촛불집회에는 문화가 있고 격조가 있다. 격한 구호도 있긴 하지만, 그들이 행한 불법한 짓에 비하면 아주 부드러운 구호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들은 구호만 외치지 않는다. 함께 같은 노래를 부르며 하나가 된다. 단지 감성적으로만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하나가 되고, 같은 기억을 공유한다. 게다가 평화적이다.

그러나 친박 집회는 문화라고 할 것도 없고 시위의 격조차도 없다. 오로지 증오의 구호만 있을 뿐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옹호하고자 하는 이들이 어떤 불법한 일을 저질렀는지 상관하지 않는다. 자칭 보수라고 하면서 식민지의 표상으로 볼 수 있는 성조기를 함께 흔들고, 심지어는 계엄령을 내려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라 하고, 자기들 마음대로 색깔몰이를 하고, 풀 한 포기라도 생명이라면 존중하고 사랑해 줘야 할 종교인으로 보이는 이들조차도 '빨갱이는 죽여도 된다'는 섬뜩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리고 시위가 끝난 자리는 지저분하고, 평화롭지도 못하며, 그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듯한 태극기는 여기저기 버려져서 짓밟히고 있다.

이렇게 나타나는 현상 하나만으로도 누가 이기는 싸움을 하는 것인지는 너무도 분명하고, 누가 이겨야만 하는지도 분명하다. 누가 이겨야만, 이 나라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음도 자명해지는 것이다.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예술품
▲ 광장의 예술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예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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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촛불에는 진실이 있고 친박집회에는 가짜뉴스가 판을 친다.

친박집회에서는 촛불을 거짓인 양 몰아가지만, 그것은 그들의 불의한 행동을 감추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거짓으로 사람을 현혹하려면, 가짜뉴스를 양산해 내야만 한다. 가짜뉴스는 맹신하는 이들에게는 아주 효과적인 마약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가짜뉴스에 빠진 이들은 자신들의 기이한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서라고 가짜뉴스가 진짜뉴스여야 한다고 믿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가짜뉴스를 진짜로 믿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보통의 상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이 양산하는 가짜뉴스가 아무런 근거도 가치도 없는 것임을 안다. 친박집회를 마치 무슨 애국자들의 모임인양 포장하고, 자신들을 마치 구국의 영웅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연사들의 언행은 또 어떠한가?

과연, 친박집회에서 연사로 나와 무지몽매한 이들에게 박수를 받는 그들의 언행이 객관적인 것인지, 보통의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것인지, 감동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내용이 단 한 마디라도 있는가? 이런 평가가 고깝게 들린다면, 성조기라도 내려놔라. 대한미국도 아니고 뭐하는 짓인가?

아이들과 함께 나온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 광화문 촛불집회 아이들과 함께 나온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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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은 차고 넘치지만 셋째, 우리의 아이들에게 보여줘도 자랑스러운 집회는 어떤 집회인가?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집회, 아이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겨주고 싶은 집회가 결국 승리를 거머쥘 집회가 아니겠는가?

나이 드신 분들만 나온다는 피해의식 때문이었는지, 유모차에 아이들을 데리고 친박집회에 참석하는 이들도 있다. 나는 그 아이의 부모를 보면서 '도대체 어떤 사명감일까? 그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곳에서 외쳐지는 저 수준 낮고 험악한 발언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것일까?'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이 이렇게 젊은 사람들조차도 왜곡된 생각을 하며 살아가게 만든 것일까 안타까웠다.

촛불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 촛불 촛불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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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들이 밝히고자 하는 진실이, 그들이 분노하는 것들의 방향이 올바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친박집회가 촛불을 이기고 싶다면, 단순한 숫자대결을 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무엇을 위해서 싸워야 하는지 본질적으로 질문하라고 하고 싶다.

정말, 이 나라를 사랑하는 길이 무엇인지, 무엇이 옳고 그른지 구별부터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옳은 일이라면, 거짓으로 선동하는 일을 멈추고, 자신들의 잘못을 다 드러내놓고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하는 것이 순서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지만, 그래도 아직 법적으로 이 나라의 대통령인 박근혜씨에게 부탁하고 싶다.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사죄하고, 대통령도 했었는데 이 나라 어딘가에 붙어살 수 있게 해달라고 용서를 구하기를. 촛불민심의 수준을 보았을 때 진심으로 뉘우친다면 과거의 과오를 용서해 줄 품이 없지도 않을 터이다.

그러나 정말 이렇게 끝까지 국민들을 갈등하게 하고, 분열시키면서 불의한 권좌를 지키고자 시도한다면 당신과 부역자들과 심지어는 당신을 지지하며 거리로 나온 몽매한 이들까지도 자신들의 잘못을 탕감받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태그:#촛불집회, #보수단체, #박근혜하야, #탄핵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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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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