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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검팀이 청구한 이재용 구속영장 1차 기각, 우병우 구속영장 기각으로 법원이 비판받고 있는 가운데 현직 판사가 사법부 신뢰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을 제안해 주목받고 있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차성안 판사는 사법부가 의혹에서 벗어나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 영장전담 등 중요보직 포함한 사무분담을 법원장이 아닌 판사들이 선출한 판사회의 운영위에서 결정하고 ▲ 법원장 호선제·순번제 도입으로 대법원장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 국민참여재판에 기속력 부여 ▲ 전화변론 제한 입법 등의 강력한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판사는 지난 1월 24일과 2월 22일 두 차례에 걸쳐 법원내부전산망 '코트넷'에 글을 올려 이같이 제안했다.

"판사 보직, 대법원장과 법원장이 독점하는 구조가 문제"

차성안 판사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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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판사는 첫 번째 글 <사법부 신뢰확보를 위한 제도개선안>을 통해 "이재용 영장 기각을 둘러싼 상황이 참 안타까운 측면이 있어, 사법부는 왜 계속 의혹에 시달릴까를 고민해봤다"고 운을 띄우면서 "해결책을 사법부에서 먼저 제시하여 의혹을 해소하고 신뢰를 조금이나마 얻어보려는 시도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고 소견을 밝혔다.

차 판사는 먼저, 법관 사무분담 권한을 법원장이 독점하는 구조를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과 부패전담 등 몇 개 형사 재판부에 중요사건을 몰아넣는 사무분담 방식과 사무분담 권한이 서울중앙지방법원장과 대법원장에 독점되어 있"다면서 "법원장이 혼자서 사무분담을 정하기 때문에 요직들도 법원장 의사대로 결정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구조를 통해 대법원장이 요직 형사재판 사무분담에 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는 의심"을 사게 된다는 것이 차 판사의 주장이다.

그는 이어 "영장전담, 형사합의부 등 요직에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을 얼마 안 남긴 소위 잘나가는 지방부장을 꽂아넣은 후 거의 대부분 고등부장으로 승진시키는 구조"가 "승진 앞둔 눈치보기, 자기검열 의심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차 판사는 "독일 참심제, 영미 배심제 등과 같이 형사재판 유무죄 판단 권한을 시민참여형태로 시민에게 완전히 내어주지 못하고, 법원 홍보용 국민참여재판에 머물러 외부영향 가능성 의혹에 법원 스스로 휘둘리는 문제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요보직 판사회의서 결정, 법원장 호선제 실시해야"

차 판사는 대안으로 대법원장과 법원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우선 "(법관들의) 사무분담을 법원장 혼자가 아니라 판사들 중 직선된 판사회의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판사들이 8~10명 정도의 운영위원을 직접 뽑고 공개토론으로 보직결정에도 참여하면 영장전담, 부패전담 등의 주요 보직에 "(인사권자가) 예측가능한 사람으로 꽂아넣는다"는 의심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차 판사의 주장이다.

그는 법원장 순번제, 법관호선제를 도입해서 대법원장의 임명권을 제한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 지법 부장판사의 고법 부장판사 승진 제도 폐지 ▲ 일정 형량 이상 사건의 국민참여재판 의무화, 기속력 부여 등의 방안도 거론했다. 이렇게 되면 판사들이 승진 때문에 눈치를 보거나 판사들이 재판에서 재벌, 권력 눈치를 본다는 의심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차 판사는 전화변론 제한입법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재는 급격히 개선되었으나 과거 전화변론에 관대했던 법원문화가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법관윤리규정과 김영란법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 판사의 글은 판사 등 법원 내부 구성원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차 판사는 22일 '코트넷'에 두 번째 올린 글에서는, 더 나아가 "개인적으로 사법선진화 테스크포스팀을 시작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미국, 독일 등 다른 국가의 판사회의, 법관선거제, 법원조직과 관련된 자료를 번역, 연구할 계획이라며 동참을 호소했다.

차 판사는 최근에는 자신의 제안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끝까지 국민과 소통하면서 고민해보고 싶다"며 페이스북 등에 자신의 의견을 공개하기도 했다.

차 판사는 2009년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임관된 이후 서울남부지법을 거쳐 현재 군산지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대법원, 차 판사의 소통에 어떤 반응 보일까

한편, 판사들로 구성된 연구회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24일 오후 7시 30분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사법부 독립 확보를 위한 법관인사제도의 모색'이라는 주제로 내부토론회를 연다. 차 판사도 연구회에 소속돼 있다. 이어 다음달 25일에는 '국제수준의 사법부 독립 확보를 위한 법관인사제도의 모색'이라는 제목으로 공개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줄곧 "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법원"을 강조해왔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소통이 사법부 신뢰의 관건이라고 역설해왔다. 하지만 양 대법원장의 취임 5년이 지나도록 사법신뢰도는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다. 소통을 강조해 온 대법원이 차 판사가 제안한 '국민과의 소통'의 방식과 개선안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태그:#차성안, #이재용, #법원, #대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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