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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차기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유력 대선주자와 관련한 책이 연일 사림들의 입에 오르내립니다. <오마이뉴스>는 특별기획 '책에서 만난 대선주자'를 통해 인물에 대해 깊은 정보 뿐만 아니라 새로운 리더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보려고 합니다. 시민기자로 가입하면 누구나 '책에서 만난 대선주자'를 쓸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공영방송에서 보기 힘들었던 정치인이 있다. 오로지 SNS상에서만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는 인구 100만의 성남시 시장이다. 성남은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는 소릴 듣는 도시다.

행정구역 중 하나인 분당구와 다른 구들의 빈부와 학력 등의 격차가 수도 서울의 강남과 강북을 연상시키기 때문일 거다. 이런 도시에서 야당 정치인이 4년 임기를 다 채우고, 재선에 성공해 시정을 맡고 있다. 그가 대권에 도전했다. 이재명 시장 이야기다.

신간 <어느 날 이재명을 만났다>는 SNS 검색 중에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저자 최인호는 지난해 10월 29일 청계광장에서 이재명의 연설을 듣고 그에게 집중하게 됐는데 결국, 이 책의 집필까지 하게 됐다고 밝혔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임, 윤상원 열사 언급한 이재명

<어느 날 이재명을 만났다>
 <어느 날 이재명을 만났다>
ⓒ 이맛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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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광장 연설 중 이재명은 '윤상원'이라는 인물을 열사로 표현하며 그 뜻을 이어야 한다는 의미의 발언을 했는데, 이것이 저자에게는 충격이었다고 한다. 빨갱이나 종북 프레임에 갇히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기성 정치인들 어느 누구의 입에서도 나온 적 없던 이름이기 때문이다.

윤상원은 5.18 광주항쟁 당시 마지막까지 도청을 사수했던 수십 명의 시민군을 이끌다가 항쟁 10일째인 80년 5월 27일 계엄군의 총탄에 산화한 인물이다. 헌법적 가치를 유린한 계엄군에 맞서 싸운 고 윤상원이 안중근, 유관순, 이봉창 등 독립투사와 같은 의사 반열에 올려야 마땅한. 우리 모두가 잊고 있던 그 이름을 이재명이 대중들 앞에 소환한 것이다.

'사이다'라는 별명을 얻은 이재명의 화법은 시원하다.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그래서 우려도 있다. 과격한 선동적 발언을 쏟아내다 보면 실수도 따르게 되지 않겠느냐는 거다.

10월 25일 박대통령의 사과가 있은 지 닷새 후인 29일 이재명은 "탄핵이 아니라 지금 당장 대한민국의 권한을, 국권을 내려놓고 즉시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이 나라의 주인이 명합니다. 박근혜는 국민의 지배자가 아니라 우리가 고용한 머슴이고 언제든지 해고해서 그 직위에서 내쫓을 수 있습니다. 박근혜는 노동자가 아니라 대리인이기 때문에 해고해도 됩니다."(105)

저자는 이것이 기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연설에 대한 저자의 평가를 보자.

"계약상 대리인의 명백한 계약 위반에 따른 정당한 해촉(解囑)과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해고(解雇)를 구분한 발언이었는데, 법률가로서 훌륭한 발언이고, 정치가로서도 훌륭한 발언이다."(105)

"보수, 진보 둘 다 필요한 가치"

"요즘 보수진보 논쟁이 한창입니다. 그리고 '진보'로 분류되는 집단이나 저에게도 우클릭 요구가 많습니다. 그러나 세상엔 진보나 보수만 있는 게 아닙니다. 진보 보수 말고 제3의 가치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보수보다 진보의 가치가 옳다거나 진보보다 보수의 가치가 우월하다는 논의 자체가 언어도단입니다. 정상적 의미에서 보수나 진보 둘 다 중요하고 필요한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이재명이 밝힌 보수와 진보에 대한 입장이다.

'왼손으로 칠 것인가 오른손으로 칠 것인가 고민하기 전에 피아노 조율부터 먼저 해야 한다'라며 우리 사회를 피아노나 기타처럼 하나의 악기로 비유하면서 덧붙인 저자의 설명은 '조율' 되지 않은, 제대로 된 음을 낼 수 없는 악기로는 연주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보수'는 '지금까지 공동체 성원들이 옳은 것으로 합의한 것'을 지키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이지 탈법과 불법과 악행을 서로 용인하는 자들을 말함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재명 시장의 '법만 제대로 지켜도 책임공정사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스스로를 '보수'라고 하는 자기진단과 아귀가 딱 들어맞는다. 보수는 기존하는 법과 질서의 수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성남시에서 그의 선거공약 이행률은 96%라고 한다.

청년배당과 기본소득

'성남시에서 3년 거주한 만 24세의 시민 1만1300여 명에게 1년 총액 50만 원(분기별 12만5천원)을 성남시 지역화폐 성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한 것'(170)이 성남시가 추진한 청년배당의 실체다.

청년들에게 자립심의 기초를 마련해 주고 지역화폐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되게 하는 것이 이 정책의 의도인데, 저자는 이것이 이재명이 대선 공약으로 들고 나온 '기본소득(basic income)'의 실험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무조건적 기본소득, 시민소득, 기본 소득 보장, 보편적 기본 소득, 보편적(인구통계학적) 보조금, 우선 소득, 기초 소득, 사회 부조, 보통 소득 등 '기본 소득'이 이렇게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는 아직 사회에 정착되지 않은 개념"(176)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가 단계적 부분적으로 시행을 검토해 이 정책이 점차 확대가 되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을 권하는 이유다.

기본소득의 조건을 보면, "첫째, 조건 없이 줘야 한다. 둘째, 심사(비용)없이 줘야 한다. 셋째, 정기적으로 줘야 한다. 넷째, 현금으로 줘야 한다."(180) 등이다. 저자는 특히 심사비용에 대해 각별하다. "돈을 받는 쪽에서 자격증명책임이 있고, 돈을 주는 쪽에는 자격심사를 위한 별도의 조직과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선별적 복지는 심사비용과 자존감 문제를 야기한다"(181)는 것이다.

<어느 날 이재명을 만났다>는 페이지 수도 얼마 안 되는데 글자 체도 굵어서 금방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저자 최인호가 체험해 느낀 엘리트 정치인들의 한계와 그 극복 방안들이 짧고 굵은 글씨 안에 함축되어 있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변방의 장수가 중앙의 엘리트 정치인들의 비아냥과 협박을 극복하고 아니 무시하고 프레임 전쟁에서 이기는 이유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정치인은 하늘이 낸다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하늘'은 민심 즉 우리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비록 패배하지만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다"라는 윤상원 열사의 유언이 있은 후 37년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에 과연 국민들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풀어줄 정치인은 있는가?

덧붙이는 글 | <어느날 이재명을 만났다> 최인호 지음, 이맛돌, 2016년 12월 30일



어느 날 이재명을 만났다

최인호 지음, 씨스케이프(이맛돌)(2016)


태그:#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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