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스토브리그가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 1월 15일, 한국야구에 의미있는 사건이 있었다. 바로 한국 독립야구연맹(Korea Independent Baseball Association, 이하 KIBA)이 창설된 것이다. 김인식 현 연천 미라클 감독과 최익성 저니맨 야구사관학교 대표가 공동 위원장을 맡았다.

KIBA는 한국 최초의 독립야구리그인 Korea Independent Baseball League (이하 KIBL)을 올 3월에 출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4년 9월 해체된 독립야구단인 고양 원더스나 2015년 창단한 독립 야구단 연천 미라클같은 독립 야구단이 존재해왔지만 공식적인 리그가 출범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립리그 KIBL이 내딛는 첫 발은 한국 야구가 또 한번 발전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지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2011년 9월 창단된 최초의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실화는, '파울볼'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되며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원더스는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혀 3년 만에 해체되고 말았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야구단 존속의 기본인 정기적인 경기를 치루기 어렵다는 점에 있었다.

 고양 원더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파울볼>. 2015년 4월 개봉

고양 원더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파울볼>. 2015년 4월 개봉 ⓒ 오퍼스 픽처스


최초의 독립 야구단으로 호기롭게 출범한 고양 원더스였지만 따로 편성된 독립리그 없이 단독으로 운영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당시 원더스는 KBO 퓨쳐스리그에 양해를 구하고 번외 교류전 형식으로 경기를 치뤘다.

퓨쳐스리그에 공식적으로 등록되어 정식 경기를 갖기를 희망했지만 리그 규정이나 여러 사정상 현실화되기 어려웠다. 또한 KBO의 퓨쳐스리그에 속하는 것은 독립구단이라는 취지에도 맞지 않았다.

곧 출범할 독립리그 KIBL은 원더스의 미망을 이루려 한다. 두번째 독립야구단인 연천 미라클과 함께 최근 창단되어 선수단을 구성중인 파주 챌린져스와 저니맨 외인구단이 리그에 참가할 예정이다. 3팀 뿐이라 원더스의 빈자리가 아쉽지만 리그조차 없이 떠돌아야 했던 원더스의 시작에 비하면 한결 나아진 상황이다.

독립리그의 창설과 발전은 프로야구를 포함 한국 야구가 좀더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KBO리그를 살펴봐도 독립야구단 출신의 여러 선수가 존재한다. 한화의 미래를 이끌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는 거포 유망주 신성현과 LG 내야수 황목치승은 자신의 장점을 앞세워 프로 1군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낸 선수다.

 원더스 시절의 황목치승. LG에 입단한 이후 종종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원더스 시절의 황목치승. LG에 입단한 이후 종종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 고양 원더스


프로의 부름을 받지 못했던 이들은 고양 원더스가 없었다면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채 보이지도 못한 채 사라질 가능성이 컸다. 또한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삼성의 2차 2라운드 지명을 받고 입단한 신인 이케빈 역시 마찬가지다.

재미교포 출신으로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오갈 곳 없었던 그가 몸담았던 곳이 바로 연천 미라클이었다. 공식 입단했던 것은 아니지만 연천 미라클에 합류해 몸을 만들며 신인 드래프트를 준비할 수 있었다. KIBL이 공식적으로 출범해 리그가 운영된다면 이런 사례는 좀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독립리그는 현행 FA 보상 제도에 발목잡힌 베테랑 선수들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NC 조영훈과 용덕한은 2016시즌 종료 후 생애 첫 FA 자격을 취득했다.

하지만 타 구단 이적시 20인 외 보상 선수 제도때문에 타구단과의 협상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결국 용덕한은 현역 은퇴를 택했고 조영훈 역시 NC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용덕한과 조영훈은 1군에서도 쓰임새가 충분한 선수들이다. 용덕한은 백업 포수가 필요한 팀에게는 최적의 카드가 될 수 있고 조영훈 역시 1루가 취약하고 좌타 대타감이 필요한 팀에게는 쓰임새가 있는 선수다.

