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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이 열리고 있다.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이 열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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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측은 지난 7일 헌법재판소에 낸 최종 입장 진술서에서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설립과 모금은 박근혜 정부의 연속적인 국정 기조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문화 융성', '체육인재 양성'이라는 정책 취지에 공감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내게 만든 것이지, 박 대통령이 특정 의도를 가지고 급조시킨 재단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박 대통령이 이같은 주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헌재 재판관들은 탄핵심판이 시작된 이후 그 주장들에 대해 심리 내용을 근거로 그동안 꾸준히 의문을 표명해왔다. 결국  헌재는 이해가 안 가니 해명을 더 하라고 하는데 박 대통령은 '소명 다 했다'며 손을 털어버린 셈이다.

박 대통령이 두 재단을 바라보는 시각은 지금까지 규명된 정황들과 어떻게 다를까. 사실 위주로 정리했다.

서울 강남구 학동로 '재단법인 미르'와 강남구 언주로 'K스포츠재단'.
 서울 강남구 학동로 '재단법인 미르'와 강남구 언주로 'K스포츠재단'.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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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재단 설립 과정] '10월 급조 아니다... 2월부터 준비'

"피청구인의 지시를 받은 경제수석실은 2015.2.17 '문화/체육 분야 비영리 재단법인 설립 방안'이라는 기안문을 작성하였고, 이러한 내용은 수사기록에 그대로 나타나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미르와 케이스포츠 모두 문화융성과 스포츠 진흥이라는 국정기조에 따라 오래전부터 설립 준비를 해왔던 재단이라고 주장했다. 핵심 근거는 2015년 2월 경제수석실이 작성한 '문화/체육 분야 비영리 재단법인 설립방안'이라는 기안문이다.

문제는 미르재단 설립에 관여한 고위 공직자들이 하나같이 이 기안문의 존재를 모른다는 것이다. 헌재 심리 기록에 따르면 심지어 당시 경제수석이던 안종범 전 수석 역시 기안문의 존재를 몰랐다.

안 수석은 지난달 16일 헌재 증언에서 '좋은 취지로 재단을 만들었다면 기초 설계가 되는 기안문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일원 재판관의 물음에 "박 대통령의 연설이나 정상회담 발언이 (미르재단 설립의) 기본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기안문이 존재한다 해도, 책임자들이 모른다면 실제 업무 추진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

미르재단 설립 당시 문체부 장관이었던 김종덕 전 장관도 헌재에서 "미르재단의 존재를 뒤늦게 알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문체부는 10월 말 소속 공무원들을 청와대로 파견해 미르재단 설립 실무를 도왔던 부처다. 김 전 장관의 증언을 들은 강 재판관은 "재단 설립이 급박하게 이뤄진 것을 장관이 몰랐다니 이상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기업 출연 의혹] '문화 체육 공익사업, 관심 가져달라고 했을 뿐'

"주변의 조언에 따라 2015. 7. 24과 25 양일간 대기업 회장들과 면담하면서 '국가 발전을 위해 문화·체육 분야의 발전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사회 공헌 차원에서) '기업들이 문화 체육 관련 공익사업이나 투자에 적극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하였습니다."

박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들과의 직접 면담을 통해 미르재단에 많게는 수백억씩 출연하게 압박한 사실에 대해서도 "문화 체육 관련 투자에 적극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한 것일뿐"이라며 부인했다. 미르나 케이스포츠를 꼭 집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단에 돈을 출연한 수십개 대기업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면 이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들 대기업들은 모두 종전에 수행해오던 장학사업이나 문화 관련 사회공헌 활동들이 있음에도 거기에 투입할 돈을 빼서 미르와 케이스포츠재단에 넣는 행태를 보였다.

특히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 두산중공업 등 건설 대기업들은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에는 16억 원을 내는데 그쳤다. 애초 약속한 약정액의 3%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건설업과는 별 관련도 없는 미르와 케이스포츠에는 32억원이 넘는 돈을 냈다.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재벌총수들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재벌총수들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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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주도자 논란] '미르재단은 전경련과 기업이 주도'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2015.10.27 '문화계와 전경련·기업의 주도', '정부의 지원'으로 한류 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문화 재단법인 미르.."

그간 법원 등에서 드러난 검찰 조사 내용을 보면 박 대통령이 꾸준히 고집하고 있는 '미르 전경련 주도'설은 더이상 거론하기가 민망한 수준이다. 모든 관련 증인들이 입을 모아 증언하고 있는 데다 안종범 전 수석,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등 관련 인물들이 연락을 주고받은 통신 내역도 이미 공개된 바 있다.

이승철 부회장은 지난 1월 19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청와대의 지시가 없었다면 두 재단도 없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는 "안 전 수석이 300억 원 규모의 문화 재단을 만들라고 시키고 며칠 뒤에는 '대통령이 500억 원으로 늘리라고 했다'면서 증액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경제적 이해관계 공유 가능성] '재단의 재산, 처분할 수도 없게 해놨다'

"K스포츠재단은...특정 개인이 그 지배권을 독점하면서 운영을 좌우하거나 임의로 재단 법인의 재산을 처분할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실제 케이스포츠 재단 정관을 보면 이 대목은 명백히 거짓말에 해당한다.

통상 공익재단은  장기 운영을 위해 재단을 해산할 때에만 처분이 가능한 기초자산의 비율을 높게 설정한다. 그러나 미르와 케이스포츠 재단은 보통자산의 비율이 80%로 압도적으로 높다. 보통자산은 이사회 결의만 있으면 언제 어느 용도로도 처분이 가능하다.

현재 케이스포츠 재단의 보통자산은 총 215억 2000만 원. 이중 213억 8200만 원 가량이 현금자산이다. 박영수 특검팀은 대기업에 압력을 행사해 양 재단의 자산을 마련한 박 대통령과 재단의 실제 운영을 좌지우지한 최순실씨가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유한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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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최 선생 컨펌' 닦달해놓곤 "문건 유출 지시 안 해"
2편 깨알같이 챙겨주곤 "최순실 회산 줄 몰랐다"?


태그:#박근혜, #최순실, #헌재, #탄핵, #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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