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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대입에서 수시 비중은 73.7%. 역대 최고치입니다. 이처럼, 대입 전형에서 수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시민기자가 수시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주장글을 보내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주장을 가감 없이 싣습니다. 수시 제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 해 11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 해 11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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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가기 위한 제도로는 크게 수시와 정시가 있습니다. 지난 몇 년 전부터 '창의적 인재를 뽑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수시 비중이 늘어났습니다. 2018년 기준 73.7%를 육박합니다. 이제 제가 많은 분들이 잘 모르는 '수시 제도의 본 모습'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작년 11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의 이화여대 비리입학 사건이 터졌습니다. 당시 제 친구들과 저는 엄청난 화가 났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단 17일을 출석했지만 무사히 졸업하고, 그 출결 일수로 이화여자대학교를 입학했다는 이유가 제일 컸습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혹은 재수기간까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학생들은 적으면 12년부터 많게는 그 이상까지 오직 좋은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합니다. 예체능 친구들은 연습에 엄청난 시간을 투자합니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서연고'로 시작되는 명문대 서열을 외우고, 의대 등 소위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특혜 입학 의혹의 중심에 선 정유라는 "돈도 실력이다", "부모를 잘 만나라"라는 막말을 했다고 하죠.

돈, 권력을 이용해 없던 출결 일수도 만들고 한참 부족하던 성적도 끌어올린 정유라를 보면 억울한 마음도 부러운 마음도 들겠죠. 왜냐하면 정시로는 대학에 입학하는 게 어려우니까요.

중학교 때부터 각종 외고, 과학고, 국제고, 민사고, 상산고 등 '이름값'이 있는 학교를 들어가기 위해서 애를 씁니다. 고등학교의 이름부터가 스펙이 되니까요. 하지만 그것도 소수고, 대다수의 학생들은 다들 집 주변의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됩니다.

수시의 핵심은 탄탄한 생활기록부에서 시작됩니다. 그래서인지 유명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생기부'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아래와 같은 연관검색어가 뜹니다(컨텍스트 자동완성을 OFF로 변경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옵니다).

생기부 검색 화면
 생기부 검색 화면
ⓒ 포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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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학생들은 읽고 싶은 책을 읽지 못하고 희망학과에 맞춘 책을 읽습니다. 자신이 느낀 점을 쓰기보다는 입학사정관이 읽기 좋은 말을 씁니다. 봉사활동도 꾸준히 한 기관에 다니거나, 봉사활동 자체도 자신의 진로와 맞춥니다.

자율동아리를 만들면 스펙이 되니, 대충 학기초에 만들어서 1년 동안 한두 번의 활동을 하고 '유령동아리'로 전락해버리는 경우도 생깁니다. 심지어는 자신의 특기 또는 흥미까지 솔직히 쓰지 못합니다. 자신의 고등학교를 위한 전교회장이 아닌, 대학교를 위한 전교회장이 되기도 합니다.

매년마다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희망사유라는 것을 써서 제출하게 되는데, 일부러 1학년 때는 '공무원'이라고 써서 제출하기도 합니다. 이유를 예측하시겠나요? 자신은 꿈이 없었다가 재학하면서 진로가 구체화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입니다. 예를 들어, 1학년 때는 공무원, 2학년 때는 의사, 3학년 때는 정신과 의사라고 적는 식입니다.

집안이 망하거나 부모가 이혼해야 완벽한 '자소설' 쓸 수 있다

이렇게 열심히 '만들어 낸' 생기부 경쟁의 승자는 누구일까요? 결론적인 승자는 내신 성적, 모의고사 성적이 좋은 친구들입니다. 학교에서 명문대 입시 실적을 높이기 위해서 이들을 적극적으로 돕기 때문입니다. "에이, 공교육 기관인 학교에서?" 라고 반문하실 수도 있고, 제 말이 잘 안 믿기실 수도 있습니다. 저도 입학하기 전까지는 몰랐으니까요.

하지만, 각종 포털사이트에 '생기부 조작'이라고 검색만 해도 많은 사례들이 나옵니다. 같은 책을 읽어도, 성적이 좋은 친구들과는 다른 내용이 올라가고 같은 수련회를, 같은 수학여행을 가도 상위권과 중위권 친구들의 생기부 내용은 다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각 과목 선생님들이 직접 기입해주시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항목은 어떨까요? 과연 그 부분에서는 공정하게 내용이 적혀있을까요? 아니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하지 않은 동아리도, 가지 않은 캠프활동도 성적이 좋으면 생기부에 기입해주는 이 상황에서 수시 제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이제 '창의적 인재를 뽑기 위해' 시행한다는 수시 제도를 다시 바라봅시다. 정말 '창의적'을 구분할 수 있겠습니까? 진정한 '인재'를 '뽑는 기준'이 되나요? 현재 입시제도에서는 외부수상경력이 제한되지만, 이럴거면 차라리 과학, 수학 경시대회 입상자를 뽑는게 더 공정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누구처럼 돈을 쓰지 않는 이상) 조작이 불가능 하니까요.

소수의 특목고, 상위 자사고 학생들, 각 학교의 1등급 학생들을 제외한 학생들은 위에서 보았던 좋은 대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정시를 바라보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2018 기준으로 수시 비율이 73.7%이니, 남은 26%에 희망을 걸어보기에는 이미 수많은 재수생과, 반수생들의 벽이 너무 높습니다. 오히려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재수를 많이 하니까요.

'자소설'. 자기소개서를 줄인 말인 '자소서'를 변형한 말입니다. 대학교를 가기 위해서 실제로 쓴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소설' 처럼 쓴 자소서를 말합니다. 완벽한 자소설을 위해서는 갑자기 하던 사업이 망하거나, 부모님의 이혼이 있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좋은 대학을 위해서 우리는 10년 이상 꾸준히 달려서 이제 도착지점이 보이려 하는데,
기승전결이 뚜렷한 완벽한 자소설을 써주는 학원을 다닌 학생들은 한 순간에 비행기를 타서 도착 지점에 도착합니다.

주입식 교육이 팽배한 우리나라 교육에서, 창의적 인재를 뽑기위한 수시제도는 알고보니 주입식 교육과 사교육 경쟁으로 만들어 낸 '좋은 성적'을 가진 학생들을 위한 제도였고, 혹은 가진게 최순실같은 부모밖에 없는 정유라와 같은 학생들을 위한 제도였습니다. 이게 올해 18살이 된 제가 생각하는 '수시제도의 본 모습'입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때문에 모든 학교가 그렇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학교가 없다도 할 수 없습니다. 각종 질문은 dkwnrmftj@naver.com으로 보내주세요.



태그:#수시, #입시, #생기부조작, #자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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