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하는 홍상수와 김민희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김민희가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장에서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질문을 듣고 있다.

▲ 기자회견 하는 홍상수와 김민희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김민희가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장에서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질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공개된 정보의 양이 극히 적은 것에 비해 대중의 관심도는 하늘을 찔렀다.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 이야기다.

시작은 2016년 6월, 배우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이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한 매체의 보도였다. 다양한 매체들이 이른바 '어뷰징' 기사를 쏟아냈다. 대부분의 보도는 '불륜'에 대한 한국인들의 정서적 거부감에 기대어 무분별하게 확대재생산됐다.

지난 16일, 두 사람이 베를린 영화제 공식석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8개월 전과 마찬가지의 현상이 재현됐다. 다양한 매체에서 이들의 관계를 향해 비난의 시선을 보였다. 또 이중 대다수는 그들의 행동을 보고 생각을 예측하는 추측성 기사였다. 

김민희가 출연한 홍상수 감독의 신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유부남 영화 감독을 사랑한 배우 '영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베를린 영화제에서 공개되기 전부터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니냐는 비난이 쇄도했다.

하지만 비난과 동시에 16일 베를린 영화제 기자회견에 모든 관심이 쏠렸다. 두 사람이 모두 참석하기로 예정돼 있던 기자회견에서 김민희의 발언과 홍상수 감독의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한국 언론에 보도됐다. 이윽고 김민희가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자 더 격한 반응들이 터져나왔다.

4일만에 1000여 건... 추측성 보도 잇달아

"두 사람은 불륜설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YTN) "자신들에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이자 해프닝인 듯" "세계 3대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다는 것이 그저 행복한 듯"(일간스포츠) "날짜 감각을 잊은 듯" "모든 것이 즐거워 보였다"(스포티비스타)

듯듯듯... 모두 추측이었다. 짐작이나 추측을 나타내는 '듯'이라는 말이 김민희-홍상수 보도에 유독 많이 쓰였다. 베를린 영화제에 참석한 홍상수와 김민희를 두고 국내 언론들은 너나할 것 없이 추측성 보도를 이어갔다.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의 베를린 영화제 소식을 전하는 보도만 4일 동안 1000건이 넘게 흘러나왔다. 

베를린영화제 폐막... 홍상수-김민희 나란희 레드카펫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 씨가 18일 저녁(현지시간) 제 67회 베를린영화제 폐막 행사 레드카펫을 밟았다. 홍 감독은 자신의 19번째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장편 공식경쟁 부문에 뽑혀 주연 배우인 김민희와 함께 베를린을 찾았다. 두 사람은 작년 6월 불륜 논란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큰 관심을 끌었다.

▲ 베를린영화제 폐막... 홍상수-김민희 나란희 레드카펫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 씨가 18일 저녁(현지시간) 제 67회 베를린영화제 폐막 행사 레드카펫을 밟았다. 홍 감독은 자신의 19번째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장편 공식경쟁 부문에 뽑혀 주연 배우인 김민희와 함께 베를린을 찾았다. 두 사람은 작년 6월 불륜 논란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큰 관심을 끌었다. ⓒ 연합뉴스


나란히 등장한 두 사람을 두고서는 한 매체는 "불륜설을 신경쓰지 않는다"고 단언했고, 이어 사인을 하면서 날짜를 잘못 적은 배우 김민희를 두고서는 "날짜 감각을 잊은 듯"이라고 평한다. 베를린 영화제에 등장한 두 사람의 행동만을 놓고서 기사를 쓴 것이다. 행동만으로는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음에도 그들의 행동에 과도하게 의미 부여를 한 기사가 난립했다.

두 사람의 속마음이 어떤지 직접 묻지 않는 한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영화제 자리가 행복한지, 정말 불륜설을 신경쓰고 있지 않은 건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유독 김민희-홍상수 관련 보도에서 이들의 속마음을 짐작하는 추측성 보도가 잇달았다. 저널리즘의 기본은 여기에서만큼은 통하지 않았다.

네티즌 의견 인용하면서 일방적 비방

"사랑꾼 같은 소리하네" "경멸스럽다" "김민희 대단하다 겁도 없고" "당당하고 화기애애한 모습이 도리어 뻔뻔하게 비췄을 것" "어이가 없다는 반응"

네티즌의 반응이 '화제'라며 모은 기사에는 두 사람을 향한 비방이 주를 이뤘다.

대체로 기자의 이름이 없이 네티즌의 반응만 모아놓은 기사에는 김민희와 홍상수를 향한 일방적인 비난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에는 어떤 설명도 정보도 없고 네티즌들의 감정만 남는다. '네티즌 반응' 기사를 통해 읽을 수 있는 건 "대중들이 그들에 상당히 화가 났다"는 것뿐이다. 일방적인 인신공격성 '악플'이 댓글창을 넘어 기사에 등장하는 당위가 있을까.

또 대중들의 감정을 소개하는 유형의 기사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해당 기사에 인용한 댓글이 마치 주류 의견인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문제적이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반응 댓글은 기사화되는 법이 없다. 이런 '댓글 반응' 기사는 일방적으로 대중들에 균형 잡힌 시각이 아닌 편향되고 감정적인 시각만을 제공할 뿐이다. 

베를린에 걸린 홍상수·김민희 사진 18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 오른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홍상수 감독과 주연배우 김민희의 사진이 걸려있다.

▲ 베를린에 걸린 홍상수·김민희 사진 18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 오른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홍상수 감독과 주연배우 김민희의 사진이 걸려있다. ⓒ 연합뉴스


기자는 예언자?

"충무로는 좋은 배우를 얻었지만 동시에 잃기도 했다"(헤럴드POP) "대중의 사랑을 받는 영화에서 그녀를 볼 수 있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OSEN)

많은 기사는 김민희를 국내 영화에서 볼 수 없을 거라고 예단한다. 대중적 분노가 큰 상황에서 많은 관객을 동원해야 '본전을 찾는' 영화계의 특성 탓에 김민희가 정말 대중 영화를 찍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디렉터스 컷 시상식 감독들이 김민희에게 보낸 응원 메시지를 보면 여전히 많은 감독들이 김민희와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것도 사실이다. "충무로가 배우를 잃었다"든지 "대중 영화에서 그녀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추측은 여러 면에서 근거가 부족하다. 

또 여우주연상을 받은 김민희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져 김민희를 일방적으로 비방하는 보도가 많았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 것이 있다. 김민희를 충무로에서 보기 힘들 거라 단언하는 기사들은 많지만 홍상수가 앞으로 영화를 찍지 못할 거라  단언하는 기사는 왜 보기 드문 걸까.

김민희 홍상수 베를린영화제 밤의 해변에서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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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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