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측근 최순실씨와의 인연으로 K스포츠재단의 이사장에 선임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동춘 전 이사장이 "고영태 일당의 음모를 분쇄하겠다"며 보수집회에 연사로 나섰다. 대기업의 돈을 불법적으로 모금해 만든 재단의 이사장직을 기어코 지켜내겠다는 것이다.

정 전 이사장은 1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탄핵반대 국민대회'에 연사로 나섰다. 마이크를 잡은 그는 자신을 "국정농단 기획폭로의 희생자"라고 표현했다. 그는 언론에 자신이 '마사지사'로 보도된 데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자신이 서울대 사범대 체육교육학과를 나와 석사와 박사를 마치고 특수 스포츠 재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어떻게 사람을 마사지사로 전락시키는가, 이렇게 사람을 병신 쓰레기로 만들어 놨다"고 말했다.

그는 K스포츠재단의 노승일 부장과 박헌영 과장,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자신을 따돌리고 각종 업무를 추진했고, 지난 1월 자신이 상정하지도 않은 이사장 해임안을 통과시켜 자신을 아예 재단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고영태 일당이 K스포츠 재단에서 이런 못된 짓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 전 이사장은 "여러분이 힘을 주시면 고영태 일당을 재단에서 몰아내고 다시 박 대통령님의 문화융성과 한류세계화라는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만들어진, 숭고한 설립목적을 가진 이 K스포츠재단을 잘 지켜서 우리 후배 스포츠인들에게 넘겨줄 생각"이라며 "여러분이 힘을 주십시오. 저는 그 힘에 의해 반드시 고영태 일당의 침략을 반드시 분쇄시키고 지켜내도록 하겠다.여러분이 힘을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 전 이사장은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등에서 자신이 K스포츠재단 이사장에 임명된 배경에 대해 자신이 육상 투창 특기자였고 서울대 사범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졸업했기 때문이라며 최순실씨와는 상관없다고 주장해왔다.

특검 소환 때는 "최순실 소개로 이사장직 맡았다"고 인정해 놓고

하지만 이보다 앞선 지난해 10월 30일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참고인으로 소환된 당시 '최씨 소개로 이사장이 된 거 맞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네. 서로 알고 있었다. 제 고객이었으니까 이제 인정을 해야죠"라며 최씨의 소개로 이사장직을 맡게 됐다고 인정했다.

자신의 임명 배경이 최씨였다는 걸 인정했던 정 전 이사장이 말을 바꾸고 이사장직 지키기에 나선 것은 탄핵기각 집회를 열고 있는 보수단체들이 '고영태 일당의 기획 폭로'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을 자신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스포츠재단에 대한 수백억원의 출연금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에 직접 요구해 받아낸 걸로 드러났고, 특검은 이 행위에 뇌물죄 혐의를 두고 있다. 이같이 불법적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재단에, 대통령 비선측근과의 인연으로 이사장에 임명됐던 정 전 이사가 자신의 직을 지키고자 '고영태 일당'을 공격하고 나선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