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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 송파 지역 아파트 단지.
 서울 잠실 송파 지역 아파트 단지.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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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을 불리기 위한 투자수단으로써 부동산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살아갈 공간으로써 내집 마련은 누구나 당면하고 있는 과제이다. 또, 적어도 2000년대 초반까지는 돈을 열심히 모아서 집을 사고 그 집을 키워 나가는 것은 쉽고 성과도 뛰어난 재테크 전략이었다. 특히 2000년대 초반에는 저금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아파트 가격의 폭등이 일어나면서 부동산에 대한 낙관론이 일었다. 하루라도 빨리 집을 사야겠다라는 분위기가 퍼졌다.

반대로 '집값이 너무 오른 것 아닌가'라는 불안함을 가진 비관론자들도 분명 존재했다. 그러다 2008년 금융 위기에 집값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주택담보대출로 고통받는 하우스푸어가 이슈화되자 무리한 내 집 마련의 후유증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아졌다. 특히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수요도 줄어 집값도 함께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며 부동산 비관론이 대세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은 다시 반전되었다. 금리가 계속 떨어져 저금리를 넘어 초저금리라 불리우는 상황이 시작되자 2015년부터 지금까지 부동산은 분명 상승세를 보여왔다. 특히 2016년은 담보대출 금리가 2%대까지 떨어지면서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더해, 시중에 넘쳐나는 부동자금은 경제불황기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강남 재건축 같은 곳에 몰려들면서 부동산 가격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필자가 결혼해서 자리 잡아 살고 있는 동네의 한 평범한 93(공급면적)/59.97(전용면적)㎡ 아파트는(서울 위치) 2004년 매매가가 3억 원 정도였으나 2017년 현재 매매가가 4억3천 원 정도 이다. 물론 이런 상승은 장기간의 완만한 상승이 아니라 2015년부터 최근 2년에 집중되어 있기에 '부동산은 무조건 상승한다'라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해도 '어쨌든 집값은 시간이 걸려도 결국 오르고 있지 않으냐'는 부동산 낙관론자들의 주장 또한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처럼 낙관론과 비관론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사이 아직 내 집이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나 아니면 괜히 빚지고 집 샀다가 혹시 상투 잡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지면을 통해 낙관론과 비관론 중 무엇이 더 올바를 것인지 언급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기에 그 누구도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는 것이며 필자 또한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어쨌든 집을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점을 짚어보고 그 판단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려고 한다.

내 집인데 내 집 아닌 내 집 같은 너

24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은행 대출 창고에 여신심사 사후관리 제도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다.
 24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은행 대출 창고에 여신심사 사후관리 제도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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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리가 살고 있는 저금리 시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저금리는 내 집 마련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 놓았다. 외환위기 전까지 개인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고 빌릴 수 있다고 해도 10%가 훨씬 넘는 높은 이자율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이후 신용시스템이 금융에 도입되고 개인의 신용에 따라 은행에서 돈을 빌려주는 것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저금리시대가 도래했다. 은행에서 개인이 담보를 가지고 돈을 쉽게 싼 이자로 조달할 수 있게 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올랐고 그 결과 빚을 지지 않고는 부동산을 살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상황은 아니다. 저금리 시대를 살고 있는 선진국들도 장기대출을 받아 집이나 차를 사고 이를 갚아 나가는 것이 일상적인 삶이라고 할 수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대출을 받지 않으면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대출 이자를 월세라고 생각해야 한다. 집을 사용하는 대가로 은행에 사용료를 내는 셈이다. 4억 원짜리 집을 사기 위해 2억 원을 대출받았다면 2억 원의 대출 이자만큼의 월세를 내고 있는 반전세에 불과하지 사실상 내 집이 아니다.

물론 대출 이자, 즉 월세를 잘 내고 있는 동안에는 안정적으로 주거할 수 있다는 무시할 수 없는 큰 장점은 있다. 또한 같은 집을 임대했을 때 월세보다는 대출이자가 더 싸다는 측면도 당연히 무시할 수 없다. 반전세임에도 내 집을 사야 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대출받고 집을 샀으나 원금을 상환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아 계속 이자만 내야 하는 경유를 생각해 보자. 월세만 내고 계속 집의 사용권을 보장받아 살고 있는 셈이다. 첫 번째 고려해야 하는 점은 월세를 언제까지 낼 수 있느냐의 문제다. 지금은 월세를 낼 형편이 되지만 소득이 줄어들거나 지출이 커지는 상황이 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월세는 설령 지금 집값이 오른다고 해서 내지 않거나 줄어드는 것이 아니며 숨만 쉬어도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고정비다.

