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북 경산의 문명고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23일에도 운동장에 모여 5일째 반대 집회를 열고 연구학교 철회를 요구했지만 학교측은 강행할 의지를 밝혔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북 경산의 문명고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23일에도 운동장에 모여 5일째 반대 집회를 열고 연구학교 철회를 요구했지만 학교측은 강행할 의지를 밝혔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북 경산의 문명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23일에도 운동장에 모여 5일째 반대 집회를 열고 연구학교 철회를 요구했지만 학교측은 강행할 의지를 밝혔다.

학생들과 학부모 등 200여 명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학교 운동장에 모여 '국정교과서 철회', '역사왜곡 국정교과서 철회하라', '학교의 주인은 재단이 아니라 학생이다'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미리 만들어온 대자보를 읽고, 이 대자보를 학교 본관 출입문에 붙였다. 한 학부모는 대자보에서 "아이들의 판단력과 생각을 흐리게 하고 정권의 노예로 만들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누구 마음대로 정했는가"라며 "학생이 우선인가. 이사장의 압박이 우선인가"라고 물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문명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23일 학교에서 집회를 갖고 철회를 요청한 가운데 학부모들이 대자보를 학교 본관 현관문에 붙이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문명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23일 학교에서 집회를 갖고 철회를 요청한 가운데 학부모들이 대자보를 학교 본관 현관문에 붙이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신입생 학부모라고 밝힌 조현주씨는 "4차 산업혁명으로 저마다의 가치와 신념과 소양을 길러야 할 이 시국에 국정교과서가 웬 말인가"라며 "교육부여, 교육청이여, 문명고여, 학생을 노예로 여기지 말고 기계로 만들지 말라"고 요구했다.

한 학생은 '내가 이럴려고 문명고 지원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통해 "답답하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피켓도 만들고 집회에도 참여했다"며 "하지만 교장선생님은 전교조와 민노총에 의해 선동되었다며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학교의 주인이 되고 싶다"고 썼다.

문명고 학부모회는 공동으로 만든 대자보에서 "많은 정치가와 학자들이 이루지 못한 합의를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한다는 것이 어찌 교육인가"라며 "제발 학생들을 이념의 전쟁터에 총알받이로 세우지 말라"고 요구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문명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23일 오전 운동장에서 대형 현수막에 국정교과서 철회 등의 요구를 적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문명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23일 오전 운동장에서 대형 현수막에 국정교과서 철회 등의 요구를 적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북 경산의 문명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23일 오전 학교 운동장에서 연구학교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북 경산의 문명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23일 오전 학교 운동장에서 연구학교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국정교과서 철회해 주세요'라고 쓴 대형 현수막에 국정교과서 철회를 요구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학생들은 현수막에 "어디 가서 문명고라고 하기 쪽팔린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등의 글을 쓴 뒤 운동장 스탠드 위에 설치했다.

이날 오전 10시 학생들에게 최종 입장을 밝히겠다고 약속했던 김태동 교장은 3일 만에 학교에 출근했으나 학생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김 교장은 대신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김 교장은 "이사장과 만나 협의하지 않았다"며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할 뜻이 없다. 학생들은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학교 수업을 하지 않겠다는 역사교사에 대한 교체 여부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며 25일 학교 운동장에서 집회를 가진 문명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피켓을 들고 교장실로 향하고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며 25일 학교 운동장에서 집회를 가진 문명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피켓을 들고 교장실로 향하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학부모들은 이날 '문명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위한 대책위 입장발표'를 통해 학교재단과 학교장, 경북교육청 등에 연구학교 지정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고 일부 언론의 왜곡보도를 비판했다.

학부모대책위는 홍택정 이사장과 김태동 교장에게 "전국 유일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는 학내 구성원들의 동의를 바탕으로 추진된 것이 아니다"며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하고 지난 14일 열린 학교운영위 회의록과 녹취록 원본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학부모대책위는 또 이영우 경북교육감을 향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소신을 가진 것은 개인적 자유일 수 있다"며 "정치적 논리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추진하여 학교를 갈등과 혼란으로 내몬 교육감은 문명고 교육주체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학교 수행이 어려운 상황을 확인하여 교육감의 권한인 연구학교 선정을 즉각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일부 보수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마치 외부 세력이 조장하는 것으로 보도하여 우리의 반대 투쟁의 의미를 왜곡시키려는 시도들이 있다"며 "현재 행동하고 있는 학생, 학부모들 중에는 어떤 시민단체의 압력도 없다는 것을 단호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대책위는 문명고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이 철회될 때까지 학생들과 함께 공동행동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히고, 김태동 교장에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받은 서명을 전달했다.

문명고 학부모들은 23일 오전 학교 소당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철회와 학교 이사장 및 교장, 이영우 경북교육감의 사과를 요구했다.
 문명고 학부모들은 23일 오전 학교 소당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철회와 학교 이사장 및 교장, 이영우 경북교육감의 사과를 요구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문명고 일부 교사들도 학생과 학부모를 지지하고 나섰다. 일부 교사들은 이날 학부모들이 모인 자리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학교와 재단은 연구학교 지정 운영을 하루속히 자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교사들은 "새학기 업무를 준비하던 설렘도,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던 기쁨도, 전국 유일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이후 모두 사라졌다"며 "문명의 2월은 사라졌다"고 개탄했다.

교사들은 이어 "교사와 학생의 배움의 공간이었던 학교는 시간이 지날수록 언론을 통해 이념 대립의 장으로 더욱 확대되고 있고 교육부와 학교, 재단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계속되는 철회 요구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교사들은 또 "역사교과서의 내용 검토, 수정, 보완은 언제든 가능한 일이지만 지금 새학기를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3월은 그들의 인생에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라며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하는 길만이 학교를 정상화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촉구했다.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문명고 학부모 대표가 23일 오전 김태동 교장을 만나 서명지를 전달하고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문명고 학부모 대표가 23일 오전 김태동 교장을 만나 서명지를 전달하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최재영 교사는 "현직 교사 7명이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분들이 계시는 학교조차 연구학교를 신청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사는 "연구학교라고 하면 보통 10여개 이상, 많게는 20개 이상 해서 비교연구나 학교 급별이라든지 다양한 형태로 연구를 하는데 단 하나의 학교로 무슨 연구 성과를 거둘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학부모들은 이날 오후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사무실을 찾아 서명자료를 전달하고 국회 차원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할 수 있도록 촉구할 예정이다.


태그:#문명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하교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