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터 시티, 올 시즌 리그 우승 확정  2일(현지시간) 영국 레스터에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첼시 FC와 토트넘 홋스퍼 FC의 경기가 무승부로 종료되면서 리그 우승이 확정된 레스터 시티 FC의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승점 77점으로 리그 선두를 달리던 레스터 시티는 이날 리그 2위인 토트넘이 첼시와 2-2로 비기면서 승점 70점이 돼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올 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2016년 5월 2일(현지시간) 영국 레스터에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첼시 FC와 토트넘 홋스퍼 FC의 경기가 무승부로 종료되면서 리그 우승이 확정된 레스터 시티 FC의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점유율 72.5-27.5, 슈팅 숫자 23-7, 패스 성공률 86-65 등 세비야는 내용뿐 아니라 승리까지 챙겼다. 그러나 레스터 시티가 '변수'를 만들어내며, 두 팀의 미래는 알 수 없게 됐다.

레스터 시티가 23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 시각) 스페인 세비야에 위치한 라몬 산체스 피스후안에서 열린 2016·2017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16강 1차전 세비야와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그러나 레스터 시티는 패색이 짙던 후반 29분 제이미 바디가 원정골을 만들어내면서, 8강 진출에 대한 희망을 이어갔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세비야는 2016·2017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위협하며 우승을 노리고 있다. 바르셀로나식 점유율 축구와 위르겐 클롭 감독의 '게겐프레싱'을 떠올리는 전방 압박, 양 측면을 활용한 날카로운 역습 능력까지, 세비야는 자신들의 능력을 UCL 16강 1차전에서도 마음껏 뽐냈다.

반면 2015·201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동화보다 더 믿기 힘든 이야기를 써낸 레스터 시티는 불과 1년 만에 강등권으로 추락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행운이 따랐던 조 편성 덕분인지 UCL 조별리그에서는 1위의 성적을 거둔 레스터 시티였지만, 상승세인 세비야를 물리치기란 어려워 보였다.

실제로도 그랬다. 레스터 시티는 세비야의 강력한 전방 압박에 쉽사리 전진할 생각을 못했다. 압박을 피하기 위한 백패스의 시도만 늘어날 뿐, 이렇다 할 해법이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세비야가 수비 불안의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레스터 시티는 초반부터 심하게 흔들렸다.

레스터 시티는 전반 12분 중앙 수비수 웨스 모건이 호아킨 코레아의 드리블을 막는 과정에서 반칙을 범하며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다행히도 카스퍼 슈마이켈의 슈퍼 세이브가 이른 실점을 막기는 했지만, 수비의 불안감은 계속 이어졌다.

레스터 시티는 공격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려보려 했지만, 여의치가 않았다. 전방으로 길게 넘겨주는 패스를 제외하면, 상대 진영을 넘어서는 것조차 힘겨웠고, 상대의 강력한 측면 때문에 공격 숫자를 늘릴 수도 없었다.

아무런 대책이 없던 레스터 시티는 전반 24분 세비야에 선취골을 내줬다. 세르히오 에스쿠데로의 자로 잰 듯한 크로스가 달려 들어오는 파블로 사라비아의 탄력 넘치는 헤딩슛을 만들어냈다. 이날 컨디션이 좋았던 슈마이켈 골키퍼도 어쩔 수가 없는, 막을 방법이 없는 세비야의 선취골이었다.

레스터 시티는 전진하기를 포기했고, 압박도 하지 않았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바디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페널티박스 부근에 밀집해 단단한 수비벽을 형성했다. 더는 실점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잠시나마 강한 압박과 공격 시도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후반 16분 세비야에 두 번째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득점의 주인공은 전반전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실축한 코레아였다. 세비야 진영에서 한 번에 길게 넘겨준 볼을 스테반 요베티치가 상대 수비와 경합을 이겨낸 끝에 살짝 내준 것이 코레아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이제 레스터 시티는 힘들어 보였다. 여기서 UCL은 포기하고, 생존을 위한 리그 강등권 탈출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 같았다. 그런데 레스터 시티는 UCL 8강 진출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후반 29분 드링크 워터의 낮고 빠른 크로스를 빠르게 달려든 바디가 강력하게 차 넣으면서 원정골을 만들어냈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은 남은 16분은 버티는 선택을 했다. 무리하게 공격적으로 나서다가 실점을 내주기보다, 원정골을 기록한 만큼 16강 2차전 홈경기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리고 그 작전은 성공했다. 레스터 시티는 2차전 홈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하면, UCL 8강 진출에 성공할 수 있다.

물론 만만치는 않다. 이날 경기는 슈마이켈 골키퍼가 무려 5차례의 슈퍼세이브를 기록하지 않았다면, 세비야의 대량 득점도 가능했다. 그만큼 두 팀의 차이는 홈과 원정의 구분이 없어도 꽤 커 보였고, 무엇보다 레스터 시티가 세비야를 상대로 무실점 경기를 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가 않다.

빈약한 공격력도 문제다. 레스터 시티는 최근 리그 6경기에서 득점이 없다. 리그에서 마지막 골맛을 본 것은 새해 첫날이었던, 지난달 1일이었다. 그나마 FA컵에서 득점을 터뜨리며 잠시나마 우승을 꿈꾸기도 했었지만, 16강전에서 잉글랜드 3부리그 소속 밀월 FC에 발목이 잡혔다.

레스터 시티의 UCL 16강 2차전 홈경기는 분명 쉽지 않은 싸움이고, 낮은 확률에 도전하는 경기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우승 동화를 써냈던 레스터 시티이기 때문에 '챔스 동화'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버리기는 힘들다. 이날도 '끝났다' 싶을 때, 극적인 원정골을 터뜨리지 않았나. 레스터 시티이고, 예측할 수 없는 축구이기 때문에 또다시 '기적'을 기대해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레스터 시티 VS 세비야 챔피언스리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