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너 도깨비 신부라며? 너, 나 보이잖아?
나랑 같이 가자. 너무 외롭고 쓸쓸해서 그래.
왜 자꾸 안 보이는 척해. 나쁜 사람!"

박경혜는 발랄했다. 종로 안국동 175-56 골목에서 촬영이 시작되자, 개구쟁이처럼 활보했다. 지은탁을 따라다니는 처녀귀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다시금 "나쁜 사람!"을 외치면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을까.

"바로 여기 이 골목이 저의 첫 신, 첫 촬영 장소예요. 일부러 여기 잡아주신 줄 알았어요. '내가 지금 이 옷을 입고 있을 게 아닌데, 의상이 어딨지?' 인터뷰에 앞서 촬영했던 곳을 한 바퀴 돌아보면서 왔어요. 기분이 되게 이상해요."(웃음)

따뜻한 국화차와 한적한 안국동 골목길을 떠올리며 인터뷰 장소로 잡은 찻집은 필연처럼 그가 도깨비에서 처음 등장하는 골목, 바로 옆이었다. 배우와 촬영지의 짧은 재회였지만 어쩌면 이 인연은 드라마 속 대사처럼 박경혜에게 신이 머물다 가는 순간이 아닐까. 첫 촬영 때 마음에 새긴 배우로서의 초심을 기억하라는 어떤 바람 같은 것.

신(神)스틸러 배우 박경혜를 2월 10일 안국동에서 만났다.

 배우 박경혜

배우 박경혜 ⓒ 김광섭


<도깨비> 단벌 처녀귀신, 박경혜

- 도깨비 종영 후, 어떤 변화가 있어요?
"많은 변화라기보다는 너무 좋은 인물 캐릭터가 제게 남아있게 되었다는 것과 많은 분이 알아봐 주시는 것이 변화가 아닐까 해요."

- 캐스팅되었을 때 매우 기뻤다는데, 처녀귀신의 인기를 예감했을까요?
"처녀귀신이 관심 받을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죽음과 삶을 다루는 이야기의 깊이가 있으면서도 중간 중간 위트 있게 로맨스가 있는 매력적인 드라마라서 보시는 분들이 많이 행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 역을 위해 참조한 작품이나 배우가 있나요?
"처녀귀신도 사람이 죽어서 된 것이잖아요? 작품이나 배우를 참조하기보다는 '왜 죽었을까? 어떻게 죽었을까?' 대본에서 찾으려고 했어요. 처녀귀신이 혼기를 찬 여자를 쫓는데요. 의상과 분장에서도 기존에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처녀귀신의 모습들에서 모티브를 조금씩 따오면 좋겠다 많이 생각했죠. 일단 대본에 의지를 많이 하려고 했어요."

- 단벌 패션을 선보였는데요?
"(주변에서) 그 옷을 안 빨았다고….(웃음)"

- 지금도 안 빨았나요?
"빨았어요. 집에 두기 위해서는 빨아야 할 것 같았어요. 야외촬영을 많이 했으니까요. 손빨래해서 지금은 집에 있어요."

- 촬영이 다 끝나고 빨았나요?
"네, 완전히 끝나고요."

- 계속 소장할 건가요?
"그럴 것 같아요. 먼 훗날 보면 무언가 애장품 같지 않을까."

 배우 박경혜 인터뷰하는 모습

배우 박경혜 인터뷰하는 모습 ⓒ 김소윤


- 마지막 회를 봤을 때 만감이 교차했을 것 같아요. 돌아보면 어때요?
"돌아본다기보다는 매 순간 행복했고 재미가 있었어요. 끝났다니까 아쉬운 감정이 컸어요. '벌써 끝났나? 금요일, 토요일은 어떡하지?'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남아있어요."

- 첫 회를 텔레비전으로 봤을 때의 느낌을 기억하나요?
"너무 무서웠어요. 회사 식구들과 같이 봤거든요. 소리 지르는 장면이 너무 무섭게 나오는 거예요. CG 작업한 것은 영상이 나와야 알 수 있는 거잖아요? 통통통 다니는 게 신기했어요. 현장에서 선배님들이 하시는 것을 보고 나서 영상으로 다시 보니까 참 많은 공부가 되었던 것 같아요." 

- 개성이 강한 역이었는데, 이미지가 고정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을까요?
"아직 만나지 못 한 인물들이 훨씬 더 많고 앞으로 만날 인물들이 많아서 그런 걱정보다는 다양한 인물들을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줄 수 있게 어떻게 꾸준히 노력해야 할까 고민을 더 많이 한 것 같아요. "

-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요.
"가장 감사한 것은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제게 남겨주신 김은숙 작가님이에요. 캐스팅해주신 이응복 감독님께도 감사드리고요. 선배님과 스태프분들의 배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따뜻하게 촬영을 했어요. 함께 했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경험삼아 시작한 연기, 일상처럼 할 수 있기를


- 배우의 꿈은 언제 갖게 되었나요?
"어머니께서 다양한 일을 하다 보면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다는 마인드세요. 고등학교 때에 진로 상담과 국어와 연극부를 맡으신 선생님께서 어머니와 진로 상담하실 때, '연극부를 시키면 어떨까?' 하셨어요. 수업 중 인문학 소설의 한 배역을 맡아 읽은 적이 있는데 선생님께서 좋게 봐주신 거죠. 어머니께서 '그래 경험 삼아 해보자' 하셨어요.

