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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태블릿 pc 조작설'부터 '박영수 특검수사 성추행설'에 이르기까지 '가짜뉴스'가 보수단체(태극기 집회)의 '탄핵반대' 집회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지고 있습니다. 가짜뉴스가 무엇인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그 실체를 몇 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편집자말]
지난 7일 카카오톡으로 전해받은 소식. 문재인 비자금이 터졌다는 가짜뉴스다
 지난 7일 카카오톡으로 전해받은 소식. 문재인 비자금이 터졌다는 가짜뉴스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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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 우찌된 일이고, 그라믄 인자 문재인은 끝난 거 아이가?"

지난 7일 오후 7시쯤, 처가쪽 인척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에게서 SNS(카카오톡)가 왔는데 믿을 수 없지만 충격적인 내용이라 동요된다는 것이다. 기자가 전달받은 SNS에는 '문재인 비자금 폭로 기자회견'이라는 내용을 담은 글과 함께 이를 폭로하는 모습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이 첨부됐다.

기자는 인척에게 "말도 안되는 이런 것을 어떻게 믿나"고 했다. 하지만 그는 "얌전한 분이 '내용이 사실인 것 같다'라면서 보냈고, 유튜브는 세계적인 매체인데 거짓일 수가 있겠나"고 했다. 그러면서 "나 뿐만 본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저기 퍼지고 있는데..."라며 걱정했다.

가짜뉴스 내용, 보수단체 집회에서 종종 회자되기도

'가짜뉴스'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기자 주변에서 이를 받아본 사람들 대부분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내용으로 판단되지만 왠지 찜찜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가짜뉴스를 "자꾸 접하다 보면 왠지 그런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는 반응도 나온다.

사실 가짜뉴스가 떠돌아 다닌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짜뉴스는 내용도 다양하거니와 전파되는 대상도 묻지마식이다. '어쩌다 믿는 사람이 하나라도 생기면 된다'는 식으로 전파된다. 문제는 뉴스를 접한 사람이 이 내용을 믿고 실제로 모임 등에서 그 내용을 진짜인 양 전파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 

지난해 10월말 JTBC <뉴스룸>에서 최순실 패블릿PC와 관련한 국정농단 보도가 이어진 후 11월 5일 광화문 촛불집회와 12일 민중총궐기가 열렸다. 하지만 당시 촛불집회를 앞두고 누군가가 퍼드리는 왜곡된 정보가 SNS를 통해 퍼저나갔다.

기자도 받아본 이 동영상은 "이 시기를 이용해 종북간첩단이 활기치고, 5일 광화문 촛불집회와 12일 민중총궐기에서 쇠파이프와 죽창부대가 난무할 것이니 잘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이 영상에는 또 "박 대통령 지지율 5%는 별것 아니니 신경쓰지 말자"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이런 왜곡에도 불구하고 화가 난 수십만의 국민들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 박 대통령 하야를 외쳤다. 울산, 부산, 대구 등 전국 각 지역에서도 연일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와 시국선언이 지속해 열리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보수단체의 집회 등에서는 가짜뉴스로 맞불을 놓은 사례가 종종 목격된다.

기자는 매주 토요일 울산 남구 삼산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열리고 있는 보수단체 맞불집회 취재 중 단상에 오른 발언자 뿐 아니라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가짜뉴스에 나왔던 왜곡된 내용들이 회자되는 모습을 여러차례 목격했다.

"SNS에서 봤다" 근거없는 얘기 믿고 기자회견장 난입도

지난 2016년 11월 8일 오후 11시 울산시청 앞에서 시민사회단체가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자 50대 남성 2명이 이에 항의하고 있다
 지난 2016년 11월 8일 오후 11시 울산시청 앞에서 시민사회단체가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자 50대 남성 2명이 이에 항의하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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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던 지난해 11일 8일, 울산에서도 시민들의 분노가 표출됐다. 그날 오전 11시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30여 명은 울산시청 앞에서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방송과 신문사 등에서 나온 취재진 10여 명이 취재경쟁을 벌였다.

기자회견이 시작된 지 10여 분 뒤, 기자회견 장소 맞은편 8차선 도로를 40~50대로 보이는 두 남성이 무단으로 건너 다가왔다. 이들은 30여 명의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을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심한 욕을 하다 "박근혜는 이 나라 왕이다. 너희가 뭔데 욕하나. 너나 잘해라"라고 다그쳤다. 이들의 발언 내용 대부분은 소위 가짜뉴스에서도 접하던 것들이었다.

당시 현장에서는 여성참가자들 사이에 두려움마저 감돌았다. 이들이 비록 112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연행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사회 구성원간 너무나 큰 입장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가짜뉴스를 접한 지역유지와 설전을 벌인 사례도 있다. 국정농단이 알려지면서 지역에서도 민심이 동요하던 지난해 11월 중순, 기자는 언론계 선배, 지역 원로와 함께 울산 중구 옥교동 옛 골목 주점에서 대화를 나눴다. 이 지역 모 단체 회장이라는 50대 중반의 한 남성이 뒤늦게 합류했다.

들끓는 국민들의 분노와 박근혜 대통령 하야 등이 거론된 이 자리에서 단체 회장은 "우리나라에 지금 5만 명의 간첩이 있다. 교사, 시민단체 등으로 활동하는 간첩들이 이번 사건을 배후조종하고 있다"고 말했다.

"없는 간첩도 만들어 덮어씌운 사실이 대법원 판결로 밝혀졌는데 5만 명을 믿느냐"는 기자를 포함한 나머지 일행의 반론에도 이 남성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를 옹호했다. 이 과정에서 심한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5만 명 간첩설'을 설파하던 모 단체 회장에게 그 근거를 묻자 "SNS에서 전해준 소식을 수차례 봤다"고 했다. 가짜뉴스의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태그:#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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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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