만약 용덕한과 조영훈이 원 소속팀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1년을 기다려 다시 FA시장에 나온다면 어느 팀과도 자유롭게 계약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적지 않은 나이인 두 선수가 1년동안 실전에서 뛰지 못한다면 기량을 유지하기란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렇기에 두 선수는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용덕한은 13년만에 생애 첫 FA 자격을 취득했지만 결국 포수 마스크를 벗어야만 했다.

용덕한은 13년만에 생애 첫 FA 자격을 취득했지만 결국 포수 마스크를 벗어야만 했다. ⓒ NC 다이노스


하지만 독립리그가 활성화되어 있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독립구단에 합류해 몸을 만들고 리그에서 보여준 성적을 표본으로 삼는다면 충분히 FA 재도전이 가능해진다.

물론 이것은 위험 부담이 큰 선택이다. 하지만 막다른 벽에 몰려 구단의 결정만 바라봐야 했던 현 상황에 비하면 선택의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또한 KBO리그 출신의 베테랑 선수가 KIBL에서 활약하게 된다면 독립리그에 대한 관심을 제고할 수 있다.

KIBL이 활성화되어 퓨처스리그 못지 않게 경기를 치를 수 있다면 상대적 약자였던 베테랑 선수나 프로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유망주들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매니 라미레즈가 지난 1월 일본 독립리그에 진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시코쿠 독립리그의 고치 파이팅 독스와 입단 계약을 맺은 것이다. 그는 NPB 진출의 발판이 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좋아하는 야구를 다시 하고 싶어서 독립리그행을 택했다고 밝혔다.

국내 선수 중에서도 프로야구 은퇴와 상관없이 현역 선수로 야구 인생을 이어가고자 하는 선수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대성불패' 구대성이 있다. 한미일 프로야구를 모두 경험한 구대성은 2010년 은퇴경기를 마지막으로 한국에서의 선수 생활을 정리하고 호주로 떠났다. 그리고 그 시점 막 출범해 초창기였던 호주리그에 진출해 5년 넘게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현재도 부상으로 잠깐 쉬고 있을뿐 50세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대성뿐 아니라 임경완과 이혜천 역시 한국에서의 경력을 정리한 뒤 호주로 진출해 야구 인생을 이어가고 있다.

 시드니 블루삭스 유니폼을 입고 투구하는 구대성의 모습. 구대성은 WBC 호주 대표팀 제의까지 받았을 정도로 호주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시드니 블루삭스 유니폼을 입고 투구하는 구대성의 모습. 구대성은 WBC 호주 대표팀 제의까지 받았을 정도로 호주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 시드니 블루삭스


KBO리그 은퇴 후에도 현역 선수로 뛰고자 하는 열정을 가진 베테랑 선수들은 적지 않다. 한국 무대에서 기회를 얻지 못해 이국만리로 떠나는 그들을 KIBL이 품게 된다면 어떨까? 독립리그가 자리를 잡고 활성화된다면 현역 연장을 위해 굳이 해외로 떠날 필요가 없게 된다.

또 구대성같은 스타 플레이어들은 긴 선수 생활만큼이나 상당한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프로야구에선 은퇴했지만 독립리그를 통해 현역 생활을 이어간다면 이들의 모습을 더 보고싶어 하는 야구팬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하다.

한국 최초의 독립야구 리그인 KIBL은 이제 막 첫 발을 내딛게 된다. 리그가 출범해 실제 운영을 하다보면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도 크고 재원 마련이 여의치 않아 미래를 장담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KIBL이 꿋꿋이 살아남아 활성화된다면 한국야구의 저변 확대와 지속성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KBO를 포함 야구계 전반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다.

[기록 참고: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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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필진/ 감수 및 편집: 김정학 기자) 이 기사는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작성했습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상시모집 [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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