이우정 감독님(박경혜의 데뷔작 독립단편영화 <애드벌룬>의 감독)께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양아치를 찾으려 캐스팅을 돌고 계셨는데, 제가 사진만으로 캐스팅이 되었어요. 근데 감독님이 저를 보시고 생각했던 것보다 제가 착한 느낌이라서 조금 힘들 것 같다고 스태프분들에게 말씀하셨는데, 카메라 감독님께서 경혜 아니면 안 한다고 하셔서 감사하게 합류를 하게 되었어요. 촬영을 하면서 이 일을 일상처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막연했는데, <애드벌룬>을 찍으면서 배우의 꿈이 확고해진 건가요?
"막연하기보다는 그때는 경험 삼아서 한 것이에요. 제가 되게 다양한 것을 했거든요. 미술, 피아노, 무용도 하고 다양하게 해서, 이것도 하나의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현장을 만나면서 이게 일상이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 독립영화로 데뷔를 했는데,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은 계속 가지고 있나요?
"너무 하고 싶죠.(웃음) 4월에 독립장편영화 <꿈의 제인>이 개봉을 하거든요. 독립장편영화이든 단편영화이든 배우는 새로운 인물을 만나서 인연을 계속 만들어가는 스타일이다 보니까 독립영화든 상업영화든 어떤 인물이라도 새로운 인물을 만나고 싶은 게 욕심이죠."

 배우 박경혜의 드라마 <도깨비> 첫 촬영지, 안국동 골목에서

배우 박경혜의 드라마 <도깨비> 첫 촬영지, 안국동 골목에서 ⓒ 김광섭


- 해보고 싶은 역이 있을까요?
"아직 제가 못 해본 게 너무 많아서, 다양한 역할을 만나면 좋지 않을까 해요."

- 어머니가 많은 경험 쌓으라고 했는데, 배우 생활을 적극적으로 지지를 해주고 있나요?
"어머니께서 이쪽 일을 하고 싶어 하셨어요.(웃음) 그래서 되게 재미있어하시고 많이 도와주세요. 대본을 보면서 안 풀릴 때나 어머니의 세대가 생각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조언을 구하면 많이 봐주세요. 언니는 특수 분장을 전공했기에 처녀귀신 역을 할 때 언니에게도 자문했어요. 가족이 지지를 해주시는 편이에요."

아직 못해본 역할 많아... 다양하게 하고 싶다

- 예능 <라디오스타> 출연 후, 예능감에 대해 반응이 뜨거운데요?
"걱정을 많이 했는데 MC, 게스트, 스태프분들 덕을 봤다고 생각해요. 편하게 풀어주고 많이 도와주셨어요. 제가 첫 예능 출연이고 모르는 부분이 많으니까 많이 챙겨주셨죠. 예능 덕을 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제일 커요."

- 예능 출연 욕심이 생기지 않았나요?
"첫 예능이고 안 해 본 게 훨씬 더 많아서, 어떤 것이라도 설레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준비할 것 같아요."

- 2월 9일에 개봉한 영화 <조작된 도시>에 깜짝 등장한다고요?
"무언가 마음이 아픈 역이에요. 보이는 부분에서는 그런 것이 없지만 제 개인적으로는요. 제가 배역을 봤을 때 어떤 상황이기에 이런 일을 할까 생각했어요. 얄밉지만 매력 있는 역할 같아요. 극장에서 확인해주세요.(웃음)"

- 연관검색어가 도깨비인데, 앞으로는 어떤 검색어가 따라오면 좋겠어요?
"제가 작품과 인물을 만나 공감할 수 있게 보여드리고 보신 분들이 그것을 받아들였을 때, 연관검색어가 생기는 것 같아요. 수식어를 많이 붙여주셨어요. 행복해요. 배역마다 연관검색어와 수식어가 생긴다는 것이요. 그만큼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신 거잖아요? 욕심은 역마다, 인물마다 생기면 좋지 않을까?(웃음)"

- 마음에 드는 수식어가 있나요?
"처녀귀신에 대한 여운을 아직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역에 대한 수식어를 주시는 게 제일 좋아요. 사이다, 걸크러시, 신스틸러. 감사하고 좋아요."

 배우 박경혜

배우 박경혜 ⓒ 김광섭


- 박경혜만의 연기철학이 있을까요?
"아직은 만들어가는 중이에요. 작품 끝나고 계속 연습실 나가서 연습하면서 제 것을 제 방식으로 쌓아가는 중이에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3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유튜브 https://youtu.be/sdD-xtvmSIw(영상 김소윤) 접속하면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도깨비 처녀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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