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배주연

관련사진보기


ⓒ 배주연

관련사진보기


ⓒ 배주연

관련사진보기


ⓒ 배주연

관련사진보기


ⓒ 배주연

관련사진보기


부산의 부산진구 부전동에는 두 개의 부전역이 있다. 열차역과 지하철역.

그 중 열차역인 부전역에서는 순천에서 하동, 진주, 마산을 거쳐 부산을 오가는 경전선과 정동진, 안동, 경주, 신해운대를 운행하는 동해선 철로를 느릿하게 가는 무궁화호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ITX-새마을호가 서울, 대구, 밀양을 지나 부산 코스의 경부선을 달리는 것도 볼 수 있다.

부전역은 느릿함과 빠름이 공존하며, 열차와 지하철처럼 과거와 현재의 운송수단이 뒤엉켜 살아간다. 그리고 속도와 객실 시설에 따라 확연히 다른 열차운임처럼 부와 빈곤이 대로에서 갈라진다.

대로에서 열차역인 부전역을 향해 걷다보면 '부전마켓타운' 이라는 새 이름이 매우 어색한, 재래시장인 부전시장이 있다. 부전마켓타운은 부전시장, 농산물새벽시장 등 7개 시장이 50여 년만에 연합체를 결성한 부산 최대 규모이자, 전국적으로도 대규모로 3,000여 개 점포, 5,000여 명의 상인이 손님을 기다린다. 시장 내에는 전, 어묵, 족발, 해산물, 망고, 약재, 그릇 등 별벌 것들이 자리잡고 있다. 크고 복잡한 구조에 시장 내에 이정표도 마련해 두었다.

그 시장길 뒤편, 기찻길 주위에는 고단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외벽 창문에 설치한 방범창과 그 옆 전봇대를 줄로 묶어 마련한 빨래줄에 매달린 양말. 그 줄 아래 길바닥에 놓인 낡은 유모차, 손수레, 포대자루처럼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까운, 볕이 잘드는 길가에 나란히 쪼그리고 앉아 수다를 떨고 있는 할머니들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이 낡고 허름한 소시민의 삶은 새싹로 58번길 이정표가 있는, 대로 건너편에서 보이는 초고층 아파트와 대형마트의 창고형 할인매장 간판에서 썰물이 되어 사라진다. 그 대신에 부유한 도시 중산층이 풍기는 돈냄새가 밀물처럼 밀려온다. 그 대로의 넓이 만큼이나 초고층아파트와 허름한 주택에 사는 이들의 살아가는 모습도 확연하게 다를 것이다. 단지 같은 하늘 아래 24시간이라는 시간을 갖고 사는 것만 같을 뿐. 그래서 새싹로와 마켓타운이라는 이름이 주는 어색함이 가슴을 에밀레 종소리처럼 가득 채운다.

부전역. 그 두 개의 역 주위에 저마다의 인생살이가 매일 오가는 열차와 지하철처럼 쉴새없이 펼쳐진다.

▶ 해당 기사는 모바일 앱 모이(moi) 에서 작성되었습니다.
모이(moi)란? 일상의 이야기를 쉽게 기사화 할 수 있는 SNS 입니다.
더 많은 모이 보러가기


태그:#모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자어로 '좋아할, 호', '낭만, 랑',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이'를 써서 호랑이. 호랑이띠이기도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