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에른 뮌헨은 헤르타 베를린의 '천적'이다. 뮌헨은 베를린과 역대 전적에서 28전 21승 6무 1패로 압도한다. 두 팀 간의 최근 5경기 맞대결만 봐도 뮌헨의 전승과 무실점 등 베를린은 그들의 상대가 되질 못 했다. 그래서였을까.

많은 이들이 18일 오후 11시 30분(한국 시각)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올림피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2017 독일 분데스리가 21라운드 뮌헨과 베를린의 맞대결 역시 이전과 같은 결과를 예상했다. 그러나 축구는 미래를 예단하는 자에게 호의를 베푸는 종목이 아니었다.

예상을 뒤엎었던 경기 흐름,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터진 기적적인 동점 골까지, 두 팀의 맞대결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명승부였다.

경기 초반부터 모든 이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홈팀 베를린이 경기 주도권을 잡아나가면서 원정팀 뮌헨을 압도했다. 특히 베를린은 양 측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효율적인 역습을 선보이면서 선취골까지 뽑아냈다. 

베를린은 전반 21분 왼쪽 측면에서 얻어낸 프리킥 상황에서 마르빈 플라텐하르트의 낮고 빠른 크로스를 베다드 이비세비치가 밀어 넣으면서 선취골을 뽑아냈다. 뮌헨만 만나면 무기력했었고, 최근 5경기 맞대결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던 베를린이었기 때문에 선취골의 기쁨은 더욱 컸다.

뮌헨은 주 중에 있었던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아스널전 때문인지 선수들의 몸이 무거워 보였다. 실제로 그날 경기와 비교해 선발 라인업의 큰 변화는 최전방 스트라이커 자리에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대신 토마스 뮐러가 자리하고, 3선의 사비 알론소 대신 조슈아 킴미히가 자리한 것뿐이었다.

뮌헨은 전반 중반이 넘어가면서 로번을 중심으로 공격에 힘을 더하기 시작했지만, 짜임새 있는 베를린의 수비 앞에 이렇다 할 공격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로번의 드리블은 좀처럼 통하지 않았고, 베를린의 강한 압박에 전진 패스를 시도하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특히 베를린은 강한 압박으로 뮌헨의 공격 속도를 늦추고, 최전방 스트라이커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자신들의 페널티박스 부근에 위치하면서 상대에 공간과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뮌헨은 전반 34분 로번이 페널티박스 우측 부근에서 좋은 침투에 이은 슈팅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루네 야르스타인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후반전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기 주도권은 뮌헨이 가져갔지만, 공격의 날카로움은 베를린이 갖고 있었다. 뮌헨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후반 15분 레반도프스키와 알론소를 투입하는 변화를 주며 공격에 힘을 더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뮌헨은 촘촘한 베를린 수비 앞에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슈팅 기회를 잡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축구는 심판의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알 수 없었다. 베를린은 후반전 추가 시간 5분이 다 지날 때까지 뮌헨의 공격을 잘 막아냈지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 통한의 동점 골을 내주고 말았다.

뮌헨에서 교체 투입된 킹슬리 코망이 오른쪽 측면에서 과감한 돌파를 시도해 상대의 반칙을 얻어냈고,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까지 가담한 마지막 공격 기회에서 로번의 슈팅에 이은 레반도프스키의 슈팅이 상대 골망을 갈랐다. 몇 초만 지나면 승리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던 베를린 선수들과 홈팬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바이에른 뮌헨, '대이변' 앞에 '기적'으로 대응하다

뮌헨이 기적적으로 승점 1점을 따내기는 했지만, 경기 내용은 베를린이 훨씬 좋았다. 베를린은 90분 내내 수비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세계 최고의 공격력을 갖춘 뮌헨 공격진을 상대로 이렇다 할 슈팅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특히, 강력한 전방 압박과 수비진과 미드필드진 사이의 촘촘한 간격 유지는 감탄사를 자아냈다.

공격도 나쁘지 않았다. 중원에 위치했던 니클라스 스타크와 블라드미르 다리다는 뮌헨의 전진 패스를 수차례 끊어냈을 뿐 아니라, 양 측면을 활용한 빠른 역습 전개를 이끌며 분데스리가 최강자를 괴롭혔다. 양 측면에 위치했던 칼루와 하라구치 겐키는 양질의 패스 덕분에 여러 차례 공격 기회를 만들어냈고, 풀백 선수들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도 이끌어냈다.

다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추가 시간을 포함한 94분 동안 승리할 자격을 갖추었지만, 경기 종료 직전 상대에 프리킥과 함께 동점 골을 내주며 다잡은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대이변' 앞에 '기적'으로 대응한 뮌헨은 지난 16일 아스널전 대승(5-1)의 주역이었던 로번과 티아고 알칸타라 등 주전 대부분을 투입했지만, 체력적인 문제 때문인지 공격의 장점을 끌어내지 못했다. 미드필드진의 패스는 베를린의 강한 압박과 짜임새 있는 수비 앞에 끊기는 모습이 잦았다.

그럼에도 뮌헨이 패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행운'이었다. 분데스리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추가 시간 5분이 주어졌고, 그 시간이 모두 지난 시점에 프리킥을 얻어내며 동점 골을 터뜨렸다. 동점 골을 위해 극단적인 공격 전술을 선보인 안첼로티 감독의 선택도 훌륭했지만, '행운'이 뮌헨의 편에 서지 않았다면 이런 '극장 경기'는 나올 수 없었다.

이날 경기는 축구의 매력을 마음껏 뽐낸 명승부였다. 수많은 자료와 기록이 말해주는 '예상'을 뒤엎었고, '대이변'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이들에게 또 하나의 '기적'을 보여줬다. 이런 경기들 덕분에 유럽인들은 축구에 미치고, 축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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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에른 뮌헨 VS 헤르타 베를린 아르연 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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