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하지 못하면 더 큰 나락을 맛볼 수 있다

승리하지 못하면 더 큰 나락을 맛볼 수 있다 ⓒ ⓒ레스터 시티 공식 페이스북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시작한 2016/2017 시즌이었지만,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자칫하면 동화 같았던 우승 직후 바로 강등의 치욕을 맛볼 수도 있는 레스터 시티(이하 레스터)다.

레스터는 오는 6일(한국시간) 오전 1시 자신의 홈인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2016/2017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EPL) 24라운드를 치른다. 현재 레스터는 5승 6무 12패(승점 21)로 16위에 위치하고 있다. 최하위 선덜랜드(5승 4무 15패, 승점 19)와 승점차가 겨우 2점차에 불과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지난 1월 15일(한국시간) 첼시에 0대3으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4경기에서 승리가 없을 정도로 최근 흐름이 좋지 않다(1무 3패, FA컵 포함).

그나마 다행인 건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차출됐던 리야드 마레즈, 이슬람 슬리마니의 복귀로 팀 전력을 회복했다는 점이다. 올 시즌 마레즈가 부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레스터에겐 없어서는 안 될 선수 중 하나다. 마레즈가 측면과 중앙을 넘나들며 맨유의 수비진을 흔들어줄 수 있다면 리그 3연패 탈출도 요원한 것은 아니다. 8개로 팀 내 최다 공격 포인트(5골 3도움)를 기록 중인 슬리마니의 활약도 필수적이다. 다만 슬리마니가 리그에서 가장 최근에 출전했던 경기는 1월 1일 19라운드 웨스트햄과의 경기로, 맨유전에 나서면 36일 만에 리그 경기를 소화하게 된다. 네이션스컵 출장으로 경기 감각 부분에선 의심할 여지가 없겠으나, 프리미어리그의 템포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다.

레스터의 영원한 숙제

 이제 레스터 중원은 은디디에게 달렸다

이제 레스터 중원은 은디디에게 달렸다 ⓒ ⓒ레스터 시티 공식 페이스북


전술상 캉테가 필요한데, 정작 캉테는 레스터에 없다. 누구 하나 믿음을 심어주지 못해 캉테를 향한 그리움만 더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여름, 첼시로 떠난 캉테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레스터의 첫 번째 선택은 남팔리스 망디였다. 그런데 망디는 올 시즌 최악의 경기력으로 자신의 영입에 1318만 파운드(약 189억 원)을 투자한 레스터를 무색하게 했다. 망디가 활동량이 많았으나 정작 공수에서 모두 아쉬움을 남기는 등 제 몫을 다했다고 보긴 어려웠다.

망디의 부진에 레스터는 급히 아마티를 중앙에 포진시키며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하지만 아마티 역시 캉테의 공백을 채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아마티가 가나 대표팀의 일원으로 네이션스컵에 참가하며 전력에서 이탈해 버렸다. 이에 레스터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20세에 불과한 헹크의 신성 윌프레드 은디디를 영입해 캉테의 자리를 대신하는 강수를 꺼내들었다.

은디디는 팀 합류 이후 3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으나 공수에서 준수한 움직임으로 레스터 중원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사우샘프턴에 0대3으로 패했던 경기에선 패스 성공 36회(전방 패스 22회), 공중볼 경합률 70%와 6번의 태클을 모두 성공시키며 경기 내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은디디가 당장 캉테를 대체하긴 어려울 수 있으나 충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자원임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다가오는 맨유 전은 은디디와 레스터 모두에게 중요하다. 팀이 3연패에 빠져있는 가운데, 맨유에게 패한다면 레스터는 앞으로의 리그 전망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 더군다나 상대팀 맨유는 에레라-캐릭-포그바로 이어지는 강력한 중원을 주축으로 경기를 이끌어간다. 게다가 위건과의 FA컵 경기에서 최고의 활약으로 승리에 공헌한 슈바인슈타이거의 출전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순 없다. 레스터에게 쉽지 않은 승부가 예고된 상황에서 은디디의 활약 여부에 따라 팀의 승패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라니에리의 힘이 필요하다

 오카자키에게 전술을 지시하는 라니에리 감독

오카자키에게 전술을 지시하는 라니에리 감독 ⓒ ⓒ레스터 시티 공식 페이스북


2일(한국시간) 레스터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은 구단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포인트와 함께 두, 세 번의 좋은 경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우리는 더 나아질 것이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레스터와 강등권과의 격차가 근소해 라니에리 감독에게도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레스터의 지난 시즌이 아름다운 동화 세상이었다면, 올 시즌은 지독한 현실 속이다. 주력 전술인 강력한 역습을 바탕으로 한 한방 전략은 상대팀들에게 철저히 연구되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제이미 바디, 마레즈를 포함한 기존 공격진에 아메드 무사 등 새로 영입된 공격수들까지 부진에 빠져 폭발력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지난 시즌 상대 공격진을 철저히 봉쇄했던 수비진도 벌써 38실점을 허용하며 예년에 비해 위력이 급감됐다. 어느 하나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볼 수 없는 레스터의 상황이다.

이제 승리를 위해선 라니에리 감독의 용병술이 필요하다. 지난 시즌 적재적소의 선수 기용으로 기적을 현실로 일궈낸 능력을 지금은 팀의 생존을 위해 발휘해야만 한다. 마침 맨유가 최근 리그에서 3연속 무승부에 그치고 있어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는 상태다. 즉, 레스터에겐 맨유를 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승리가 절실한 시점에서 맨유전에 꺼내들 라니에리 감독의 전략은 이 경기를 지켜보는 주요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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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정현준 시민기자의 블로그(http://blog.naver.com/python55)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레스터 라니에리 3연패 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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