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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은 24일 오전 경남 진주시 명석면 용산고개 학살지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벌였고, 사람의 뼈조각이 나왔다.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은 24일 오전 경남 진주시 명석면 용산고개 학살지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벌였고, 사람의 뼈조각이 나왔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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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은 24일 오전 경남 진주시 명석면 용산고개 학살지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벌였고, 이날 사람의 뼈조각 2개와 단추가 나왔다.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은 24일 오전 경남 진주시 명석면 용산고개 학살지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벌였고, 이날 사람의 뼈조각 2개와 단추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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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흙을 거둬내고 호미로 얼마 파지 않았는데 유해가 나왔다. 흙속에 묻힌 사람의 뼈조각 2개와 하얀 색의 단추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 사람이 묻혀 있었다는 증거다.

경남 진주시 명석면 용산리 용산고개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지 현장. 24일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이 발굴을 시작하자마자 유해와 유품이 나온 것이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유해발굴은 노무현정부 때 시작됐다가, 이명박정부 때 중단됐다. 이에 역사․시민사회단체들이 자체적으로 공동조사단을 꾸려 발굴 작업을 벌이고 있다.

공동조사단은 2014년 2월 용산고개에서 1차 발굴에 들어가 유해 39점과 탄피, 버클 등 유품을 수습했다. 이번에 남은 학살지 발굴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발굴단장은 박선주 교수가 맡았고, 안경호 책임조사원과 김영환, 박데비, 임영순, 홍수정, 노용석, 김민철씨 등이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진주 용산고개 일대는 한국전쟁 전후 진주지역에서 가장 많은 학살자가 났고, 용산고개 3개 골짜기 다섯 군데에 718구의 시신이 매장됐다는 주민들의 증언이 있기도 했다. 이곳에는 한국전쟁 때 국군방첩대와 경찰에 의해 주민 수백 명이 집단학살돼 묻힌 곳으로 알려졌다.

발굴에 앞서 개토제가 열렸다. 강병현 한국전쟁전후진주민간인피학살자유족회 회장은 축문을 통해 "지금 그때 당하신 그 참상을 낱낱이 밝히고, 유족을 찾으며, 예를 다해 영면의 자리에 모시고, 그와 같은 일이 다시는 이 땅에 일어나지 않도록 역사의 귀감을 삼기 위해 영령님들의 유해를 일으켜 다시 발굴하고자 하오니 이 일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영령들이시어 굽어 살펴 가호하소서"라 했다.

강 회장은 "짓밟히고 억눌리며 못 배워 헐벗고 무지하게 살아온 저희들의 간절한 소망은 또 잊혀져가고 있는 듯하며, 다시금 영령님들을 가시게 한 그때의 이념논쟁을 국정농단사건을 계기로 그 도를 넘어 반쪽인 국가에서마저도 국론이 극심한 분열로 치닫고 있는 지금, 통합하고 화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다"며 "오로지 권력을 탐하는 소리, 분열을 책동하는 소리들만 들리고 있다"고 했다.

김광년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회장은 "67년이 지났다. 영령들은 아직도 어둠 속에 묻혀 있다. 다시는 이 땅에서 비극적인 역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름답고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유해 발굴과 진상규명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중기 4·9통일평화재단 이사는 "67년간 유족들이 참고 견디어낸다고 고생했다. 늦게나마 민간단체에서 관심을 갖고 유해 발굴을 하게 되어 다행이다"며 "긴 시간 동안 우리 사회가 건강했다면 피해자를 위로하고 가해자는 사과했을 것이다. 앞으로 그럴 기회가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은 24일 오전 경남 진주시 명석면 용산고개 학살지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벌였다.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은 24일 오전 경남 진주시 명석면 용산고개 학살지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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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은 24일 오전 경남 진주시 명석면 용산고개 학살지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벌였다.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은 24일 오전 경남 진주시 명석면 용산고개 학살지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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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고개와 진주 진성고개에 묻힌 학살피해자들은 주로 보도연맹 사건 희생자들이다. 이날 발굴 작업에는 피해 유족들도 참여해 지켜보기도 했다.

아버지를 잃었다고 한 최기옥(75. 서울)씨는 "유해가 나온다면 DNA 검사를 해서 꼭 찾고 싶다. 발굴작업을 한다고 하니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를 잃은 정귀자(75. 진주)씨는 "그동안 힘들게 살아온 거는 말도 못할 정도다. 맨날 죄인처럼 살았다"며 "진상규명이 빨리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옥임(70. 진주)씨는 "아버지를 잃었다. 친인척들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보도연맹에 끌려 가면 돌아오지 못한다고 했다고 한다"며 "당시 산사태가 난 줄 알고 괭이 등을 들고 오라고 해서 산에 가 보았더니 많은 사람이 죽어 있었다는 목격담을 전해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조영선 변호사는 "역사는 아픈 역사가 있고 기쁜 역사가 있다. 모두 안고 가야 한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은 아직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진상규명을 통해 무엇이 올바른지를 알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진주유족회는 유해 발굴에 앞서 진주시에 재정지원을 요청했지만 거부 당했다고 밝혔다. 경남도와 진주시에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사건과 관련한 조례가 있지만 이번에 재정 지원을 하지 않았다.

강병현 회장은 "한 달 전 진주시에 유해발굴에 대해 알리고 재정 지원을 요청했다. 그런데 진주시에서는 사전에 예산이 잡히지 않았다고 했다"며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민간단체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유해발굴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전국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지는 168곳이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발굴은 13곳에서만 진행되었다. 그 13곳에서 1600여 개의 유해와 유품이 나왔다.

공동조사단은 이날부터 유해 발굴에 들어가 오는 3월 1일 현장 보고회를 열 예정이다.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은 24일 오전 경남 진주시 명석면 용산고개 학살지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벌였다. 사진은 개토제.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은 24일 오전 경남 진주시 명석면 용산고개 학살지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벌였다. 사진은 개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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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은 24일 오전 경남 진주시 명석면 용산고개 학살지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벌였다.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은 24일 오전 경남 진주시 명석면 용산고개 학살지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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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은 24일 오전 경남 진주시 명석면 용산고개 학살지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벌였다.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은 24일 오전 경남 진주시 명석면 용산고개 학살지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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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은 24일 오전 경남 진주시 명석면 용산고개 학살지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벌였다. 사진은 박선주 발굴단장이 한 희생자 유족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은 24일 오전 경남 진주시 명석면 용산고개 학살지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벌였다. 사진은 박선주 발굴단장이 한 희생자 유족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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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국전쟁, #민간인학살, #용산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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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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