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한국 시각) 바르셀로나와 생 제르망의 유럽 챔피언리그 1차전이 열린 가운데 파리 생 제르망의 앙헬 디 마리아(왼쪽)가 선취골을 성공 시킨 뒤 동료 마르코 베라티의 축하를 받고 있다.

15일(한국 시각) 바르셀로나와 생 제르망의 유럽 챔피언리그 1차전이 열린 가운데 파리 생 제르망의 앙헬 디 마리아(왼쪽)가 선취골을 성공 시킨 뒤 동료 마르코 베라티의 축하를 받고 있다. ⓒ EPA/ 연합뉴스


세계 최고의 축구 클럽이라 인정받는 FC 바르셀로나가 이렇게 무기력하게 무너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런데 그 이유가 너무도 간단했다. 상대보다 많이 뛰면서 압박하고 그렇게 얻은 역습 기회를 빠르게 살려낸 것이다. 바르셀로나가 자랑하는 '메시-수아레스-네이마르'보다 파리 생 제르맹의 '드락슬러-카바니-디 마리아' 조합이 더 반짝반짝 빛났다.

우나이 에메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파리 생 제르맹(프랑스)이 한국 시각으로 15일 오전 4시 45분 프랑스 파리에 있는 파르크 데 프린스에서 벌어진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FC 바르셀로나(스페인)와의 홈 경기에서 날개 공격수 앙헬 디 마리아의 멋진 멀티 골 활약에 힘입어 4-0으로 완승을 거두고 수많은 축구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바르셀로나 유효 슛 1개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홈 팀 파리 생 제르맹의 압박 수비는 놀라웠다. 그 중심에 서 있는 미드필더 아드리앙 라비오가 경기 시작 후 3분 만에 마르치니아크(폴란드) 주심으로부터 노란 딱지를 받았기에 압박 수위를 함부로 높이기 어려웠지만 그들은 똘똘 뭉친 조직력을 자랑하며 대승 그 이상의 감동을 만들어냈다.

파리 생 제르맹은 점유율 면에서 FC 바르셀로나의 57%에 비해 상대적으로 밀렸다. 하지만 선수들 전체가 뛴 거리(파리 생 제르맹 112.1km, FC 바르셀로나 104km) 기록으로 알 수 있는 것처럼 엄청난 활동량을 자랑하며 끊임 없이 상대를 압박했다.

10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을 노리는 전통 강호 FC 바르셀로나는 믿기 힘든 불명예 기록을 또 하나 남겼다. 득점 없이 완패한 것도 모자라 후반전 추가 시간 4분이 끝날 때까지 유효 슛 기록을 단 1개만 남긴 것이다. 그 주인공도 바르셀로나가 자랑하는 'MSN' 쓰리 톱이었으니 고개를 좀처럼 들 수 없었다.

바르셀로나의 유일한 유효 슛은 27분에 나온 안드레 고메스의 오른쪽 대각선 슛이다. 좋은 역습 기회였지만 파리 생 제르맹 골키퍼 케빈 트랍이 과감하게 각도를 줄이며 달려나와 슛을 막아냈다. 84분에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헤라르드 피케의 헤더 패스를 받은 동료 수비수 움티티가 결정적인 만회골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그의 뒤통수에 맞은 공이 왼쪽 기둥을 때리고 나오는 바람에 바르셀로나는 엄청난 부담을 안고 캄프 누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다음 달 9일 FC 바르셀로나의 홈 경기로 2차전이 열리지만 실점 없이 5-0의 점수판을 만들어야 8강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것도 기막힌 노릇이다. 그렇다고 2차전 전까지 핵심 선수들을 마냥 쉬게 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맞수 레알 마드리드 CF에 비해 2경기 더 치른 상태에서 승점 1점 차이(레알 마드리드 20경기 49점, 바르셀로나 22경기 48점)로 프리메라 리가 우승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오는 27일 비센테 칼데론에서 열리는 4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22경기 42점)와의 원정 경기도 마음에 걸린다.

파리 생 제르맹의 멋진 '탈 압박-추가골' 순간

이 경기는 무엇보다도 파리 생 제르맹의 압박과 탈압박 순간 그리고 역습의 속도가 압권이었다. 경기 시작 후 18분만에 율리안 드락슬러가 얻은 21미터 직접 프리킥 기회에서 마침 29살 생일을 맞은 앙헬 디 마리아가 기막힌 왼발 감아차기로 터뜨린 선취골은 놀라운 결과의 잔잔한 출발점이었다.

파리 생 제르맹의 압박을 상징할 만한 추가골이 40분에 만들어졌다. 바르셀로나가 자랑하는 리오넬 메시가 중앙선 부근에서 공격의 시작을 알리는 드리블을 전개할 때 아드리앙 라비오와 마르코 베라티의 압박 수비가 눈에 띈 것이다. 라비오의 발끝에 메시의 드리블이 걸린 것이다.

여기서 곧바로 파리 생 제르맹의 빠른 역습이 돋보였다. 마르코 베라티가 빠른 드리블로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황급하게 뒷걸음치게 만들었고 반 박자 빠른 오른발 바깥쪽 패스를 율리안 드락슬러에게 찔러주었다. 그리고 드락슬러는 오른발로 짧게 끊어 때리는 슛으로 2-0을 만들었다.

전반전에만 두 골이나 얻어맞았으니 바르셀로나로서도 그냥 주저앉을 수 없었다. 후반전 초반부터 그들도 강한 압박을 통해 공 소유권을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서 따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런데 55분에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파리 생 제르맹의 준비된 탈압박 패스 게임이 아름다운 추가골로 만들어진 것이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파리 생 제르맹 골키퍼 케빈 트랍의 골킥이 짧게 연결된다는 것을 예측하고 이례적인 전방위 압박을 단행했다. 하지만 파리 생 제르맹의 탈압박을 위한 패스 5개 흐름은 완벽했다. 그것도 모자라 앙헬 디 마리아의 그림같은 왼발 감아차기 중거리슛이 왼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갔으니 천하의 바르셀로나 선수들도 망연자실할 뿐이었다. 과정도 마무리도 모두 완벽하게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파리 생 제르맹의 탈압박은 그 속도 또한 놀라웠다. 빠르고 정확한 패스의 흐름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71분, 토마스 메니에르의 빠르고 정확한 패스가 골잡이 에딘손 카바니의 오른발에 제대로 걸렸다. 아무리 홈 경기라지만 FC 바르셀로나라는 거함을 상대로 4-0의 점수판을 만든 파리 생 제르맹 선수들이 너무나 놀라워 보일 뿐이었다.

'압박과 탈압박의 적시성과 효율성, 역습의 속도와 패스의 정확성'이 현대 축구를 압축하여 설명하는 명승부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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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결과(15일, 오전 4시 45분, 파르크 데 프린스 - 파리)

★ 파리 생 제르맹 4-0 FC 바르셀로나 [득점 : 앙헬 디 마리아(18분), 율리안 드락슬러(40분,도움-마르코 베라티), 앙헬 디 마리아(55분), 에딘손 카바니(71분,도움-토마스 메니에르)]

★ SL 벤피카 1-0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일정(3월 9일 4시 45분, 왼쪽이 홈 팀)

☆ FC 바르셀로나 - 파리 생 제르맹
☆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 SL 벤피카
축구 챔피언스리그 파리 생 제르맹 바르셀로나 리오넬 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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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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