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귀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오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와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법원은 이날 우 전 수석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22일 법원은 우 전 수석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 연합뉴스


22일 새벽,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우 전 수석의 영장심사를 담당한 오민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혐의에 대한 소명 부족'이라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의 핵심인물이었던 우 전 수석의 구속을 기대하던 많은 시민들은 허탈감과 분노를 표했다. 일각에선 오민석 판사가 우 전 수석의 대학 후배라는 것을 지적하며 법조계의 전관예우가 또다시 스멀스멀 나오려 한다고 비판이 나왔다.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2차 영장청구에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는 달리 우 전 수석에 대한 영장 재청구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검의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특검 연장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기간 연장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특검 조사에서 우 전 수석은 모든 것은 대통령의 지시였다며 이전과는 다른 태도로 조사에 임했다. '법꾸라지'라는 별명답게 자신은 교묘히 빠져나가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였다. 지금 소개하는 <더킹>은 작금의 현실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오늘의 영화 한재림 감독의 <더 킹>(2016)이다.

우병우 전 수석과 영화 <더 킹>

 영화 <더 킹>의 메인 포스터. 민주공화국에 왕은 존재할까? 우리는 영화를 통해, 현실을 통해 신적인 힘을 발휘하는 왕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영화 <더 킹>의 메인 포스터. ⓒ NEW


<더 킹>은 잘 나가는 검사가 되고 싶었던 태수(조인성)가 권력의 실세 한강식(정우성)의 라인을 타면서 승승장구했던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한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어떻게 살아남았고, 살아남는 것을 넘어 권력의 실세를 유지했는지 보여준다. 어떤 라인을 타야할지 계산하고, 상대편에게 치명상이 될 수 있는 사건을 아군 진영에 넘긴다. 그리고 차마 검찰이 할 수 없는 지저분한 일은 조폭을 시켜 처리한다. 이렇게 이들의 권력은 영원할 것처럼 보였다.

그런 그들에게도 위기가 찾아온다. 정점에 있던 한강식을 잡기 위해 검찰 내부에서도 수사망이 죄여오고, 설상가상으로 태수 대신 더러운 일을 해주던 친구 두일(류준열)이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한강식과 양동철(배성우)은 태수를 팽하기로 한다. 그리고 태수의 주변을 하나하나 정리해나가기 시작한다. 이제 가진 것이라곤 전혀 없는 태수는 자신을 집요하게 공격하려 했던 대상과 손을 잡는다. 검사장이 된 한강식에 의해 지방으로 좌천된 안희연(김소진) 검사를 찾아가 복수를 준비한다.

이 영화를 보고 검찰의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작년부터 밝혀진 검찰조직의 일련의 비리와 영화 속 검찰, 사시 출신 법조인의 모습은 상당히 흡사하다. 친구에게 대가성 없이 넥슨 주식을 받았다던 진경준 전 검사장, 정운호 게이트의 핵심 인물 최유정과 홍만표, 22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 마지막으로 실제 한강식의 행태와 너무나도 닮은 김기춘까지. 마냥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말을 할 수는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모든 검찰이 이렇게 부패하고 비리 덩어리는 아닐 것이다. 영화 초반부 태수의 검찰선배(최귀화)가 성실히 검사생활을 해서 부장검사를 하게 되었고, 후일 검사장 물망에 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열혈 여검사 안희연의 모티브가 된 임은정 검사는 광주인화학교 청각 장애아 성폭행 사건 공판 당시 경험과 심경을 검찰 내부 게시판에 올려 도가니 검사로 알려졌다. 2013년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 팀장을 맡아 적극적 수사를 진행했지만, 윗선의 외압으로 좌천된 윤석열 검사도 있다. 현재 윤석열 검사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의 수사팀장으로 지명됐다.

다시금 생각나는 <더 킹>의 대사

 영화 <더 킹>의 한 장면

영화 <더 킹>의 한 장면 ⓒ NEW


결국, 남은 것은 국민의 몫이다. 혹자들은 검찰 내부에 일어나는 일을 평범한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동안 우리는 검찰 내 비리나 부정부패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사실 알 방법이 거의 없었다. 이슈를 이슈로 덮고, 거대 언론사에선 검찰과 유착해서 여론을 호도했으니 말이다. 때문에 우리는 작년 정운호 게이트를 시작으로 터졌던 법조계 비리를 보고 경악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것이 빙산의 일각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국민들은 더 이상 이슈를 덮는다 해도 전처럼 현혹되지 않는다. 스스로 정보를 찾아보기도 하고, 당당하게 광장에서 자신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한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말처럼 현재까지 탄핵국면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도 국민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이제 대중은 우매한 대중이 아니다.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실망할 필요없다. 절대 제풀에 먼저 꺾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에겐 아직 마지막 방아쇠가 남아있다. 최후에 한방으로 모든 것을 끝낼 수 있을 때, 우리는 해묵은 적폐를 향해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 그리고 영화 <더 킹>에서 내부고발자로 돌아온 태수의 마지막 대사. 필자가 독자들에게 제일 하고싶었던 말을 태수의 마지막 대사로 대신한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됬냐고? 그건 나도 모른다. 그건 당신이 선택하는 거니까. 당신이 이 나라의 왕이니까."

덧붙이는 글 강한결 시민기자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에서 글쓰기 콘텐츠 동아리 Critics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Critics의 페이스북 페이지와 춘천지역 주간지 '시민과 동행하는 신문' <춘천사람들>에서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더킹 우병우 검찰 특검 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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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에서 글쓰기 동아리 Critics를 운영하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하고있습니다. 춘천 지역 일간지 춘천사람들과도 동행하고 있습니다. 차후 참 언론인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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