만약 맞벌이가 외벌이가 되거나 가장이 실직하거나 아이들이 커서 교육비가 많이 들거나 하는 경우 월세를 낼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그때는 월세를 내지 못하게 되고 최악의 경우 집에서 쫓겨나야 한다. 한 가지 더, 월세가 오를 수도 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당장 올해부터 미국의 금리 인상과 더불어 국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오르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월세도 오를 수밖에 없다.

집값 올라도 월세 내면 소용없다

또한 월세로써의 이자는 만약 집값이 오른다고 해도 워낙 장기간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세 차익을 생각보다 크게 훼손하게 된다. 앞서 사례로 나온 3억 원짜리 아파트를 2004년에 50% 대출 받아 이자를 내고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해보자. 13년 동안 대출금리를 연 5%로 평균하고 계산하면 월 62만5천 원이다. 월세로 62만5천 원을 13년 동안 냈다면 총금액은 9750만 원이다. 3억짜리가 4억3천이 되어 시세차익이 1억3천이라 보일 수도 있지만 이자를 빼면 이익은 3250만 원으로 크게 줄어들고, 여기서 각종 세금까지 제하면 그 이익은 더욱 줄어든다.

좀 더 나은 주거환경을 위해서 대출을 받아 월세를 선택하는 것이 크게 잘못된 선택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그 전에 다음의 내용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첫 번째, 좀 더 나은 주거환경은 공짜가 아니다. 대출 이자라는 월세를 내야 하므로 이것은 내 집이 아니라 반전세다. 두 번째, 월세를 부담하기 어려워지는 시간이 반드시 온다. 세 번째, 월세는 집값이 오르더라도 장기간 내는 것이기에 집값 상승분의 상당분을 상쇄시켜 버려 실제 이익은 크게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만약 집값이 오르는 경우라도 그 이익을 극대화하고 향후 소득이 줄어들었을 때 월세 부담을 최소화 하기 위한 방법은 가능한 월세, 즉 이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자를 적게 내기 위해서는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대출을 적게 받거나 원금을 하루라도 빨리 상환하는 것 두 가지뿐이다.

만약 지금 원금을 상환할 수 없고 이자만 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집의 구매 계획은 포기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이 경우 집값이 오른다고 해도 이익이 적고, 만에 하나 떨어지는 경우 손실은 매우 크다. 집값이 떨어지는 경우 팔아서 원금을 갚고 나면 애초 내가 투자한 돈을 다 받지 못하는 원금손실 상황이 된다. 지금까지 낸 이자도 아깝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집을 사용한 사용료로 생각하는 것이 맞다. 월세만 낸다면, 즉 대출 이자만 갚고 있을 뿐 원금 상환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면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내 집이 아니라 그냥 반전세 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원금 못 갚으면서 빚내서 집 사는 당신, 스톱

담보 대출을 받아 집을 살 계획이라면 따라서 반드시 원금상환 계획을 가져야 한다. 장기간 갚아야 함으로 향후 소득 추이가 어떻게 될지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 연봉이 높은 직업이라도 고용이 불안정하다면 많은 대출은 위험하다. 하루라도 빨리 상환하기 위해 지출의 구조조정과 가족구성원들의 욕구를 억제하는 노력 또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얼마를 대출받아야 할지도 중요하다. 소득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원리금 상환 금액은 소득의 20% 아무리 커도 30%를 넘지 않은 선에서 결정해야 한다. 원리금 상환금액만 30%가 넘어가면 정상적인 가정살림을 꾸려 나가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저금리인데 은행에서 대출받아 집 사지 않으면 바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 달에 내는 대출이자가 즉 월세가 소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 몇 년을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가야 한다면 함부로 대출을 받는 것은 내 미래를 담보 잡힌 위험한 거래일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원금을 상환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저금리라 할지라도 빚을 지고 집을 사는 것은 피해야 한다. 만약 지금 원금은 그대로 두고 월세로 이자를 내고 살고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능력보다 더 큰 소비이며 집에 대한 과소비 상태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후회없는 돈 쓰기를 안내하는 신개념 돈관리 사이트 머니네비(www.moneynavi.co.kr)의 생활경제컬럼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부동산, #내집마련, #저금리, #재테크, #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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